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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율립 Dec 12. 2020

세상에 하나뿐인 낑깡 츄리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데코는 내게 항상 귀찮은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맛있는 식당에서 친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보내는 시간들이 주였기 때문에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연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오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천 명에 육박했다. 연말 약속은 이미 거의 취소했지만, 보고 싶은 친구들과 1년간 내리 못 만나는 사태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다.

모두를 위해 연말에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또 오빠와도 집에서 함께. 집에서 하는 파티가 확정된 이상, 올해는 집안에 연말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다. '트리를 만들자.' 오빠에게 트리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이미 지난번 파티 때 사놓은 루돌프 머리띠도 있었다. 오빠는 자신의 낑깡나무를 트리로 꾸미면 어떻겠냐고 했고, 나는 너무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트리 꾸미는 재료를 오빠와 사러 가면 제약이 많아질 게 뻔하니까, 이번엔 혼자 낑깡나무에 어울릴 만한 데코를 사기로 했다. 낑깡색에 어울릴 만한 알록달록 동글동글 조명을 고르고, 빨간 종도 골랐다. 나름 내년에도 쓸 수 있는 것만 골라서 오빠의 낑깡나무를 트리로 만들기에 돌입했다. 당연히 노동요는 캐럴. 캐럴을 들으며 오빠와 함께 낑깡나무 트리를 만들었다. 오색빛깔 전구를 걸고 종도 달고, 빨간 공도 달고, 폼폼이도 걸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우리가 만든 2020 크리스마스 낑깡트리는 너무 예쁘고 근사했다. 다 만들고 신이 난 나머지 캐럴에 맞춰서 오빠와 막춤을 추기도 하고. 오늘은 매일 자던 토요일 낮잠도 자지 않고 계속 그 트리만 쳐다 봤다. 밤이 내려앉자 그 트리는 더 밝고 아름답게 빛났다.


코로나19는 우리의 모든 일상에 들어와 모든 걸 중지시켰지만, 또 그만큼 각자의 일상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새롭게 깨닫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지금까지 그랬듯 우리 모두 건강하게 조용하지만 씩씩하게 올해를 잘 보내기를. 오늘은 저 빛나는 낑깡츄리를 보면서 모두의 안녕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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