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바다 2. 에리쎄이라 (Ericeira)
같이 살고 있는 조나단 아저씨와 이자벨 아주머니는 더위를 유독 많이 타신다. 바닷가에서만 살아오신 분들이라 리스본 같은 도시의 더위를 유독 견디기 힘들어 하신다. 더워서 밤에 잠을 잘 못 주무실 정도라서, 주말이면 1시간 반 거리, 에리세이라(Ericeira)에 있는 풍차 별장으로 피서를 떠난다. 풍차 별장은 예전에 실제로 풍차로 곡식을 빻던 풍차 건물을 내부 리모델링을 해서 별장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이 동네엔 구식 풍차를 내부 리모델링한 숙소들이 꽤 있다. 에어비앤비에도 미리 예약을 하면 묵을 수 있다.) 리스본에서 한 시간 정도 해안가를 따라 올라가는 길엔 아직도 현대식 풍차가 많다. 어마 무시한 대서양 바람이 정통으로 불어오기 때문에 실제 발전에 풍력발전 비중이 높기도 하다.
나도 초대를 받아 아주머니 아저씨와 같이 풍차 별장에서 지내게 되었다. 풍차의 이름은 무려 Senhor Jeronimo(미스터 제로니무). 풍차 위층에 방이 하나, 아래층에 옆에 새로 지은 방이 하나, 그리고 가운데 화장실과 주방이 있는 나름 알찬 구성의 집. 무더위의 리스본 시내와는 다르게, 바닷가 근처라 바람이 매우 세다. 한여름에도 긴 옷이 필수. 단점은 너무 습하다는 점. 그래서 챙겨간 여름옷은 하나도 못 입고, 혹시나 싶어서 들고 간 긴 츄리닝 잠옷만 내내 입었다. 바람 불고, 흐리고, 습하고. 여기가 진정 포르투갈인가.
에리세이라 시내에는 해수욕을 할 수 있는, 보다 파도가 잠잠한 바다가 있다. 이 해변 윗길로 담장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이 모두 담장에 팔을 걸치고 엉덩이만 삐쭉 내밀며 바다를 내려다본다고 해서 '엉덩이 담장'이라 불린다. 포르투갈은 어딜 가나 마을마다 지역디저트가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의 황남빵, 통영의 꿀빵과 같은) 이곳 에리세이라는 성게모양을 한 성게빵을 판다. 붕어빵처럼 안에 성게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에리세이라는 해수욕을 위한 해변보다는 큰 파도가 치는 서핑용 해변이 더 많다. 아줌마 아저씨와 바위에 앉아 서퍼들을 구경하면서, 아줌마는 서핑에 대해 알려주었다. 서핑을 할 때는 바다의 한 곳을 응시하다가 파도가 잠잠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부터 파도를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그리고 일곱 번째 파도를 탄다. 보통 일곱 번째 파도가 제일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 주의점은 반드시 한 곳을 응시해야 한다는 점. 여기 봤다 저기 봤다 하면 파도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한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파도를 세보았지만, 이론처럼 쉽지 않았다. 늘 일곱 개로 딱 떨어지지 않았다.
대서양은 한국에서 살다 온 내겐 먼 바다였다. 막상 마주한 대서양은 생각보다 거칠고 차가웠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한 땐 이 바다를 무서워하고, 한 땐 이 바다를 동경하고, 한 땐 이 바다로 도전하고, 지금은 이 바다를 나름의 방법으로 셈하며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