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쿠나마타타 Sep 19. 2022

내 마음의 코어

모든 것이 변해도 변치 않고 나를 지켜주는 힘

돈 때문에 한없이 무너지는 나를 관찰했다. 나는 정말이지 작아지고 작아져서 개미만큼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반대로 지금보다 돈을 세배 넘게 잘 벌었을 때는 나는 크고 모든 것에 정말 관대했다. 이렇게 돈 때문에 내 자아가 마구 흔들린단 말인가?


운동을 가려고 운동복까지 입었지만 마음속에 격렬한 저항이 일어났다. 

'운동가기 싫어! 열심히 살기 싫다고!'

하는 수 없이 운동 말고 산책으로 변경한다. 


'알았어 너 하고 싶은데로 해. 그 대신 조건이 있어.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니까 나쁜 음식으로 내 몸을 방치하지 않기, 그리고 운동을 못 가더라도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산책 가기. 이거 두 가지만 충족되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나의 마음과 극적인 합의 후 나는 저녁 노을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남자 친구 연락이 왔다. 나의 전후 사정을 잘 알고 있고 내 마음에 무기력이 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나는 저녁 차려먹는 것이 너무 귀찮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내가 배달음식 시켜서 보내줄까?'라고 말한다.


나는 거기서 이미 기분이 상했다.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내가 무슨 거지인 줄 알아? 나도 시켜먹을 돈 있어.' 소리를 빽 지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 혼자 한참 걷기 시작했다. 돈이 많을 때의 나와 돈이 떨어져 나갈 때의 나는 왜 이리도 다른 걸까. 만약 호주머니에 5억이 있는데 남자 친구가 같은 말을 했어도 내가 화를 냈을까?


내 자존심만 세고 자존감은 낮은 상태라는 것을 관찰한다. 걷고 또 걸으며 참아왔던 눈물과 불안을 관찰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불안은 오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애써 외면하려고 했다. 긍정적인 확언으로 집안을 온통 도배하고 긍정적인 유튜브만 들었다. 그렇지만 이제야 알았다. 불안이 오면 솔직하게 그것을 알아채고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을. 긍정적인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걸. 비 오는 거리를 걸으며 불안을 그대로 느낀다. 


'아 네가 불안이구나. 네가 무기력을 데리고 온 거구나. 너 하고 싶은데로 하렴. 불안을 느끼는 건 너무 당연한 거니까 괜찮아. 아니 안 괜찮겠지만'

불안이 괜찮아질 때까지 계속 끌어안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짧고 재미있는 명상을 했다.

내 주머니에 2만 원이 있고, 2000만 원이 있고 2억이 있다. 나의 환경이 바뀌면 나라는 존재도 변하는가? 그 2만 원이 나의 근원, 코어를 바꿀 수 있는 걸까? 내가 환경에 따라 내 성격이 바뀌는 거면 그건 진짜 나인 건가?


이거. 에고였구나.


주변 상황에 따라 천국과 지옥에 살고 있고 절대 만족하지 않는 바로 그 녀석 에고.

내 인생에 문제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돈을 잘 벌 때도 사람들과 문제가 있었고, 돈을 못 벌 땐 최소한 몸이 편했고 마음은 안정되었다. 어느 한순간도 완전히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은 없었다. 나는 내 인생만 이렇게 굴곡이 심한가 하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나이를 먹고 안정된 지위를 갖어도 언제나 인생에 '문제'는 다 가지고 있었다.


그럼 나는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왜냐하면 그건 진짜 내가 아닐 테니까. 이런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진짜 나. 진짜 코어로 살고 싶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없이도. 세상에 모두 나를 버려도, 나는 나를 사랑할 것이다. 나는 이런 환경적인 것들로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다.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것이 진짜 나이다.


이 생각이 명상에서 나오자마자 신기하게도 인생에 다시 스위치가 켜진 듯했다. 

정말로 마음의 밝은 빛이 들어오는 듯했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것을 왜 이렇게 주변 상황에 휘둘리며 살았던 것일까? 그리고 그 주변 상황? 언제나 방법은 있다. 그리고 과거와 비교하면 그렇게 최악의 상황도 아니다.

나는 수입은 적지만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고, 키키(고양이)가 있고, 창문 전체가 초록나무로 덮인 꿈의 집에서 살고 있다. 아직까지는 나 혼자 집세를 내고 그리고 다정한 남자 친구가 있다. 


마음의 힘이 생기니 다시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감사하다.

열심히 해도 안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열심히 해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것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무기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