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은 없지만 갑오징어 튀김이 있다

포르투갈의 바다 7. 세짐브라(Sesimbra)

by 헤나따

치킨 강대국에 살던 습성이 아직 남아 타국에서 치킨의 유독 그리울 때, 물론 포르투갈식 숯불닭구이도 있지만, KFC에 가면 버킷으로 사먹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국의 그 바삭바삭 치킨이 그리울 때면 찾는 곳이 있다. 치킨은 없지만 이것이 있어서 버틸 수 있다, 싶은 갑오징어 튀김(Choco Frito)이다. 리스본에서 금문교를 빼닮은 425다리를 건너, 예수상을 지나 한시간 정도 달리면 세투발이라는 지역이 나온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촌마을 세투발은 갑오징어를 얇은 튀김옷에 튀겨낸 갑오징어 튀김이 명물이다. 시내에 갑오징어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데, 제일 맛있는 원조집은 유독 사람이 많고 줄도 길게 서있다. 역시 원조는 원조인가보다. 맛이 다르다. 아무리 먹어도 느끼하지 않은 맛.


세투발에서 차를 타고 옆동네 아제이떵(Azeitão)으로 가면, 세투발에서 유명한 모스카텔 와이너리가 있다. 양대산맥인 주제 폰세카(José Fonseca) 와이너리와 바깔료아(Bacalhôa) 와이너리가 있는데, 두 곳 모두 미리 예약하면 투어를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포르투와인(포트와인)이 더 유명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세투발 모스카텔을 제일 좋아한다. 포르투와인처럼 강화와인으로, 보통 디저트로 마시는데 소화가 잘 안되거나 잠이 안 올때 보통 와인잔보다 작은 잔에 따라서 마시면 매실주를 마신 것처럼 속이 편안해진다.

(사진 : 주제 폰세카 와이너리)


밥을 먹고 와이너리 구경도 했다면, 이제 바다로 갈 시간. 아하비다 국립공원을 따라 갈라피뉴스(Galapinhos), 아하비다(Arrabida), 세짐브라(Sesimbra) 모두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변이다. 나는 포르투갈에서 인연을 맺게된 언니네 커플과 함께 세짐브라에 묵었다. 숙소가 콘도식 아파트를 렌트하는 에어비앤비라, 콘도 뒷문으로 해변까지 바로 가는 프라이빗 통로가 있었다. 포르투갈 여름생활 선배인 E 언니가 알려준 해변 필수품 ㅡ 파라솔, 비치타올, 시원한 커피를 담은 텀블러, 그리고 해변에서 읽을 책. 그리고 그날 저녁 언니가 요리해준 세짐브라 수산시장에서 바로 잡아와 올리브유로 요리한 갑오징어 볶음 역시 오랫도록 기억되는 추억의 한 페이지이다.




세짐브라에서 서쪽으로 더 가면 세투발의 땅끝마을인 에스피쉘(Espichel) 곶이 장관이라고 한다. 세투발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가까운 섬 트로이아(Tróia)로 갈 수도 있다. 그곳엔 고급 리조트가 많아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난다고. 또 세투발 시내의 관광안내소에서 안내를 받아 배를 타고 돌고래 투어도 할 수 있다. 갑오징어 튀김을 먹으러는 꽤 자주 왔지만, 세투발 근처 해변은 리스본에서 가까운데도 자주 못가게 되었다. 어차피 내년 여름도 있으니, 언젠간 다시 와서 해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해외에 살아도 첫해가 아니면 여행을 부지런히 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미 고정된 일상이 생기고, 휴가를 낼 형편이 마땅치 않고, 스스로도 타성에 젖어 여행을 가겠다는 마음을 먹기부터가 어려워졌다. 리스본에서 가까우니 자주 오게될 줄로만 알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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