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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Sep 15. 2022

술로 나 자신을 학대하지 않아

마음 챙김으로 절주 하기 D 37

어제 저녁에 내가 가지고 있는 사업을 이번 달까지 노력해보고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아직 어떻게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나 자신에게 격려와 칭찬 그리고 씁쓸함이 밀려왔다. 내 사업으로는 첫 실패를 인정하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마냥 즐겁고 축하받을 감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한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고 1인 기업을 하는 동안에는 가장 분명히 알고 있는 '열심히 하는 거 말고 똑똑하게 일하는 것'이라는 주제에 나는 부합하지 않았다. 그래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했고 누구보다 노력을 열심히 했다. 1인 기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유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밥벌이를 하기 위해 책임감이라는 것을 항상 등에 엎고 살아야 했기 때문에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는 날들도 많았다.


이런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으니 소주 한잔이 절실하게 생각났다. 

'집에 오는 길에 소주를 한병 사서 올까?'


그런 생각이 간절했지만 내가 만약 소주를 마셨을 때의 후 폭풍을 생각했다. 

내일 아침 숙취로 가득한 아침을 맞이할 것이며 잘 먹지도 못하는 소주를 왜 마셨지 하고 후회를 할 것이고, 몸상태가 안 좋으니 면역력이 바닥을 쳐서 콧물을 흘리며 일어날 것이다. 그럼 또 하루가 없어지겠지.


'오늘 행복하기 위해 내일을 땡겨쓰는 꼴이 되겠군.'


행복도 아니었다. 씁쓸한 감정을 감추고 달래기 위한 일시적 도피일 뿐, 해결책도 아니다. 나는 이 시행착오를 너무 많이 겪어와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한다. 이런 걸로 나를 학대할 수 없어. 다른 방법으로도 회피할 방법은 많아.'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 나를 꽉 잡아줬다. 그래서 술은 진땅 마셔서 내 감정을 마취시키고 마비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술에 취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내가 행복해서 마시는 이유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제는 맥주 한 병으로 저녁을 안주삼아 마셨다. 그래, 고생했어. 삶은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항상 데려다주니까. 세상에 그냥은 단 한순간도 없었어. 그러니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세상아!!


날짜를 체크해보니 벌써 37일째! 나는 취하지 않고 한 달 이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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