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음 경우에 사용하지 말 것!
지금까지 감정 선물 가게에서 다양한 감정을 포장할 수 있는 포장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감정을 포장하기 시작한 것은 이야기꾼 좌뇌가 펼치는 연극의 꼭두각시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내가 연극에 개입하면 나는 감정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아닌 감정을 처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는 데는 의식의 비용이 든다. 무의식은 공짜다. 하지만 공짜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다. 무의식이 주는 ‘공짜’에 익숙해지면, 나는 과거의 패턴대로 화내고, 억울해하고, 자책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조종당하기 싫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의식을 사용해서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단, 감정 포장에 앞서, 취급주의 사항을 숙지해 둘 필요가 있다.
나의 감정을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찰력과 분석력이 향상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기가 가능해지는데, 여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주의 사항이 있다. 그것은 악인의 행동과 감정상태를 분석하는데 아까운 의식의 비용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악인에 대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왜 저런 감정을 느꼈을까?'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말 쓸모없는 짓이다. 대개 악인의 행동에는 자기 합리화와 피해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이를 납득하려 애쓰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큰 피로감을 동반한다. 이것은 마치 나의 의식이라는 비용을 쓰레기를 사는데 지불하는 행위와도 같다.
만약 악인과 어쩔 수 없이 얽혀 있는 경우라면 상황을 처리하는데 신경을 쓰는 편이 합리적이다. 당신을 괴롭힌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분석하는 데 당신의 소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쓰지 말아야 한다. 대신 당신의 에너지를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실 관계에만 투자하자. 나도 모르게 인과 시스템이 발동되어 그 사람을 분석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상기시켜 주자. 그렇게 한 번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훨씬 가벼워지고, 스트레스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