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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사고 카페를 끊다

by 헤나따

1. 그동안 왜 책상을 살 생각을 못했지?


독립을 한 친구의 오피스텔에 집들이를 갔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면서 만족하는 친구는, 월세가 아까운 게 아니라 월세 내는 날이 다가오는 게 아깝다고 했다. 그만큼 새 집에서의 하루하루가 만족스럽다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친구의 새 집도 이쁘고 창문 밖 경치도 좋았지만, 내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친구의 책상이었다! 깔끔한 디자인의 원목 책상과, 그 옆에 책상과 키를 딱 맞춘 책장. 개인 연구실 같은 분위기의 책상.


친구네 집들이를 다녀와서 한 달을 책상, 책상 노래를 부른 끝에 나도 나의 드디어 책상을 마련했다.


내 직업이 대학원생이고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게 주요 하루 일과인데, 왜 나는 그동안 책상을 살 생각을 안 했을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2년마다 집을 옮겨야 하는 셋방 신세였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한국 원룸에는 옵션으로 책상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책상보다는 식탁 겸 간이 책상으로 쓸 수 있는 접이식 책상을 주로 썼다.


그리고 '원래 집에서는 공부하는 거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장비가 갖춰지면 달라질 수도 있는 얘긴데, 난 투자해 볼 생각은 하지도 않고 매번 보따리장수처럼 이 카페 저 카페 전전하면서 공부하는 게 나의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2. 지금 쓰는 책상, 높이는 괜찮으세요?


보통 시중에 판매되는 책상은 높이가 73~75cm 정도이다. 나는 키가 작은 꼬꼬마라 이런 책상에 앉으면 늘 발이 뜨고 어깨가 너무 아팠다. 내가 공부하기 싫은 이유가 책상이 높아서였구나. (아님)


인터넷에서 내 키를 입력하면 적절한 책상 높이를 계산해주는 사이트들이 있다.


https://www.thehumansolution.com/ergonomic-office-desk-ergonomic-chair-and-keyboard-height-calculator/


여기에서 인치를 metrics로 바꾸고 확인해보면 된다.


그럼 내 결과는 요렇게 나온다.


(이미지 스크린샷 출처 : https://www.thehumansolution.com/ergonomic-office-desk-ergonomic-chair-and-keyboard-height-calculator/)


내 키에 맞는 이상적인 책상 높이는 58cm. 그러니까 시판 책상보다 15센티나 차이나는 높이다. 사실 58cm 높이의 책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청소년 책상을 적극 고려해보기도 했다. 아니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도 옵션 중 하나였다. 디자인, 가격을 따려 고른 모델은 이케아 폴 책상이었다.


https://www.ikea.com/kr/ko/p/pahl-desk-white-s19245106/

(와... 세일하네^^)


어린이 책상이고, 3단계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키가 계속 자라니까^^

이미 다 자란 나는.... 가장 낮은 높이 59cm가 적절하다고 하니... 뭐 높일 일은 없을 것 같다^^

근데 막상 해보니 59는 너~무 타이트한 느낌이 확실히 있어서 66cm로 조립을 했다. 그럼 발이 달랑달랑 거리겠쥬?? 그럼 발받침대라는 걸 쓰시면 됩니다.


난 발받침대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종류도 원목, 쿠션, 각도 조절 등등 다양하다.

(이미지 출처 : 구글 검색)


최근 서서 작업할 수 있게 나오는 책상도 많은데 난 막상 사도 많이 안 쓸 것 같아서 고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바른 자세를 위해 그런 옵션도 고려중이시라면 이케아 제품 중에는


- 베칸트

- 스카르스타


등의 제품이 스탠딩까지 높이 조절 가능하다.




3. 바른 각도에서 바른 자세가 나온다


책상 높이 조절 다음으로 내가 꽂힌 것은 각도 조절이었다.

모션데스크라고 해서 전자동으로 높이 조절이 되는 제품은 거의 백만 원 상당의 고가부터, 청소년용으로 50만 원대까지 나온다. (공홈 가격)

https://www.iloom.com/product/detail.do?productCd=HSMD114

https://www.iloom.com/product/detail.do?productCd=HSK124BS


고가의 모션데스크가 아니면 각도 조절은 대부분 청소년용 책상이었다. 나도 일룸이나 리바트에서 나오는 청소년용 각도 조절 책상을 서치하고 거의 사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초5인 사촌동생이 바로 저 링키플러스 책상을 샀다며 브이로그를 찍어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요즘 초딩들은 요렇게 노는구낭.. 귀엽당 ㅎㅎ) 막상 보니 정말 초딩꺼를 사야 하나.. 싶기도 했고, 각도 조절 기능을 얼마나 야무지게 뽕뽑으면서 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나는 직업 특성상 노트북 작업도 작업이지만 책도 많이 읽고 노트필기도 많이 하기 때문에 각도 조절 기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때 발견한 것이!!!



바로 이 2단 독서대였다. 생각보다 넓어서 사고 보니 책상(1200)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만족. 아래단은 최대로 낮춰서 노트 필기를 할 수도 있고, 노트북을 올려놓고 쓸 수도 있다. 위칸에는 책을 올려두고 볼 수 있다. 번역 업무가 필수인 나의 작업대로는 아주 완벽했다. 게다가 최소 40만 원 생각하던 각도 조절 기능을 배송비 포함 3만 원 이하로 해결하다니. (여기저기 서치 해본 결과 예스 24가 가장 저렴했다.)



4. 책상 바꾸고 뭐가 달라졌나요?


남들이 '디지털 유목민' 어쩌고저쩌고 할 때 속으로 코웃음 치며 "내가 진정한 디지털&아날로그 노마드다"라고 정신 승리하던 나는야 사무실 없는 대학원생이었다. 카페를 전전하며 하루에 한 잔 커피 마시는 것이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자 그날의 수혈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매일 카페로 출근하는 내게 동생은

"언니, 또 카페가? 그 돈으로 차라리 옷을 사. 옷은 남기라도 하지."

하며 혀를 찼다.


내 키에 맞는 책상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오래 공부할 수 있는 지금, 더 이상 공부하러 카페로 가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약발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단지 새 책상 산지 얼마 안 돼서 그 재미에 책상으로 자주 출근하는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책상을 쓰면서 느낀 이유모를 불편함들에 다 불편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이번 책상 소비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내 높이에 맞는 책상, 팔꿈치 각도, 거북목이 되지 않기 위한 적절한 각도 등등. 생산성과 효율성이 매우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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