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지오 Sep 20. 2022

친절


브랜드 이미지는 브랜드를 구성하는 이들에 의해 생긴다. 대표와 팀원들이 바르고 예의 있는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는 이유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하는 B2C(Business to Customer) 브랜드 대부분은 고객들에게 친절하라는 조언은 새겨듣는 편이다. 그러나 실소비자 외의 존재인 회사 관계자, 프리랜서, 외부 손님, 면접자에게는 종종 무엄하게 군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자신들의 언행이 브랜드를 대표한다는 것을 망각하는 곳이 적지 않다. 브랜드는 고객 유형을 불문하고 친절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도하게 조아리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매너 있는 태도는 브랜딩에서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언제 한번 모 패션 잡지사에서 면접을 본 사람의 후기를 읽었다. 그는 그 잡지사의 오랜 구독자였다. 달마다 잡지를 사서 개인 블로그에 후기를 쓰고, 소셜 미디어 계정을 전부 구독하여 댓글을 남기고, 관련 이벤트가 있으면 참여했다. 또한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 그 잡지사를 추천하고 다녔었다고 했다. 그런데 면접관들의 언행이 그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듯했다. 면접관들은 자사에 대한 그의 애정에는 무관심했다고 한다. 어떤 이는 면접 중에 휴대폰을 들여다보면서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고, 또 어떤 이는 지원자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면 비아냥거렸다. 업무량에 비해 임금이 낮은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도 말했는데, 그 말을 하면서 면접관들은 서로 시시덕거렸다. 그들은 그의 면전에서 한숨을 쉬거나 말을 끊었고, 질문을 두서없이 하기도 했다.


그는 면접 이후, 여태까지 구매한 그 잡지사의 잡지 전권과 사은품을 버렸다. 잡지사의 소셜 미디어 구독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끊었다. 그가 쓴 글에 달린 댓글을 봤는데, 그 잡지사의 면접을 본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면접관들은 나름대로 '압박 면접'을 연출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압박 면접과 인격 무시는 다르다. 그날의 면접에는 지원자를 위한 배려가 없었다. 그 잡지사는 전정한 구독자들을 잃었다.


이번에는 친절한 브랜드를 살펴보자. 올해 6월 초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한 남성 패션 편집샵에 협업 제안으로 연락했다. 결론적으로 제안은 거절되었지만, 그 편집샵 대표의 메일에 나는 감명을 받았다. 그가 답변으로 쓴 메일을 옮겨본다(상호 명과 대표의 이름은 가명이다. 내용은 간추려 정리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000에서 일하고 있는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메일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000을 좋게 봐주시는  또한 감사드립니다.

첨부된 링크로 들어가서 유명한 분들의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제안은 너무나 감사하지만, 저희는 아직 글로 브랜딩을  위치에 있지 않은  같습니다.
독자분들에게 저희를 보여 드리기에 부족한 점도 많고요.
집필해 주시는 노력에 부끄럽지 않은 브랜드가 되어 작가님을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거절이라 생각지 마시고 작가님의 넓은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쪼록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000대표 홍길동 드림.


고객에게 잘한다는 소문을 익히 들은 가게였다. 그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프리랜서에게도 친절했다. 이 대표를 만난 적은 없으나 지인들이 괜찮은 옷가게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면, 나는 저 편집샵을 알려준다. 이곳에는 남성복 마니아들이 많다. 그리고 오랜 기간 함께하는 협력 브랜드도 많다. 그 배경을 그의 메일을 받고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경우 없이 굴지 않는 한 브랜드에게 손을 내미는 이들에게 친절해야 한다. 브랜드에게 도움을 주는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만큼 우리 브랜드에 관심이 있고 애정을 지녔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더 멋진 프로젝트를 꿈꾸는 기업, 우리가 상주하는 건물의 청결과 안전을 위해 애쓰는 청소부와 경비원, 우리 브랜드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는 지원자, 우리 브랜드와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질 프리랜서가 그러하다. 그들을 잡상인 취급하거나 어쭙잖은 고상함을 빌미로 하찮게 여기는 짓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격이다.


브랜드의 철학을 내세운들, 분기별로 시민 단체에 기부한들, 공감 가는 광고 영상을 만든들. 브랜드의 무례한 대우로 실망한 사람들에게 그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의 마음속에 상흔이 자리하여 브랜드의 행보는 가식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긍정에서 부정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나는 나에게 집필이나 강연 문의를 하는 업체에게 최선을 다해 답장한다. 귀찮다고 해서 아무렇게 문장을 토해내면, 그 답장이 나의 이미지로 굳어진다. 연락 온 업체와 어떻게 연이 될지 알 수 없는 법이다.



브랜딩은 브랜드만 잘한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 브랜드를 받아들일 사람들 역시 있어야 한다. 그 받아들임은 사람들이 브랜드에 마음이 열려 있을 때 이루어진다. 친절은 브랜드의 기본 소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