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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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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나따 Mar 12. 2022

아빠의 말 - “이제 니 고생 시작이다”

나는 겉보기에는 사춘기를 겪지 않았는데, 그것도 부모님이 좋게 기억해주셔서 그렇게 미화된거고,  시골에 산다는 컴플렉스 때문에 엄마 아빠에게 앙칼지게 대하고 못된 말도 많이 했던  같다. 사춘기를 겪으며  나름의 방황으로 기숙사 학교로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사생활이 없는 대가족 사이에 살면서 언제나 나만의 공간을 갖고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과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처음 기숙사에 들어가던 날, 엄마는 그 때 병원에 계실 때라 나랑 아빠랑만 차를 타고 대구에 있는 학교로 갔다. 그 땐 한창 사춘기라 지금처럼 아빠한테 살갑게 대하지도 않았고, 아빠도 처음 키워보는 사춘기 딸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서투셨을 때인데, 그렇게 어색하게 한시간 쯤 차를 타고 갔다.


내리기 직전에서야 아빠가  마디를 하셨는데,  것도 아닌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제  고생 시작이다"


기억이란  정확하지 않아서   고모가 같이 갔었는지, 아니면 아빠랑 둘만 갔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런데 아빠가  말씀을 하셨을 때만은 차에 우리  둘이었던 같다. '선생님 말씀  들어라' 아니고, '공부 열심히 해라' 아니고,  누구  남의  이야기하시  .


거칠고 무뚝뚝한 아빠의 말 속에 느껴지던 나를 향한 진심. 어리고 여린 딸이 앞으로 겪어야 할 차갑고 시린 세계. 또 내가 커 갈수록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점점 적어지는 서운함. 아빠는 내가 '화이팅!'이라는 단지 희망에 찬 구호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나름의 혹독한 시간을 보내리라 알고 계셨던 거다. 또 편한 길을 놔두고 굳이 그런 선택을 하는 나의 기질도. 그렇기에 그 무심한 말이 오히려 "사랑한다, 우리 딸. 여기에서도 언제나처럼 결국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라는 말로 굳게 들렸다.


아직도 삶의 굵직한 시작들 앞에서 심호흡을 하면 아빠의 음성이 들려온다. 드라마의 회상씬이나 나래이션처럼. "지은아, 이제   고생 시작이다" 그러고 나면, 딸의 선택을 이해해주고 딸의 고생을 위해 당신의 수고를 마다않는  든든한 지원군이 세상에   있다는 진실에 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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