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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Aug 17. 2022

나와의 1대 1 면담

마음 챙김으로 절주 하기 Day 8

그렇다면 내가 왜 '취할 때'까지 먹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나는 나와의 면담을 위해 명상을 시작했다.


나: 그래서 왜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는 거지?(취조톤으로 말하면 절대 안 된다. 부드럽고 상냥한 어투로 말해야 한다)

내면의 나: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술을 마시면 긴장도가 내려가고 기분이 좋아져.

나: 또?

내면의 나: 평일에는 열심히 살고 있잖아. 너는 특히 병을 가지고 있어서 낮잠도 자야 하는데 낮잠도 안 자려고 너의 무의식과 싸우잖아. 열심히 운동하고 일 열심히 하고 식단을 위해서 배달음식도 안 시켜먹는 나를 위해 보상을 하고 싶어.

나: 말 그대로 불금을 보내고 싶은 거네. 그렇지만 취할 때까지 먹지 않아도 되잖아? 즐기는 수준에 적당한...

내면의 나: (버럭 화를 내며) 그건 네가 나를 평일에 너무 통제하기 때문이야. 너무 바른생활 사나이처럼 사는 게 너무 숨이 막힌다고! 

나: 내가 나를 통제한다고..?

내면의 나: 나는 너무 열심히 살아서 매일 입병도 나. 책은 20년이 넘게 자기 계발서만 읽어. 유튜브도 자기 성장 채널만 보지. 티브이도 안 보고 오락도 안 해. 그럼 나를 위해 사는 건? 오직 금요일 토요일뿐이야. 그러니까 네가 묶어놨던 '금지'가 풀리는 순간 나는 정말 댐에 뚝이 무너지듯이 끝까지 가는 거라고.

나: 아... 


정말 '통제'라는 단어에 숨이 막혔다. 그도 그럴 것이 '열심히'라도 살아야 죄책감이 덜했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기분에 자위를 하고 싶은 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성과가 없는데 방향 없는 열심히가 맞긴 하는 건가?

나는 성과가 없다는 말로 또 혼자 채찍질을 하고 있다. 나는 경주마도 아닌데 뭐 자꾸 열심히 달려야 하고 채찍질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안녕, 나의 훈련에 참가한 첫 번째 와인.

통제가 절주를 하는데 메인 키라면 나는 이제부터 통제를 하지 않으리라. 자 너는 자유다! 경주마가 아니라 제주도 초원이에 먹고 싶은 풀 마음껏 먹고 방목해서 키우는 자연 야생마인 거야. 


예전에 나쁜 습관을 끊는 방법이라는 명상 프로그램에서 한 과학자가 실험자에게 말했다 '담배 피우고 싶을 때 담배 피우세요.' 누가 보면 어리둥절에 하겠지만 통제력을 스스로 주고 자율권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그래. 그렇담 주말에만 샀던 아름다운 맥주를 냉장고에 채우고(룰루), 와인을 산다. 그리고 와인을 하루에 한잔씩 먹는 훈련을 한다. 정말 훈련이다. '나는 나를 통제하지 않고 언제든지 마실 수 있지만 마시지 않는다'로 마음을 바꾼다. 그렇지만 정말 마시고 싶다면 나는 나를 풀고 마신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맥주 한 병밖에 마실수 없다. 


으음 아직까진 잘하고 있어. 주말에 저녁 약속이 있는데 그렇다면 한번 실험을 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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