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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Dec 09. 2020

메리 골드 씨앗을 한웅큼,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우리 동네의 어르신들은 부지런히 밭을 가꾸시고 또 꽃을 심는다. 자신의 구역이 아닌 동네 어귀에도 계절별로 서로 다르게 피는 꽃들이 양쪽에 피어 있을 정도이다. 봄과 여름에는 금계국과 나팔꽃, 그리고 어떤 이름 모를 꽃(지금은 이름이 생각이 안나지만 너무 예뻐서 우리 집에도 심고 싶었다. )이 피어 있었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코스모스가 너무 예쁘게, 그리고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은 노란색, 흰색, 분홍색 국화가 피고 있다. 

산책 길 오가는 중에 꽃들을 감상하기도 하고 더러는 허락을 받고 몇가지 꽃씨를 얻어가곤 한다. 얼마전에는 분꽃이 예쁘게 피어 있길래 한 10알 쯤 따와서 보관 중이었다. 

그리고 전부터 눈여겨 보았던 메리골드. 마을 가장 어귀에 있는 집 울타리에는 메리골드가 한무리 피어 있다. 메리골드가 피기 전에는 양귀비가 있던 자리였는데 어느새 양귀비는 사라지고 메리골드라 무리지어 피게 되었다. 주황색과 노랑색의 꽃들이 앙증맞게도 말이다. 

메리골드를 눈여겨 보았던 이유는 메리골드가 텃밭에서 해충을 쫒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겹겹이 꽃이 피기 때문에 텃밭 가장자리에 심으면 미관상 보기 좋기도 하고 식용도 가능한 식물이다. 또한 여러해살이이기 때문에 자리만 잘 잡는다면 매년 피어나는 주황색 꽃 무리를 볼 수있다. (한해만 피고 지더라도 씨앗이 땅에 쉽게 떨어져 이듬해 싹이 난다)

사실 메리골드는 텃밭정원을 가꾸겠다고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심고 싶어했던 식물이었다. 하지만 메리골드와 금잔화를 구별하지 못하고 금잔화씨앗을 잔뜩 얻는 바람에 제대로 심어보지 못했던 아이였고 올해 심은 메리골드는 어떻게 된 일인지 꽃이 듬성 듬성 드물게 피고 있어 걱정했는데 이렇게 동네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한참을 예쁘게 피어 있던 메리골드도 날이 추워지면서 씨앗이 여물고 꽃이 말라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가 채종할 때이다. 더 늦으면 씨앗이 모두 땅에 떨어져버려 채종할 씨앗이 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집에 와 씨앗을 담을 통을 가지고 다시 가서 씨앗이 달린 통통한 씨방 10개를 톡톡 따 왔다. 

메리 골드는 씨앗을 쉽게 채종 할 수 있는 식물이다. 잘 여문 씨방을 딴 뒤 위에 꽃술 같이 붙어 있는 부분을 잡고 씨방 아랫부분을 담기면 씨앗들이 쏙 빠진다. 따로 손으로 비벼주고 할 필요 없이 당겨 주기만 사면 길쭉한 씨앗들을 얻을 수 있다.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다. 내년에 텃밭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잔뜩 심어 줄 예정이다. 올해보다 더 풍성하게 말이다. 이 아이들이 꽃을 피워서 나한테는 행복을, 텃밭에는 평화를 주는 파수꾼1 역할을 잘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맘에 드는 병에 씨앗을 담아 주었다. 



ABOUT. 메리골드

국화과 일년생(일년생이지만 씨앗이 떨어져 자연 발아가 잘 된다)

높이 : 약 30cm

노란색, 주황색, 적갈색이 함께 나타난다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약간 건조하게 키운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해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화단에 많이 심는다. 

꽃은 차로 마실 수 있으며 눈 건강과 아토피에 좋다고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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