요 근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늘고 있다 판단해 유튜브발 '아이스브레이킹하기 좋은 주제!' 따위를 수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동안 재미나게 시청했던 <바퀴 달린 입> 속 여러 토막들 중 제가 선정한 흥미로운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여기 남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내 생일이 곧이다. 그런데 애인이 최근에 바람피운 걸 알게 됐다면?
선물 받고 헤어지기 VS 그냥 헤어지기
좀 얄팍하다 싶긴 하지만 저는 선물을 받고 헤어질 것 같습니다. 언제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제 생일이 남들보다 많이 늦은 편이라 웬만하면 제 생일이 뒤쪽에 있는 경우가 더 많았거든요. 배신당한 것도 마음이 찢어지는데 일단 이거라도 보상받아야지 하는 졸렬한 심보입니다.
2. 애인에게 생일 선물로 100만 원짜리를 사줬다.
나도 그만큼의 가치를 기대한다 VS 안 한다
솔직히 기대하긴 합니다만 딱 맞아야 한다 그건 또 아니에요. 그래도 한 3~40만 원 내의 오차 범위 정도의 값어치는 도의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제 경험을 돌이켜보니 마냥 그렇지도 않았네요.
3. 연애를 한다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 VS 내가 좋아하는 사람
'연애를 할 수 있다면'이라고 물으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
'연애를 해야 한다면'이라고 물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다들 그렇지 않나요?
4. 연애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제 주변에서는 정말 온갖 답변이 나왔던 거 같은데. 저는 저만의 애매한 기준이 있긴 합니다. 이것 또한 경험을 바탕으로! 400km 내외. 서울에서 부산까지 정도의 거리면 가능할 거 같아요. 대신 나만 맨날 너의 지역으로 가는 건 절대 안 돼. 무조건 내가 한 번 가면 네가 한 번 오는 거야? 알겠지?
5. 연애 중 데이트 통장을 할 수 있다면?
한다 VS 안 한다
어떤 연애든 제가 훨씬 더 쓰고 있다고 인지는 하고 있지만(실제로 사실이기도 하고) 데이트 통장은 뭔가 안 쓰고 싶어요. 쫌생이 같이 너무 재는 거 같고 그래서... 애인이 쓰자고 해도 반대할 거 같아요. 헤어지면 남은 돈은 어떻게 하나요? 카카오 정산하기 마냥 잔금을 서로 나눠서 송금하나요? 오우쉣! 아메리칸 마인드.
6. 연애를 한다면? (여러 방면에서)
서투른 애인 VS 능숙한 애인
불과 한 2년 전만 해도 서투른 애인을 골랐을 텐데. 지금은 무조건 능숙한 애인입니다. 생각보다 이 나이쯤 되니까 연애도 낭만보다는 지표를 따르게 되더라고요. 순수란 단어는 이 정도 레이스에서는 이제 낄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제 말을 많은 MZ 늙은이들이 이해하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7. DM 만남 가능한가?
연인으로 발전하려는 노력을 통해 만난 건 아니지만 아주 감사한 분께서 SNS를 통해 저와 접촉하려 공손한 메시지를 보냈던 기억이 있어서 (실제로도 뵀습니다.) 가능은 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내가 딱히 그런 메시지를 먼저 날리고 싶진 않은 뭐 그런 느낌입니다. 이런 만남이 근데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8. 내 연인으로 고르자면?
5년에 1명 만난 사람 VS 1년에 5명 만난 사람
정말 고민이 많이 되는 질문입니다. 전자는 내가 이 사람의 완벽한 첫 번째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겠구나 싶은 그런 절망감에 빠지는 순간이 잦을 거 같아서 후자는 감정을 너무 가벼이 여길 수도 있는 사람인 거 같아서요. 그래도 저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니까. 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네가 아주 짧게 짧게 만난 그 어떤 상대보다도 내가 훨씬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일 거야. 그리고 세월의 힘은 생각보다 단단합니다.
9. 내 애인이 외도를 했다. 굳이 따지자면 뭐가 더 나쁜가?
육체적 바람 VS 정신적 바람
저에겐 두 경우 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긴 합니다만 굳이 따지자면 육체적 바람이 훨씬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알게 된다면 더 큰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긴 하겠지만 정신적 바람은 말을 하지 않는다면 티가 잘 나지 않으니까요. 육체적인 바람은 여러모로 제 물리적 자존심을 긁어낼 것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열받네.
10. 절친의 애인이 알고 보니 내 전 애인이라면?
절친에게 그 사실을 말한다 VS 말하지 않는다
절친한 친구라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낼 것 같습니다. 언젠가 마주칠 상황이 분명히 발생할 테니까. 정말 나쁘게 헤어진 사람이었다면 먼저 물어보는 한에서는 적절한 조언이나 대답을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그 친구가 절대 듣고 싶지 않아 한다면 그 어떤 부분도 전혀 말하지 않을 거고요.
11. 지구 종말 1시간 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요?
진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해답도 떠오르지 않는데. 단순하게는 그냥 수면제를 먹고 아프지 않게 죽을 거 같습니다. 혹시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다면 푹 자고 일어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처럼 조금 더 로맨틱하게 생각한다면 당연히 여자친구랑 있어야겠죠? 엄마한테는 아빠가 있으니까.
12. 둘 중 하나를 꼭 골라야 한다면?
재입대 VS 모든 이성과 교류 없이 4년 지내기 (일, 공적인 사유 제외. 말도 걸면 안 됨)
그냥 재입대하겠습니다.
12. 애인이 준 선물이 중고라면?
선물은 마음이니까 상관없다 VS 왜 하필 중고? 싫다!
뭐 해당 프로그램 안에서는 빈티지로 밖에 구할 수 없는 거다. 엄청난 명품이다. 이런 꼬리물기 식 질문을 계속했던 내용인데 저는 여하 막론하고 중고는 그냥 싫습니다. 그런 건 그냥 건네주면 되는 거잖아.
13. 전 애인의 사진
다 지운다 VS 보관한다
까먹고 안 지운 사진을 제외한다면 각각 한 2~3장 정도는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이 시기에 이런 사람을 좋아했구나 라는 추억은 생각보다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요. 슬프지만 인간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되게 짧더라고요. 증오스러웠던 순간도 되돌아보면 여러 가르침을 줍니다.
14. 기프티콘 더치페이
한다 VS 안 한다
절대 안 합니다. 저한테 선물은 되게 큰 의미라 그런 건 딱히 주고 싶지 않아서요. (이번 제 생일에 기프티콘 많이들 보내주셨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싫다는 뜻이 아니에요.) 저는 선물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정말 많은 고민을 거쳐 현물을 가져다줍니다. 그걸 빌미로 나를 잊지 않았으면 해서.
14. 썸을 타는 건
한 명만 가능하다 VS 여러 명 가능하다
당연히 여러 명 가능하다. 사귀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요. 그때그때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정말 많잖아요. 우리는 여러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어야 합니다. 그건 도덕과 별개예요. 노력이지.
15. 애인의 PC카톡이 켜져 있다.
본다 VS 안 본다
켜져 있으면 흘끗 볼 거 같은데요?
16. 전 연인이 찍어준 사진이 하필 내 인생샷이다
프로필 사진 가능 VS 불가능
쌉가능입니다. 제 전 여자친구들도 제가 찍어준 사진 아직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던데.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확신할 수 있는 게 여러분의 연인들이 찍어준 사진은 일반 사진과는 뭔가 다른 오묘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확실하게 풍깁니다. 사랑의 눈은 뷰파인더와 렌즈마저 업그레이드시키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