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바다 4. 알렌떼쥬(Alenjeto)
포르투갈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름 휴가지로 크게 알렌떼쥬 파와 알가르브 파로 나뉜다. 알가르브는 워낙 예전부터 북유럽인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니 그 명성을 말할 것도 없고, 알렌떼쥬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은 훨씬 조용하고 현지인들이 찾는 곳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알가르브를 다녀왔다는 말에, 친구 N이 자기가 정말 포르투갈의 바다를 보여주겠다며 알렌떼쥬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직접 가보니 알렌떼쥬 지역의 해변들은 대서양을 따라 탁 트이고 광활했다. 문제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더운 곳인 만큼, 이글이글한 더위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
아버지가 캠핑커 사업을 하시는 친구 덕에 캠핑카를 타고 우리는 세 군데에 해변에 갔다. 맨 첫 목적지는 캠핑카 주인 친구의 가장 좋아하는 해변, 콤포르타(Comporta), 이튿날은 작은 복숭아 섬을 갖고 있는 복숭아나무섬 해변(Praia da Ilha Pessegueiro), 셋째 날은 파두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개인 별장이었던 아말리아 해변(Praia da Amália). 맨 첫 목적지만 갖고 출발한 캠핑카 여행이었고, 나머지 일정은 말 그대로 발 가는 대로 그때그때 정했다.
특히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프라이빗 비치였던 곳은, 차에서 내리고도 여전히 한참을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야 했다. 해변 옆으로는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도 작게 있었다.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리면 이런 해변을 소유할 수 있는 걸까. 대저택을 꾸미고 산 귀족보다, 이런 해변을 사유지로 섰던 유명 가수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길에서 다른 캠핑카를 만나면, 마치 버스 기사님들이 다른 기사님께 인사를 하듯, 손을 반갑게 흔드는 것이 에티켓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캠핑카를 만났다. 대낮에 해수욕을 하고 나면 밤에는 캠핑카로 돌아와 한국식 술 게임을 알려주고 포르투갈식 카드게임을 배웠다. '똥구멍의 눈'이란 게임이었는데, 이긴 사람 순서대로 계급이 정해지고, 높은 계급일수록 다음 판에서 좋은 카드를 받고 낮은 계급은 좋은 카드를 높은 계급에게 바쳐야 하는 매우 잔인한 게임이었다. 낮에는 평화로운 무릉도원, 밤에는 얄짤없는 승부의 세계를 넘나들며 가장 더운 알렌떼쥬 해안가를 따라 종단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알렌떼쥬 해변을 '성 비센트 해안'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금은 리스본의 수호성인이 된 성 비센트(St. Vicent) 성인이 아프리카에서 순교를 했는데, 포르투갈의 초대 왕인 아퐁소 엥히끄(Afonso Henrique)왕이 그의 시신을 리스본 시내의 성당으로 모셔와 안치했다. 그 과정에서 까마귀 두 마리가 나타나 비센트 성인의 시신이 담긴 배를 호위하듯 인도하며 길을 알려주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 길이 지금의 성 비센트 해안인 것이다. 리스본 알파마 지구의 '성 비센트 드 포라(São Vicent de Fora) 성당'에 그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고, 리스본 시의 문양이 배 양쪽에 까마귀 두 마리가 한 마리씩 앉아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