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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아지보다 복잡하고 재미있다.
나 연구 포장지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바라보는 법

by 따뜻한 수첩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 작은 녀석들의 사랑스러움은 우리의 마음을 단번에 무장해제 시킨다. 강아지를 관찰해 보면 귀엽고 신기해서 흥미로운 순간들이 참 많다. 개의 탈을 쓴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 같은 행동을 할 때도 있고 인형처럼 귀여운 외모를 가진 녀석에게도 동물의 본능은 남아있구나 싶을 때도 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은 강아지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존재다. 그렇다면 강아지보다 몇 만 배나 흥미로운 존재가 바로 '나' 아닐까?



#1 관찰은 마법이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나를 관찰하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를 관찰하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스스로를 관찰하고 있다. 별 영양가도 없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을 때, '진짜, 작작 좀 하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 않은가? 하루 종일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을 때, '진짜 언제까지 이럴 거야? 나도 참 나다.'라고 생각한 적은? 이렇게 누구나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


위의 관찰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관찰을 의식적으로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 또 이러고 있네.'라고 끝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 나 지금 나를 관찰하고 있잖아. 신기해'라고 해보면 생각과 감정은 한 결 가벼워진다. 이것이 바로 ‘의식적 관찰’이 만들어내는 작은 마법이다.




#2 마법의 가루 '재미있군.'


이번에는 의식적 관찰에 마법의 가루를 좀 더 추가해 보자. 그건 바로 나를 흥미롭게 바로 보는 시각이다.


하던 일도 관계도 틀어지고 불행한 감정에서 허우적거린 적이 있었다. 종일 베개를 적시며 눈물을 흘리고 있자니, 무의식적인 관찰이 뇌리를 스쳤다. '몇 시간째 이러고 있냐?' 평소 같았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게 두었을 테지만 이번에는 그놈을 붙들어 세웠다. '관찰 중이네.' 관찰은 가던 길을 멈추고 내 앞에 섰다. 나는 그 뒤통수에 대고 중얼거렸다. '재밌네.' 녀석이 살짝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회심의 일격을 날려주기로 했다. '아니, 생각해 보니 지금 상황이라는 게 참 재미있잖아.' 관찰이라는 녀석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마치 나에게 '의외로 고수잖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때 나는 가위눌림에서 빠져나오는 듯한 개운함과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감정의 늪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갈 힘이 생겼다.


삶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나를 관찰하고 충분히 느끼는 과정이 삶의 중요한 일부 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는 삶을 '나를 연구하고 관찰하는 거대 프로젝트'로 보곤 하는데, 그렇게 하면 나를 둘러싼 많은 사건들과 내 안의 무수한 감정들이 흥미로운 연구 소스들로 보일 때가 있다. 연구 소스는 많을수록 그리고 다양할수록 좋다. 복잡한 나를 관찰하는 일, 그것은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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