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zy canvas Apr 30. 2022

[월간 딜라이트_텃밭일기] 2022.04

자연은 나보다 부지런하다. 


4월에는 텃밭에 따로 옮겨 심은것들은 없었다. 옮겨 심을 모종들을 키우는 중이긴 하지만 노지에 옮겨 심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이다. 늦서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이, 토마토와 같은 여름 작물들은 서리를 맞으면 버티지 못하고 잎이 얼어버리기 때문에 4월 말 - 5월 초까지는 노지에 심어 주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아직까지 텃밭에 옮겨 심은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월동 작물들이 열심히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었고 심지어 벌써 수확까지 한 작물들이 있었다. 

3월이 이제 막 초록 빛을 보이기 시작한 달이라면 4월은 꽃도 피고 수확도 할 수 있는시기 - 본격적으로 텃밭이 분주해지는 시기이다. 


2022.04 텃밭 풍경

 구근 식물

하나 둘 심다보니 어느덧 텃밭에 구근식물 종류가 꽤 된다. 튤립, 수선화, 알리움 기간티움, 알리움 드럼스틱. 이 아이들은 한번 심고 잘 관리하면(사실 딱히 관리 해 주는 것은 없지만) 매년 겨울을 보낸 뒤 봄에 꽃을 피워내기 때문에 심심한 텃밭에 포인트가 되어 준다. 


텃밭에 피고 있는 튤립

튤립

튤립 구근들이 올라오더니 꽃을 피웠다. 5개의 구근을 심었는데 촉은 8개 정도가 올라왔다. 지난 여름동안 열심히 자라더니 분구를 한 모양이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꽃을 많이 보나 했지만 꽃은 여전히 5송이만 피었다. 자구들이 꽃을 피울만큼 영양분을 많이 모으지는 못한 것이다. 

튤립은 색이 화려하고 꽃 모양도 예뻐서 좋지만 개화기간이 길지 않아서 매우 아쉽다. 화분에서 곱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노지에서 바람을 그대로 맞게 해서 그런가 개화한지 일주일정도만 지나면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찰나의 아름다움은 이럴때 쓰는 말인가. 


탐스러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알리움

알리움

순전히 호기심에서 구입했던 알리움 구근 1개가 해를 거듭해 분구해서 작년에는 2개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촉이 6개 정도 나왔는데 새로 나온 촉은 꽃을 피워 내기에는 아직 영양분이 부족했나보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꽃은 두개 뿐이다. 4월 초만 하더라도 크게 자란 잎만 보였는데 중순이 넘어가니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 보라색의 크고 탐스러운 꽃이 피웠는데 이 알리움 꽃은 내 텃밭에서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올 가을에는 자구들 몇개를 캐 내어서 엄마에게 보내볼까 . 


색의 대비가 더 예쁜 수선화

수선화

수선화는 작년 4월말 모종을 구입하여 텃밭에 심어 주었던 것이다. 씨앗이나 구근부터 키운것이 아니면 종종 심었는지 조차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수선화가 그랬다. 4월이 되어서 촉은 올라오는데 수선화였는지 꽃대가 올라오기 전까지 몰랐다. 씨앗은 심고,  옮기고, 싹이 나는걸 보고 또 그걸 기록하면서 '아 내가 이걸 심고 키웠구나'하며 기억하는데 모종으로 구입한것은 한번 옮겨 심고는 끝이기 때문에 잘 기억을 못했던 것이다. 이런 무심함에도 불구하고 여름 내내 양분을 비축해 월동한 수선화가 참 고맙다. 작년에 2개의 모종을 심었는데 올해는 분화를 해서 꽃 세송이가 피었다. 


허브

사실 내 텃밭에 자라는 대부분의 허브의 시작은 매우, 매우 비루하다. 비루하다고 표현해서 미안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이사 오기 전에 예전 텃밭에서 키우던 허브 줄기를 급하게 뜯어와서 물꽂이해서 키운 것인데 그것도 노지에서 이미 서리를 맞은 아이들을 뜯어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해 물꽂이로 잘 뿌리를 내려 주었고 해를 거듭할 수록 풍성해져 매년 여름 한쪽 텃밭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는 아이들이다. 

