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건 소문내야 한다.

by the그레이스

쿵!

주방에서 반찬을 만들던 내 퀴에 묵직한 뭔가가 바닥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라는 아들의 외침.

본능적으로 둘째가 넘어졌음을 감지하고 하던 걸 내려놓고 달려갔다.

바닥에 큰 대자로 뻗어 멍- 하게 있던 딸.

가까이 가서 눈을 맞췄다. 그러더니 그제야 울음을 터트렸다.

8살이 될 때까지 수십번 넘어졌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 아이를 끌어안고 진정시켰다.

울다가 웃다가- 아이는 아픔을 참는 듯, 아픈 듯

엄마인 나를 헷갈리게 했다.


말소리에 힘이 없는 걸로 봐서

어딘가 정상은 아니라는 엄마의 촉이 발동했다.


머리가 좀 아프고, 속이 불편하다는 아이.

뒷자리에 앉은 아이를 백미러로 계속 살피며 운전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응급실에 들어서 접수를 하고,

남매 키우며 이런 일 처음인 게 신기하지...나를 달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응급실 한 구석 작은 베드에 누운 딸, 바로 옆 세상 작은 간이 의자에 앚아

무작정 CT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급실 전화 한통이 울리더니,

세 명의 간호사가 바빠졌다.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아득히 들리기 시작했다.

살짝 엉덩이를 떼고 일어서서 간호사실쪽을 바라보니,

하늘색 보호복과 보안경에 장갑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있는 거다.

순간적으로, '헛! 우리는?'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료진을 믿기로 했다.

뭔가 일이 터질 거였으면 우리도 완전무장을 시키거나 응급실을 비우지 않았겠나.


잠시후, 요란한 바퀴소리와 함께 침대 하나가 미끌려 들어왔다.

침대에는 드라마에서처럼 6명의 사람이 매달려있었다.

이송해온 구급대원이 병원 간호과장에게 노티를 했다.


'분양상담하는 직원인데, 고객 상담중에 갑자기 숨이 안쉬어진다고 하더니

호흡곤란이 왔다. 다른 병원이송됐었는데, 심장수술 불가라 이곳으로 이송했다.

산소포화도 최고치로 올리고 있으나 심장 기능이 힘들다. 위급하다'


사촌언니라는 보호자에게 간호과장은 같은 질문을 여러번 했다.

'환자분이 평소 드시는 약이나, 알레르기 있나요?

'전 잘 모르죠-'


간호사는 급히 시술 들어가야한다고, 평소 먹는 약이 있는지 알아야하고, 지병이 있는지도 알아야하니까

법적 가족관계인 부모님을 빨리 오시라고 재촉했다.

'심장기능이 안되서 기능을 대신할 장치를 넣어야하는데, 법적으로 가족관계인 사람이 서명을 해야한다.

일단 시술을 해보는데, 환자분 잘 못되실 수도 있다.... '


그 순간.

병원에 자식을 데리고 온 나는 울컥했다.

아침에 제대로 얼굴도 못보고 바쁘게 나갔던 자식이 병원에 누워 생사가 위급한 상황이라니...

아...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졌다.


급히 그 환자의 침대는 다른 층 격리실로 옮겨졌고,

응급실 바닥은 알콜로 싹-싹- 닦였다.

그 격리실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시술을 하고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보호자의 도착을 애타게 기다리는 간호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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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생과 사의 순간.

평소 나의 병이나, 먹는 약물, 특징들을 준비해놓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큰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장거리를 떠날 때면 산모수첩을 가방에 꼭 챙겨다녔었다.

만약 사고가 나면, 내가 임신중이라는 사실과 내 혈액형을 쉽게 알고 빠르게 조취해달라는 의미로...

지금은 그냥 면허증 하나만 챙기고 고속도로를 서너시간씩 타고 다녔다.

어떤 면에선 겁이 참 겁없는 사람이었구나!!!


누구나 갖고 있는 휴대폰 액정, 지갑 속 메모 하나가 나를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생각을 한다.

평소 먹는 약, 평소 질병, 수술 이력 등을 써서 꽂아둔 건강메모 하나가

아까와같은 막연한 상황에서 나를 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옛 말에 다른사람에게 병 자랑을 하면 치료법을 들을 수도 있으니 병 자랑을 하라고 했다.

나는 어떤 건강메모를 남겨야할까?

비...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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