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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Jan 14. 2021

다재다능한 딸기 키우기

1인 3역의 딸기를 키워보자. 

텃밭을 가꾸기 직전 해에, 딸기의 씨앗을 구해 작은 포트에 심어 주었다. 3월 즈음에 심었던 딸기는 6월에 싹이 나기 시작해 조금씩 자랐다.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길고 좁은 화분으로 (사실 화분은 아니고 세면대 기둥을 재활용한 것)에 옮겨 심어 두고는 겨울 동안 사실상의 방치를 해 두었다. 뭔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따로 월동 준비도 해주지 않고 물도 주지 않은 채 그냥 화분 그대로 놓아두었던 것이다.  이듬해 2월, 딸기는 죽지 않고 겨울을 보냈으며 나는 그 기특한 딸기를 텃밭 한쪽에 옮겨 심어 주었다. 정식으로 텃밭에 심은 첫 번째 작물이었다.  



지피 식물로서의 딸기  

딸기는 땅을 기어가며 자라는 식물이다. 런너라고 하는 팔을 뻗어가며 번식을 한다. 다만 꽃이 피는 시기에는 이 런너를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런너에서 새로운 뿌리를 내리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기 때문에 꽃이 피는 시기에 런너를 부지런히 제거해 주지 않으면 꽃과 열매가 잘 맺히지 않는다.  딸기를 수확한 뒤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딸기는 잎이 무성해진다. 런너의 번식도 다시 활발해지는 시기이다. 이 무렵 딸기는 텃밭의 한 구역을 뒤덮고 있을 텐데 이 사이사이에 토마토와 같은 키가 큰 작물들을 심어준다.  딸기는 흙을 덮어 토마토(딸기 사이에 심은 키 큰 작물) 아래의 흙이 마르지 않게 해 주며 지온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땅을 빼곡히 덮기 때문에 잡초가 자라는 것을 방지해 준다. 꽃도 피고, 열매도 맺고, 잡초도 억제해주는 1석 3조의 지피식물인셈이다. 


*실제로 일부 과수원에서는 지피식물로 과수나무 주위에 딸기를 심거나 클로버를 심어 주기도 한다. 


딸기의 월동  


딸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농가에서는 보통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하지만 일반 텃밭에서는 노지에서 키워 월동도 가능하다. 실제로 얕은 화분에 심어 두었던 1년생 딸기를 물도 따로 주지 않고 겨울 동안 방치 해 두었음에도 이듬해 새로운 잎을 낼 만큼 생명력이 강하기도 하다(중부지방 기준).  하지만 너무 어린 묘는 추위에 뿌리가 상할 수 있으니 실내로 들이거나 따로 월동 작업을 해 주어야 한다.    


이른 봄, 꽃을 보여주는 딸기

딸기는 3월 말부터 4월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봄꽃인 수레국화, 양귀비, 금계국 등도 보통은 5월부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이른 봄 텃밭을 아기자기한 꽃으로 장식해주는 딸기는 매우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또한 이른 봄부터 피는 꽃은 텃밭으로 많은 익충을 불러 모을 수 있다. 익충은 꽃의 수분을 도와 열매를 잘 맺게도 하지만 해충을 잡아먹거나 죽이기도 하기 때문에 딸기를 심어 작은 일꾼들을 텃밭에 일찍이 정착시켜 보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 텃밭에서 내 입으로 바로 저장!

딸기가 열매 맺기 전에는 텃밭에서 지피 식물로, 일꾼들을 모으는 영업 사원으로 열일 하지만 꽃이 지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딸기는 또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바로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달콤한 먹거리가 되는 것이다. 텃밭에서 바로 상위에 오르는 딸기를 상상해보자. 텃밭을 가꾸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것이 바로 수확 아닐까. 딸기를 직접 수확하는 상상,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ABOUT. 딸기

장미과 딸기 속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

꽃말 : 애정, 우애, 우정, 존중 등 

호냉성 열매채소로 서늘한 기후에 강하다. 

생육 온도 : 17도 - 20도

배수가 잘되면서 너무 건조하지 않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런너를 제거해주어야 실한 열매들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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