*민트류의 허브들은 번식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밭을 점령 당하고 싶지 않으면 구역을 제한 해 주어야 한다.

https://lifeisdelight.tistory.com/753


월동한 허브 -오른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레몬밤, 차이브, 캣닢, 애플민트

캣닢

캣닢은 씨앗부터 시작했는데 계속해서 풍성히 자라지는 못햇다. 자라다가 다른 풀들에 밀려 죽고 다시 심어서 키우기를 반복 했다. 그러다가 지난 겨울 캣닢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줄기 밑둥을 화분에 따로 옮겨 심어 주었더니 올해는 월동을 하여 벌써부터 잎을 큼직큼직하게 내기 시작했다. 수세가 장난이 아니어서 한번 솎아주기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동생이 유기묘를 입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심 쓰듯이 한웅큼 뜯어서 선물로 보내준 캣닢. 


애플민트

잡초가 너무 싫고 대신 그 자리에 향기나는 무언가를 심고 싶다면 주저 없이 애플민트를 추천한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그 일대를 잡초보다 빠르게 장악해 자라나기 시작한다. 하나의 삽목 줄기로 시작한 애플민트인데 지금은 잡초 우범지대를 장악해버렸다. 애플민트 말고 차라리 페퍼민트를 심을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많이 자랐다. 애플민트의 특유한 향 때문에 음식 재료로는 거의 쓰이지 않고 가니쉬 정도로만 활용할 수 있어서 안타까운 상황. 그래서 대부분 리스를 만들거나 잎을 태워 향을 내는데 사용 중이다. 

https://lifeisdelight.tistory.com/557


레몬밤

애플민트와 함께 잡초가 말썽인 담벼락 옆에 옮겨 심어 준 레몬밤인데 애플민트에 조금 수세가 몰리는 듯 하더니 올해는 먼저 잎을 크게 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애플민트보다 레몬밤의 그 상큼한 향기를 더 선호한다. 잎은 차처럼 물에 우려 먹어도 좋고 가루를 내어 먹어도 좋다. 레몬밤 역시 아직은 먹기보다는 태워서 방향을 하는데 주로 사용 중이다. 

https://lifeisdelight.tistory.com/534


차이브

차이브는 그동안 너무 키우고 싶었던 허브였는데 매번 파종에 실패 했었고 기껏 싹을 틔워도 금새 죽곤 했다. 씨앗을 새로 사서 심기를 반복하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작년에 드디어 모종을 구입해 화단에 심어주었다. 사실 작년에 화단에서도 그리 잘 자라는 것 같지 않길래 ' 역시 차이브는 나와 안맞나보다'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올해 월동을 하더니 매우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포기가 꽤 무성해 한번 솎아서 지인에게 나눔도 해줄만큼이 되었다. 허브들은 한번 뿌리만 잘 내리면 알아서 잘 자라주는 기특한 친구들인 것 같다. 

https://lifeisdelight.tistory.com/1042


해마다 먹거리를 주는 친구들

과일이 주렁 주렁 열리는 나무가 갖고 싶었다. 매년 씨앗을 심어 수확 하는것도 좋지만 한번 심어두면 매년 열매를 수확 할수 있는 즐거움도 누리고 싶었다. 물론 지금 사는 집은 온전히 내 집이 아니고 2년만 살고 이사 갈 예정이었기에(지금은 다시 재계약을 해 버렸지만_) 화분에 심어서 키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택한 팅커벨 사과, 블루베리, 샤인 머스캣. 물론 이 아이들 모두 노지에 심으면 훨씬 잘 자랄 아이들이지만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어서 100리터 화분에 심어 키우게 되었다. 블루베리는 작년부터 열매를 수확하기 시작했고 나머지 팅커벨 사과는 올해 수확을 할 수 있을까 살짝 기대 중이다. 


모여서 열린 블루베리꽃

블루베리

블루베리 꽃이 너무 일찍 핀게 아닌가 싶었는데 작년 기록을 보니 비슷한 시기에 꽃이 피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매가 달려 수확을 시작했는데 알도 많이 달리고 맛도 잇었다. 마음같아서는 블루베리 나무를 몇그루 심어서 키우고 싶은데 일단은 자제하기로 한다. 

