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원인 파악부터

by 코지오


건강 심리학자 '캘리 맥고니걸(Kelly Mcgonigal)'은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강연을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스트레스가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의 악영향을 더 심하게 받는다. 오히려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변화 - 심장 두근거림, 발열 등 - 를 좋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 몸이 정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결국 마음먹기에 따라 스트레스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다만 그건,


내가 수월하게
다룰 정도의 스트레스일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정신력은 이상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속이 뒤틀릴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이 있거나, 잘못된 선택을 고려할 만큼 우울하거나, 분노가 치밀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싶을 때. 과연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듣고 '내 몸이 잘 작동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친구며 가족이며 불러서 하소연하면 그들이 반겨줄까. 몇 번이면 몰라도 매번 그렇다면 그들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캘리 맥고니걸이 말한 방법도 훌륭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자칫 문제의 원인을 외면한 채, 상황을 겉돌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스트레스 원인을 파악하고 적극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본다. 나의 경우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는 편이다. 주변에 어떻게 저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내 지인이면 피곤한 일이 생기곤 한다.


올해 봄에 있었던 일이다. 한창 주식, 코인, 부동산 등으로 뜨거울 때였다. 여러 단톡방에서 재테크가 대화의 주류였다. 나도 돈 버는 거에 관심이 많은지라 사람들과 재미있게 대화를 나눴다. 그중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 중 한 곳에 투자해서 백만 원에 약간 못 미치는 돈을 벌었다. 코인으로도 쏠쏠한 용돈 벌이를 했다. 근데 자신의 투자 실력을 과신했는지 나머지 사람들한테 소위 '재테크 갑질'을 하기 시작했다.


'에이~거기 투자한다고 돈 벌 수 있겠어요? xxx에 투자해야지.'

'가만히 있으면 바보 된다니까. 왜 적금만 들고 있어? 경제 공부 안 해요?'

'장기 투자 그거 다 헛소리야. 워렌 버핏이고 피터 린치고 다 옛날 사람이잖아요.'


투자 귀재들의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말하는 걸까. 사람마다 여유 자금이 다른데 그걸 생각은 하고 말하는 걸까. 더군다나 주식으로 1~3만 원 벌 때마다 캡처해서 올리는 게 아닌가. 몇 백만 원이었으면 대단하다고 박수라도 쳐줄 텐데. 언제 한 번은 투자 강의를 들었는지 강의실 안을 찍고 우리에게 자랑했다. 사람들이 어떤 강의를 들었냐고 물으면 절대 답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투자로 자산을 불려 나가는 과정을 성숙하지 못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사실 그 단톡방에 그보다 투자를 잘하는 고수도 있었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라고 했던가. 정작 고수는 말없이 조용히 있는데 하수이면서 훈수 두고 으스대는 모습이 영 탐탁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내 스트레스의 원인은 '매너 없는 투자자의 행동'이었다. 그리고 난 이를 '적극 해결하기로' 했다. 그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의 요는 이렇다.


'지금 당신의 행동에 의해 모든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 누군지 말은 안 하겠지만 그분이 당신보다 갑절 이상 투자로 벌고 있다. 그런 사람도 겸손함을 잊지 않는다. 몇 천 원, 몇만 원 번거 가지고 남을 업신 여기는 행동이 진정한 투자자의 모습인가. 깊이 살펴주길 바란다.'


몇 차례 설전이 오갔지만 그는 결국 사람들에게 사과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투자한 코인이 5월에 들어서자 땡전이 되면서 그의 말수는 적어졌다. 한 달 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나는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처음에는 무조건 참았다. 사회생활에서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았다. 명상도 해보고 일기도 써봤지만 속앓이로 없던 병도 생겼다. 그래서 상대방과 문제가 생기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대신 예의 있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물론 끝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대부분 잘 풀려서 그들과 전보다 친해진 일이 많았다. 전 직장에서 자주 부딪혔던 동료가 있었다. 어느 날 선을 넘는 말을 했다. 따로 불러 커피 한 잔 하면서 내 생각을 있는 대로 말했다. 그 뒤로 우린 친한 사이가 됐다. 내가 퇴사했을 때 누구보다 속상해했던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 지금은 형 동생 사이로 잘 지낸다.


다른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내 몸의 반응을 살펴볼 것이 아니라 '공부의 어떤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게 더 낫다.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건강이 망가져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어떤 습관으로 건강이 나빠졌는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게 낫다.


마음의 여유가 닿지 않는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어렵다.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캘리 맥고니걸(Kelly Mcgonigal)의 강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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