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첫 달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한 두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실컷 비행기 끊어서 포르투갈까지 왔더니 학교에 등록이 안되어 있는 행정 문제와, 세 주 넘게 살 집을 못 구해서 홈리스로 살아야 했던 거주 문제였다.
도착 후 짐을 풀고 첫 월요일이 되어 학교 위치도 파악할 겸 학교에 갔다. 첫 주에 등록금도 내야 하고 메일로만 보냈던 석사 졸업증도 원본을 제출해야 했다. 그런데 행정실 직원이 내 이름으로 등록된 신입생이 없다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내가 한국에서 입학금을 내고 영수증 사본을 보내지 않아서 등록이 안 되었다는 것.
한국에선 등록금을 계좌로 보내면 자동 일괄 처리되는데, 포르투갈에서는 반드시 다시 사무실에 영수증을 제출해야만 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여기 시스템이 20세기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엔 너무 황당했다. 얼굴도 모르는 학과장 교수님에게 사정 메일을 보내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동생에게 은행 업무를 부탁하고, 나는 너무 황당해서 한인민박 침대에 옆으로 누워 눈물만 흘렸다. 한국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농담처럼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한 달 뒤에 보자'했는데, 정말 그 말대로 되는 게 아닐까. 실컷 비행기 타고 왔더니 입학이 안되어 있는 상황이라니.
무엇보다 날 힘들게 했던 건 행정실 직원의 그 차가운 표정. 한국도 대학교 행정직원들은 사무적이고 딱딱한 태도로 유명한 직업군이지만, 포르투갈은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퉁명스럽다. 딱히 악의가 있어서라기 보단,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과하게 웃거나 친절을 먼저 베풀지 않는다. 한국에선 서비스직에게 요구되는 과도한 친절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심하지만, 포르투갈은 좀 반대. (물론 친절한 사람들은 또 친절하다.) 지금은 그 직원이 내게 악감정도 없고 그냥 자기 할 일만 할 뿐이라는 걸 안다.
돌아보면, 인생이 걸린 문제까진 아니었다. 그때 입학 못했더라도 그냥 포르투갈 한 달구경 잘하다가 한국 돌아가도 되고, 어학 코스만 들으면서 언어 실력 쌓았어도 됐다. 지금 한 발짝 뒤에서 돌아보면 엄청 큰일까지는 아니었는데 그때는 들고 온 가방을 한 번에 도둑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해리포터 2편에 나오는 것처럼, 나에게도 도비 같은 존재가 있어서 내 입학을 어떤 말 못 할 이유로 뒤에서 막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수가 없어...라는 망상마저 들었다.
지금은 만약에 그런 도비 같은 존재가 있었다면 큰절을 올려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