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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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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나따 Apr 17. 2022

아빠는 거짓말쟁이

(1999년 1월 10일)

(아빠와의 추억을 재구성하여 아이의 시선으로  가상일기입니다)



아침에 쿨쿨 자고 있는데 아빠가 우리를 깨웠다.

"야들이 눈 온다, 눈!!!"

"진짜?"

하면서 일어나보니 눈은 커녕 해가 쨍쨍했다.

 나와 동생들은 "아~ 아빠 뭐야~~"하면서 다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다시 깨웠다.

"일어나서 인제 아침 먹어야지!"

그렇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았다.

"억지로 깨우면 더 일어나기 싫단 말이야!!!"


아침 잠이 많은 삼남매와 아침 일찍 우리를 깨우려는 아빠와는 매 주말 아침마다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특히 따듯한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은 겨울이면 아빠는 "눈 온다!"라는 거짓말로 우리를 깨웠다. 아빠의 거짓말이 계속 되자 우리도 아빠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아빠는 어느새 양치기 소년이 되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들아 눈 온다! 일어나라봐라! 참말이다!!"

나는 잠결에 그말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

'또 우리를 깨우려고  거짓말하는 거겠지.'

나는 이미 잠이 깼지만 이불 속에서 눈을 꼭 감고 누워있었다.

우리가 별 반응이 없자 아빠는 우리를 더 이상 깨우지 않으셨다.

나는 아빠가 포기하셨나보다, 하고 더 누워있었다.

바깥에서는 아빠가 무슨 일을 하시는건지, 망치로 뚝뚝딱딱 두르리는 소리가 났다.



몇십분이 지나서 아빠가 다시 방으로 들어오셨다.

우리를 한명한명 깨우시면서, "야들아, 진짜로 눈 엄청 많이 왔다." 라고 말씀하셨다.

'이번엔 진짜인가?' 반신반의하며 동생들과 일어나서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우와~~~~"

온 마을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막내 동생은 꼭 강아지처럼 뱅뱅 돌면서 눈을 밟았다.


아빠는 썰매를 가져오셨다.

"아빠가 방금 만들었다."

알고보니 아빠는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 얼음썰매를 만드신 것이었다.

나무 판대기 아래에 기다란 나무 막대를 덧대 바닥을 만들고, 손잡이로 쓸 나무막대엔 못을 박아 두셨다.

"아싸~~ 썰매타러 가자."


우리는 옷을 따뜻하게 고쳐입고 뒷마을 안골에 얕은 개울로 갔다.

안골 굴다리 밑에는 우리가 썰매타기 딱 좋게 얕은 물이 꽁꽁 얼어있었다.

동네에 아이는 우리밖에 없었으므로 경쟁자도 없었다.


아빠가 만든 나무썰매위에 올라 쪼그려 앉으니, 나의 몸집이 딱 썰매 만했다.

우리는 아빠가 만들어준 썰매로 열심히 얼음 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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