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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Sep 15. 2022

안녕 무기력

어서 오세요. 처음이시라구요? 편안만큼 쉬었다 가시지요.

나는 작년 11월부터 내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1인 디자인 회사인데 기존 클라이언트가 그리고 소셜미디어 홍보를 통해 알음알음 일이 들어오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이렇다 할 안정기에는 아직 못 들어가고 있다. 


나의 몸상태에 맞춰서 일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하다 보니 어떨 땐 최고의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고 그리고 최적의 몸상태를 만들고 있으니까 어찌 보면 너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작년 11월부터 SEO도 공부하고 소셜미디어 마케팅도 공부했지만 노력한 만큼 안정기에 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 회사를 꾸려나가기 위해 많은 책들을 읽고 자기 성찰의 시간도 어쩔 수 없이(?) 갖게 되었다. 그리고 명상을 할 때마다 내가 무슨 일을 '지금' 할 수 있는지 머릿속에 명확하게 그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내 감정들과 잘 지낸다고 생각했다. 설사 그 감정이 힘든 감정이더라도 '부정적' 혹은 '나쁜' 감정이라는 이름표만 달지 않으면 내 안에서 잘 머물다가 그 감정이 왜 왔는지 알려주고 떠났다. 그래서 나는 감정이 오고 가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심지어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조언을 주면 거기에도 당당하게 대답해줄 수 있었다. 나는 그만큼 내가 경험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거 자체가 고통스러운 병에도 걸렸고 공황장애와 불안 우울의 감정을 다 느껴봤으니까.


그렇게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많은 책들과 마음공부 유튜브들이 귀에 딱지가 지게 흡수하던 어느 날. 내가 이렇게 하는 모든 노력에 대한 대가가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내가 던지는 만큼 소셜미디어에서 반응이 있어 고객으로 연결되기도 했고 어떤 책에서는 책과 글 쓰는 걸 하루에 두 시간만 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에 한 달에 40권의 책을 읽기도 했다. 그런데 요새는 내가 공부한 만큼, 한일만큼 성과가 없으니까 노력으로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보였다. 이 생각이 시작한 순간 큰 웨이브가 오고 있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


내가 가장 절망적이었을 때는 노력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을 때였다. 살을 빼거나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우는 건 노력만 하면 할 수 있는 것이라 비교적 나한테 쉬었다. 그렇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노력하고 싶은데 기회조차 주지 않았을 때만큼 '절망'적 인적이 없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합리적인 이유조차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오랫동안 성과가 없으면 '무기력'증에 걸린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오늘도 다른 날처럼 열심히 살기 위해 해야 할 리스트를 목록에 적어두고 긴 호흡으로 두 시간 명상을 하며 내가 '오늘'해야 할 일을 알았을 때였다.


그런데 오늘은 마음이 이렇게 말했다.


'나 안 할래 오늘만 안 한다는 게 아니야. 언제 다시 열심히 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 이제 열심히 안 할래.'


그렇게 마음의 힘이 뚝 끊기는 경험을 했다. 힘이 없었다. 내 마음의 정확히 말해줬다. '이게 바로 무기력증이라는 거야' 


무기력. 아는 동생이 작년에 무기력증 때문에 한 달 동안 집에서 꼼짝없이 보낸 적이 있다는데 그 기분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마음에 힘이 없으니 몸이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동기부여조차 되지 않는다. 


'열심히 살아도 성과가 없는데 무엇을 위해 일을 하지?'


나의 무기력은 이렇게 나에게 말을 붙인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찾아온 '무기력'님에게 내가 배운 데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드리려고 한다. 있는 그대로를 느껴주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이 가능한 것은 나의 근원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서다. 이 감정의 흙탕물을 해 집고 들어가면 그 바닥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는 나를 믿는다 그래서 무기력님을 기꺼이 맞이해 주고 관찰할 것이다.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내 인생 처음으로 열심히 살아보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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