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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Sep 20. 2022

전환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사람의 이동 수단은 가마와 말이었다. 수백 년이 흘러 대한민국에서 가마를 타거나 말을 타고 이동하는 사람은 없다. 요즘 사람들은 전동 킥보드,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항공기, 기차 등 다양한 탈 것을 이용한다.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 가마와 말은 이제 이동 수단의 역사의 한 부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 내용은 전환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환은 구를 전(轉)에 바꿀 환(換)이 합쳐진 단어이다.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꾼다는 의미이다. 이를 브랜딩에 접목하면, 브랜딩의 어떤 요소를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행동 양상이 달라지듯 브랜딩도 그에 맞게 전환되어야 한다. 옛날 방식에만 머무르면 대중이 브랜드를 접하고 경험하는 연결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 인터넷 기술과 스마트폰이 발전하여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블로그와 같은 소셜 미디어가 등장했다. 앉은자리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한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시대가 이러한데 19세기~20세기의 브랜드처럼 우편물로 브랜드 책자를 발송하거나, 매장에서만 브랜드 소식을 전한다면 어떠할까. 나름대로의 감성은 있을 수 있겠으나, 입소문이 퍼지지 않으면 대중이 그 브랜드를 접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브랜드가 훌륭한 철학과 자원과 활동 이력이 있어도, 그것들을 알릴 대상이 없으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이러함에, 시대 적합한 전환은 브랜딩의 효율성을 위해서 염두해야 할 원칙이다.



여기 전환의 원칙을  지킨 브랜드가 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남성 구두 편집샵, 알렉스 슈즈이다. 알렉스 슈즈는 2010년에 설립되었다. 영국의 전통 있는 구두 브랜드 헤링슈(Herring Shoes) 이곳의 간판이다. 알렉스 슈즈의 철학은 한결같다. 오래 신을  있는 구두를 소개하는 것이다. 구두를 관리하면서 신을수록,  구두에 기록된 나의 세월이 멋으로 드러난다고 알렉스 슈즈의 김남일 대표는 말한다. 그에게 구두는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이다. 그렇게   , 나만의 구두를 만들어가는 기쁨을 그는 사람들에게 알렸다. 2010년대 초반에 클래식 패션이 대한민국에 유행하면서 그의 사업은 번창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쯤에 상황이 바뀌었다. 간편한 생활상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패션 업계에  영향을 미쳤다.


직장인들은 정장 대신 티셔츠, 청바지 혹은 가벼운 재킷을 입었다. 후드 집업과 트레이닝복을 입는 IT기업이 생겨났다. 경조사 자리에도 격식을 차리고 갈 필요가 줄어들었다.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가속화되었다. 모임이 없어지고, 재택근무가 늘어서 사람들은 더욱 편한 옷차림을 고수했다. 보수적인 직장을 다니거나 클래식 패션 마니아가 아닌 한, 정장과 구두를 살 사람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브랜드를 연 이래로 줄곧 구두만을 취급한 알렉스 슈즈였다. 김남일 대표는 시대의 흐름을 따를지 아니면 계속 구두를 강조할지 고민했다. 숙고 끝에 그는 구두 외의 품목을 들이기로 했다. 그것이 '스니커즈'였다. 알렉스 슈즈의 분위기에 저해되지 않는 신발이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오랫동안 신을 수 있는 스니커즈를 수입했다. 구두와 마찬가지로 헤링슈의 제품인데, 영국의 전통 트레이닝슈즈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도톰한 신발 밑창 위로 스웨이드 내구성이 높은 스웨이드 소가죽이 자리 잡고 있다. 영국 국기 유니언 잭과 옆 라인의 배색이 신발의 멋을 높인다. 베라(신발 혀)에 메시 소재가 사용되어서 통기성이 좋다. 전체적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다. 가죽 전용 솔과 용품으로 관리하면 스니커즈의 감성을 수년 이상 간직할 수 있다.


기존에는 로퍼나 끈 구두를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스니커즈를 들이면서, 캐주얼한 복장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알렉스 슈즈에 방문한다. 전보다 알렉스 슈즈에 찾아오는 고객층이 넓어졌다. 그들은 알렉스 슈즈의 신발을 경험하고 공유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알린다. 김남일 대표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되 본인이 추구하는 바는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평생을 같이하는 클래식한 신발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의 결심은 중심이 잡힌 전환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들의 신발에 새겨진 희로애락을 누리기를, 김남일 대표는 바란다.



시대를 반영하여 알렉스 슈즈는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었다. 그 접점은 알렉스 슈즈의 이름이 뻗어 나가게 하는 기능적 역할이었다. 전환의 적절한 예시이다. 다만 전환에는 조건이 있다. 브랜드의 결은 지키면서 사회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약 김남일 대표가 옷차림이 가벼워진 시대라는 이유로, 구두를 저버리고 품목을 전부 운동화로 바꿨다면 어땠을까. 당장의 매출은 만족스럽겠으나 기존 고객들은 놓쳤을지도 모른다. 클래식 구두는 알렉스 슈즈의 근본이다. 근본은 흔들리지 않는 초석이다. 세상은 흘러가면서 다른 모습을 띤다. 그 모습에 대응할 때 브랜드의 색이 퇴색되는지 따져야 한다. 중심이 없이 쇄신의 명분으로 전환을 강제하면, 우리 브랜드만의 매력은 희미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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