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유학을 올 때 너무 한번에 환경이 바뀌면 서글플까봐 한국에서 보고 있던 미드 <오피스>를 포르투갈에 와서도 계속 그걸 봤다. 뭐 하나라도 한국에서 하던 걸 포르투갈에서도 계속 하면 마음의 안정을 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국에서부터 일부러 천천히 아껴보았다. 그 당시에는 꽤 재밌게 봤는데 지금은 <오피스> 드라마를 생각하면 드라마 내용은 생각이 안나고 그 때 호스텔에서 혼자 이어폰 끼고 보면서 느꼈던 어색함과 쓸쓸함만 생각난다.
글로벌 시대에 나의 향수를 달래주는 것은 한국인의 매운맛 뿐만 아니라 미국의 프랜차이즈이다. 여기서도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정도는 구할 수 있는데 아무리 내가 어설프게 집에서 한식을 해먹어도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그 맛은 못낸다. 그래서 한식으로는 향수가 늘 부족하게 채워진다. 오히려 스타벅스나 버거킹에 가면 한국에서도 먹던 바로 그 규격화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야구팬인 남동생이 해준 이야기로는 일본의 이치로라는 야구선수는 항상 시합전에 맥도날드만 먹는다고 한다. 아무리 외국의 어디 다른 도시로 원정 경기를 가더라도 맥도날드는 항상 같은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컨디션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나는 그와는 다른 이유이지만, 한국에선 굳이 안 찾아먹던 빅맥이 가끔씩 땡길 때가 있다. 똑같은 인테리어, 똑같은 메뉴들 때문에 내가 좀 더 익숙한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물론 포르투갈 맥도날드에서 파는 포르투갈식 스프인 깔두 베르드(Caldo Verde)는 아직 좀 낯설긴 하다.
유럽에서 살면서 스타벅스가 세 개나 있는 도시에 산다는 것도 축복이다. 아이스커피 보기가 어려운 이곳에서 에어컨 빵빵하고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하면 여기가 리스본인지 광화문 어딘가인지 분간할 수 없어진다. 게다가 포르투갈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가 단돈 2유로. 물론 스타벅스니, 맥도날드니 하는 것도 처음 외국에서 적응할 때 이야기다. 만 3년이 넘어가니 나도 이제는 포르투갈식 삶에 더 익숙해져서 리스본 시내에 또하나의 스타벅스가 생긴다는 소식이 마냥 반갑게만은 느껴지지 않는 현지인스러운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