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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Sep 23. 2022

거울 치료

세상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나는 내 병과 관련된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목적은 이 병이 희귀병이라 정보가 부족한데 유독 아시아권에는 더 부족하다. 사람들이 나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호주에서 임상실험을 거쳐 알아낸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글을 읽다가 우는 일이 많다.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 금방 관해기에 들었지만 정말 최악의 경우는 10년째 밖에 못 가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약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음식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그냥 사는' 수준이 되었다. 철창 없는 감옥에서 사람들과의 교류도 못하고 오직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이런 경우이지만 보통 어린아이들이 나와 같은 병을 앓으면 너무 안타깝다. 어른들도 고통스러운 병인데 그걸 바라보는 가족들은 더더욱 고통스럽다. 글에 절실함이 꾹꾹 담겨 있다. 


가끔 이렇게 볼 때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왜 이 블로그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다. 그건 정말로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누군가 좋아하는 일이냐고 한다면 좋아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이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 내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어서 블로그를 접을까 망설였을 때. 나의 성공한 기업가 클라이언트가 이런 말을 했다. 


'성공한 사람이 돈으로 돕는 건 너무 쉬워요. 그리고 모두가 하고 있고요. 그건 진짜 마음이 들어가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잘하고 있는 거예요'


어제까지도 나는 내가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블로그를 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어떤 분이 나와 정말 똑같은 케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증상으로는 정말 긴급인데 그분은 혼자 다독이면서 약으로 참을 수 있는 방법,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글을 단호하게 쓰면서 얼른 긴급으로 응급실에 들어갈 것을 권했다. 그때까지도 그분은 그것을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산통 같은 복통을 참으며 '애는 잘 낳을 거라'라고 스스로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내시경을 해본 결과 증상은 너무너무 심했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참으려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무단이 도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가족이나 친구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지하라고, 아프다고 울고 징징되라고 이건 정말 큰 병이라고.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병이 아니라고.


그분은 그전엔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자존감이 떨어졌었는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에게 아프다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나한테 이미 겪어본 사람이라 나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는거 같다며 고맙다는 말도 덧붙었다.

사실 내가 그랬다. 나는 이 병을 가족들도 없고 친구들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겪어냈다. 가족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내시경 결과 내 눈으로 보면서 병의 증세가 더 악화되는 걸 느끼면서 아무한테도 내색할 수가 없었다. 죽을병도 아닌데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떤 병은 죽을 만큼 아플 수 있다. 살아있는 게 고통스러운 것처럼.


나는 그분을 통해 내 모습을 투영해서 바라봤다. 그리고 내가 그때 하고 싶었던 말을 그분에게 다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더니 내 안에 참아왔던 감정들이 마구 쏟아져내려 오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참지 말고 마음껏 실컷 울렴.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의 그때 감정을 실컷 쏟아 내렴'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내가 그동안 아프지만 내색할 수 없었던 나의 모습과 나의 아픔을 누군가 한 명만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투영된 것이라고 처음 생각해 봤다. 그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돕는다면 사람들도 돕고 나의 내면의 아이도 같이 치료하는 결과가 될 테니까.


세상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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