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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Aug 11. 2022

내 귓구멍에 캔디

마음 챙김으로 절주 하기 Day 2

불교에서는 오계가 있다. 첫째, 살생을 하지 않는다. 둘째, 주지 않는 것을 갖지 않는다. 셋째, 간음하지 않는다. 넷째, 거짓말이나 험담을 하지 않는다. 다섯째, 술과 마약을 삼가는 것이다.

다섯 번째 계율이 존재하는 이유는 취하게 만드는 물질은 마음 챙김과 정반대로 사람을 '부주의'하게 만들거나 '경솔'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취하면 나머지 네 가지 규율을 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불교의 삼장 중 율장에 나오는 우화는 이러한 내용을 정말 솜씨 좋게 설명한다. 어떤 여자가 승려에게 자신과 자던지, 염소를 죽이던지, 맥주를 마셔야 한다고 말한다. 승려는 맥주를 마시는 것이 다른 행동보다 덜 해롭다고 생각해서 세 번째를 선택한다. 말할 필요도 없이 맥주를 마시고 취한 승려는 여자와 자고 염소를 먹는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도대체 어떻게 절주 하는 걸까? 나한테 컨트롤하는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오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절주 하는지가 궁금했다.


나: 언제가 마지막 취할 때까지 마셨어?

A: 작년 6월인가? 회식하고 졸려서 잠들었어.

B: 나도 작년에 집에서 취하게 마셨지만 아이 엄마로서 엄청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부끄러운 기억이지.

나: 그럼 어떻게 술을 컨트롤해?

A: 진짜 먹고 싶으면 250ml짜리 하나 사서 집에서 한 캔 먹고 있어.

B: 없어질 때까지 먹지 ㅎ 사실 네 캔에 만 원짜리를 사서 남편이랑 둘이 나눠 먹어

나: 또 먹고 싶을 땐?

A, B: 거기까지만 마셔.

엉? 거기까지만 마신다고? 나는 인생에서 처음 듣는 단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친구들의 답장을 본다. 나는 도파민의 노예인 것인가? 술을 마시면 뇌에서는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을 만들어 낸다. 담배와 함께 1급 발암물질이지만 합법적인 독극물인 것이다. 나는 그 합법적인 독극물이 만들어내는 행복 호르몬에 취해 콧노래를 부르며 갈지자(之)로 걸어가며 집 근처 보틀 샵으로 가서 맥주를 항상 추가로 산다.(누가 나의 아이유 노래를 안 들었길 바라며) 이것이 나와 그들의 차이점인 것이다. 물론 알코올 중독이 되면 알코올이 없이는 스스로 한동안 도파민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이 되는 것이다.


내가 취하지 않게 먹으려고 노력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단주를 4개월 동안 한적도 있었다. 진저비어라는 생강 맛 맥주(무알콜 맥주)를 맥주 대신에 마셨고, 맥주랑 비슷한 느낌을 대체하기 위해서 친구와 펍에 갈 때는 레몬라임 비터만(1% 미만의 알코올 음료) 마신적도 있었다. 단주를 하게 된 이유는 알 수 없는 멍자국들과 다음날 어딘가 찌뿌둥한 기분(어디에서 넘어졌는지 기억도 안 난다) 뭔가를 자주 잃어버렸고 (그럴 때마다 어찌어찌 귀신같이 찾았지만) 그것들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말실수나 우는 버릇과 함께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이 많았다. 이쯤 되면 단주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자기혐오가 많이 쌓여있었다.


나는 인생에서 딱 한 가지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아마 술을 마시고 했던 모든 실수 들일 것이다. 내가 인생에서 '시간을 때우는'걸 세상에서 젤 혐오하는데 숙취가 생기면 그다음 날이 없어진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다음날의 젊음과 행복을 미리 땡겨쓰는거라고... 너무 땡겨써서 쪼글 쪼글한 할머니가 되는 기분이다. 


그러나 나의 미식가 친구는 인생에 뭐 중요하냐고 나에게 이야기를 한다.

조절을 잘하면 인생에서 이만큼 또 즐거운 것이 없다며.. 그윽한 분위기에 촛불 켜진 레스토랑에서 도톰한 스테이크를 썰며 잘 페어링 된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며 말한다.


나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도대체 뭣 때문에 이리도 열심히 사는 것인가! 운동을 9 동안 꾸준히 하고 식단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는 고양이 집사로서 고양이와 열심히 놀아주고 집안일도 말끔하게 한다.


'그래 나는 보상이 필요해!'


내 귓구녕에 캔디처럼 내 안에 그가 말한다 '너는 충분히 보상받을 자격이 있어. 도대체 인생에 낙이 있어야 인생이 재밌지... 친구들이랑 놀러 갈 때마다 나 술못마셔 하고 빼버릴 거야? 후.. 재미없다 정말'


그래서 그날로 나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초반엔 안 취하게 천천히 마셨지만 다시 취하는 날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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