수세가 강해져서 그런지 꽃이 많이 달렸었는데 비가 몇차례 온후에 다시 보니 꽃이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었다. 아직 수정이 안된 꽃들이었던것 같은데 말이다. 과연 올 여름 열매를 잘 맺을 수 있을것인가!

지난해 블루베리 수확 이야기 : https://lifeisdelight.tistory.com/1006


진분홍색의 꽃이 핀 팅커벨사과

팅커벨 사과 (기둥사과)

팅커벨 사과가 우리집에 들어온지 3년정도가 되었다. 작년에는 꽃이 안피고 잎만 무성했었는데 올해는 꽃이 피었다. 처음 꽃을 보게 되었는데 분홍 분홍하고 굉장히 화려한 꽃이었다. '드디어 우리집에도 사과가 열리는것인가!!' 기대하며 코를 가만히 대어 보니 은은한 사과 향이 난다. 팅커벨 사과는 홍로 사과와  메이폴 사과를 교배 해서 만든 종으로 과육의 색이 분홍색인것이 특징이다. 8월 중순경 수확이 가능하니 올해는 좀 기대 해 봐도 좋지 않을까. 


다른 작물보다 뒤늦게 잎이 나기 시작하는 샤인 머스캣

샤인머스켓

샤인머스캣은 다른 월동작물들 보다 늦게 잎을 틔우기 시작했다. 다른 작물들은 4월 초부터 잎이 났는데 샤인 머스캣은 가만히 있다가 4월 중순이 지나니 잎이 조금씩 보였다. 

작년에 기다리던 샤인머스캣 꽃이 피었고 열매도 제법 포도 모양을 띄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샤인 머스캣 모양이 아닌 작은 일반 포도 모양에 크기도 작은 열매가 달렸다. 알고 보니 접목한 부분 아래에서 나온 가지에서 열매를 맺은 것이었다. 대목은 야생포도였기 때문에 말 그대로 야생 포도만 달렸던 것. 

그래서 대목 부분에 자란 가지는 모두 잘라 주었다. 올 봄 접목한 부분에서 새로운 잎들이 나기 시작했다. 작년의 실수를 교훈 삼아 올해는 꼭 샤인 머스캣을 수확 해 보리라.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린 관하딸기


관하딸기

작년 겨울에 심었던 관하딸기는 기온만 적당하면 사계절 꽃이 피기에 사계 딸기라고도 하는데 이름 그대로 꽃이 수시로 피어서 딸기를 꽤 수확 할 수 있었다. 올해는 딸기꽃은 꽤 일찍부터 피었다. 벌써  꽃이 지고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는데 지금대로라면 5월부터 수확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관하딸기는 관상용 딸기이기 때문에 맛을 별로라고 했지만 실제로 키우면서 먹어보니 맛있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잎이 좀 더 크고 일년 더 자랐으니 딸기를 더 많이 내어 주길 !

관하딸기 이야기 : https://lifeisdelight.tistory.com/992


아스파라거스

씨앗부터 키운 아스파라거스가 벌써 3년차가 되었다. 2년차였던 작년에는 작게 아스파라거스 모양을 한 줄기가 몇개 나왔지만 2년차에는 수확하지 않는게 좋다고 하여 그냥 두었다. 그리고는 올해, 거짓말처럼 책에서 보던 굵은 아스파라거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번 촉이 나오기 시작한 아스파라거스는 정말 빠른 속도로 자란다. 아침과 저녁의 키가 달라서 방심하면 수확시기를 놓치게 되니 주의깊게 살펴 착착 수확해야한다. 

https://lifeisdelight.tistory.com/1041


나는 아무것도 아직 시작을 하지 않았는데 식물들은 벌써부터 자신들의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텃밭에 심고 키울 작물들은 아직 옮겨심지 않았는데 월동 작물들이 봄을 먼저 알려준 4월이랄까. 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하는 1년 작물들도 좋지만 이렇게 월동 식물들도 함께 심어주면 좀더 다양한 텃밭의 계절을 감상할 수 있다. 


#알리움 #사계딸기 #관하딸기 #아스파라거스 #샤인머스캣 #수선화 #팅커벨사과 #차이브 #캣닢 #블루베리 #애플민트 #레몬밤 #튤립 #딜라이트텃밭

매거진의 이전글 [월간 딜라이트_텃밭일기] 2022.0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