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 호캉스
유난히 많은 비를 뿌리는 나날이었다. 매일 우중충한 하늘을 보며 맑은 하늘과 햇볕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제 비구름은 잠시 주춤한 듯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이 보이는 걸 보면. 뜨겁다 못해 따가웠던 올해 여름을 씩씩하게 보냈더니 쾌청한 가을 하늘을 선물로 받은 기분이다.
몇 주 전 가을 냄새가 살며시 코끝을 간질일 때, 친구들과 흔히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긴다는 '호캉스'를 다녀왔다. 평소에는 아기자기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걸 좋아해서 도심 호텔에서 즐기는 호캉스에는 회의적이었다. 하룻 저녁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하지만 역시 여행은 '누군가와 함께하는지'가 제일 중요한 걸까. 생각과는 달리 눈과 입, 마음까지 즐거운 호캉스가 됐다.
특히 객실 테라스에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오래도록 하늘을 함께 바라본 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맑은 하늘이 주황빛 블려셔로 물들 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서서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을 배경 삼아 함께 즐거운 사진도 찍어가면서. 어쩌면 우리가 호캉스를 위해 치른 금액은 오로지 이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의 비용이 아니었을까. 그저 하늘을 오래도록 함께 바라보는 여유에 아주 비싼 값을 치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