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바다 5. 신트라(Sintra)
가이드와 통역으로 학비를 벌며 생활하던 나. 그해 봄엔 유독, 신트라로 일을 하러 가는 날이 잦았다. 신트라하면 리스본에서 기차로 1시간, 페나성, 무어성, 신트라성, 켈루즈성 등등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만 여러개, 땅끝마을인 호카곶과 아름다운 절벽마을 아제냐스 두 말(Azenhas do Mar)로도 유명한 관광지이니, 가이드 일을 하러 자주 가는 것도 이상할 것 없는 일이지만, 심할 때는 일주일에 세번씩 가기도 했으니 유독 인연이 잦았다. 그런데 갈 때마다 질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곳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이었다. 특히 신트나 시내에서 아제냐스 두 말로 가는 동네가 꼴라르스(Colares)인데, 울창한 가로수길을 따라 한참 가다가 바닷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이런 곳에 애인과 한 일주일만 살고 싶다, 고 작은 염원을 저절로 키우게 되었다. 특히 그 해 개봉한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이란 영화 속 이탈리아 북부의 휴가지는 더욱 나의 신트라 드림에 불을 붙였다.
신트라 시청 쪽에서도 늘 홍보하는 문구가 "로맨틱 시티, 신트라"이다. 연인들이 주말에 자주 찾는 낭만적인 도시라는 의미와, 실제로 낭만주의(Romanticim)의 배경으로도 많이 쓰이고, 영국의 바이런 시인과 같은 유명 낭만주의 작가들이 사랑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귀족이나 부자들이 리스본 시내의 더위를 피해 시원한 신트라에 여름 별장을 짓고 살았는데, 과연 부자들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바다 있고, 산 있고, 지금은 근사한 성과 별장들까지 관광할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온다면 리스본 보다 신트라에 숙박을 잡을 것이다.
여러 볼거리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을 꼽자면, 헤갈레이라 별장(Quinta da Regaleira)이다. 브라질과의 무역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19세기 부호의 아들이 고향인 포르투갈에 지은 별장. 봄여름이면 특히 별장 한 가득 각종 이국적인 꽃나무들이 만개한다. 워낙 미로처럼 지어진 곳이라 길을 잃기 쉽지만, 또 그것이 이곳의 매력이다. 19세기 당시 왕정파와 의회파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보다 진보적인 의회파에 영향을 준것이 바로 영국에서 건너온 프리메이슨인데, 이 별장의 소유주였떤 까르발류 역시 프리메이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다.
나의 작은 염원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일이 아닌 온전한 휴가로 신트라에 머물게 되었다. 절벽마을로 유명한 아제냐스에서 바다를 따라 좁은 비포장길로 걷다보면, 신트라 트램의 종점인 사과해변이 나온다. 그 아래로 쁘라이아 그란드(Praia Grande, Big Beach)와 쁘라이아 삐께나(Prais Pequena, Small Beach) 등 해수욕 하기 좋은 해변들이 줄이어져 있다. 엘리오와 올리버 부럽지않은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