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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Oct 13. 2020

벌레는 싫지만 받아 들이기로 했다.

불과 몇년 전만헤도 텃밭을 가꾸는것은 관심 밖에 있는 일이었다. 집 앞에 작은 텃밭이 있었지만 그건 부모님의 몫이었고 굳이 내가 나서서 뭘 하고 싶지 않았다. 텃밭에 들이는 노동력을 생각하면 아무리 싸게 잡아서 방울 토마토 한팩을 사오거나 상추 한봉지를 사 오는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잡초나 벌레와 씨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텃밭을 가꿔 봐야겠다는 생각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일은 모른다고 했던가. 겨울에 읽은 책 한권으로 인해 '이런 텃밭이라면 한번 가꿔보고 싶다. 작물을 기르고 먹거리를 수확하며 나누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일하는 텃밭이 아닌 자연이 일하는 생태텃밭 말이다.

생태텃밭에서는 벌레가 더이상 존재 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물론 작물을 해치는 해충도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수의 익충이 있으며 이들은 작물을 해하는 해충을 잡아 먹고 꽃의 수분을 도와 준다. 또한 밭에 떨어진 잎사귀들이 퇴비가 될 수 있도록 잘게 부수어 주고 땅을 비옥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만약 텃밭에 벌레들이 없었더라면 꽃들을 하나 하나 수분 시키고 작물을 해햐는 벌레를 잡기 위해 때마다 농약을 뿌려야 하며 지력을 보충하기 위해 땅을 갈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는 이 작업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지만...)

텃밭의 생태를 회복시키면 사람이 아닌 텃밭의 벌레들과 다양한 식물들이 그들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비옥한 땅에서 자란 식물들은 적절한 시기에 수분을 도와주는 다양한 곤충들로 인해 많은 열매를 달게 되며 꽃과 열매는 곤충들에게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하게 되고 이는 다시 여러 곤충들을 텃밭에 불러들이는 등의 순환고리가 생기가 될 것이다.

샤인 머스캣을 큰 화분에 심어 키우고 있는데 그 아래로 사람 손가락만한 애벌레(박각시나방 애벌레)가 툭 떨어졌다. 박각시나방은 꽃의 꿀을 빨고 수분을 도와 주지만 애벌레는 잎을 갉아먹기만 한다. 예전같았으면 질색 팔색을 했을테지만 이 통통한 애벌레는 새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기 때문에 쓰레받이에 올려 텃밭 반대쪽의 수풀 사이로 던져 주었다. 이 벌레를 먹으러 온 새는 벌레를 먹고 내 밭을 구경하다고 또다른 먹이감(해충)을 발견하게 되겠지.

'세상에서 가장 싫어 하는 것은?' 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주저하지 않고 '땅에서 배가 3cm도 떨어지지 않은 동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벌레들을 싫어 했는데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들은 내가 텃밭을 더 풍성히 가꾸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텃밭과 같은 작은 밭이어도 이 시스템은 빛을 발한다. 특정 벌레를 죽이기 위해 약을 뿌린다면 그 벌레 뿐 아니라 밭에 도움을 주는 여러 익충들도 함께 죽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을 쓰지 않고 포식 곤충을 유인하는 식물을 더 많이 심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해충이 하나도 없고 익충만 존재하는 텃밭이 된다거나 모든 식물이 해충의 피해 없이 깨끗한 잎과 열매를 가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갓 수확한 식물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그런 건강한 텃밭이 되지 않을까? 텃밭도 건강하고 그 안에서 나도 건강해지는 그런 텃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텃밭에 있으면 좋은 곤충들

무당벌레 : 주로 진딧물을 먹으며 응애와 부드러운 몸을 가진 곤충과 곤충 알도 먹는다. 무당벌레의 의 성충과 유충은 하루에 50마리에서 많게는 500마리의 진딧물을 먹는다.

딱정벌레 류 : 감자벌레와 그 알, 양배추 벌레, 뿌리파리를 먹는다.

풀잠자리 : 풀잠자리의 유충은 진딧물, 쥐똥나무벌레, 총재벌레, 나방의 애벌레와 알, 진드기, 깍지벌레등을 공격한다.

벌 : 벌은 텃밭에 꼭 있어야 하는 익충 중에 하나이다. 말벌이나 쌍살벌들은 나방이나 나비의 애벌레를 사냥하며 니나니벌처럼 군체를 이루지 않는 벌은 바구미, 귀뚜라미, 나방 애벌레등을 사냥한다. 기생벌은 박각시나방같은 애벌레의 몸속이나 몸 위에 알을 낳는다. 이러한 포식성 벌의 성충은 꽃가루와 꿀을 좋아한다.

꽃등에 : 꽃등에의 유충은 진딧물과 깍지벌레 등을 먹고 산다.

이러한 익충들의 성충은 대부분 꽃가루와 꿀을 좋아하기 때문에 텃밭에 이런 곤충들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꽃들을 함께 심어 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