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양이를 무서워해요

by 헤나따

집.



이렇게 슬픈 단어일 줄 몰랐다. 개강을 했는데도 집을 못 구해서 호스텔에서 공부했다. 슬프고 서러웠다. 한국에서 월세살이에 이골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타지에서 집이 없으니 죽을 맛이었다. 그땐 아는 사람도 없고 친구도 없어서 잠깐 신세 지며 머물 곳 조차 없었다. 처음엔 한인 민박에서 지내다가 나중에 리스본에서 가장 싼 호스텔로 옮겨 지냈다. 내 고향 복내동에 가면 언제나 당연히 있던 나의 집, 나의 방. 이렇게 길거리에는 많은 건물이 있는데 진정 내가 살 방 한 칸 없다는 것인가. 엄마가 사흘 안에 집 구할 거라고 했으니 믿어볼 밖에.



그렇잖아도 방을 하나 보러 가기로 한 날. 그런데 느낌이 좋진 않았다. 주인아주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나를 반기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집에 고양이를 키운다고 했다. 나는 사실 고양이를 매우 무서워했다. 고양이라는 단어조차 발음하면 소름이 쫙 돋고 그림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근데 일단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차지가 아니니까 일단 가보자.



집은 매우 좋았다. 지하철역과 마트와 학교가 가깝고 9층이라 경치도 좋았다. 방에 개인 화장실이 있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고양이라니. 막상 아주머니가 걱정하시는 건 강아지였다.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두 마리를 기르셨는데, 강아지들이 송아지만 했다. 과장이 아니다. 진짜 송아지만 하고 반갑다고 흔드는 꼬리에 맞으면 엄청 아프다. 개들이 너무 커서 내가 무서워할까 봐 아줌마는 걱정하셨지만 강아지들은 귀여웠다. 아프지만 귀여웠다. 문제는 고양인데... 나는 좀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하고 나왔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그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이자벨 아줌마와 조나단 아저씨와의 생활. 내가 포르투갈 가족이라고 부르게 된, 오래오래 그리워하게 될 나의 사람들을 만났다.

20161104_191332.jpg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회색고양이 피콜레와 내 밥먹는 시간 밥동무가 되어준 마홍


그러면 고양이공포증은 어떻게 됐냐고? 고양이 공포증을 극복하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 도착해서 짐 풀고 잠자고 일어난 다음날.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내 문 앞에 딱 앉아서 나를 맞이해주던 피콜레와 마홍. 누군가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반갑게 맞아준 건 너희가 처음이야 얘들아. 그날부터 나는 열심히 고양이와 친해지는 방법을 인터넷에 검색하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눈을 빤히 쳐다보면 안 되고 눈키스를 해야 하는구나. 만지기 전에는 손을 뻗어서 코 쪽에 갖다 대고 만져도 좋다는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하는구나. 집사가 되는 신세계. 포르투갈에 와서 이것저것 내게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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