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켓은 다양하다. 데님 자켓, 필드 자켓, 가죽 자켓, 항공 점퍼, 블레이저, 윈드 브레이커 등 여러 종류이다. 대개 간절기용으로 나온다. 나는 여기에서 데님 자켓과 블레이저를 입는다. 두 옷 모두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수많은 풍파를 견디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고전이다. 트렌드에 따라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변함이 없다. 하나 구비해두면 두루 활용할 수 있다.
데님 자켓(Denim Jacket)
ⓒSewcialists
일명 청자켓이다. 진 자켓(Jean Jacket)이라고도 한다. 데님 자켓은 '데님'으로 만든다. 데님은 면이다. 면 중에서도 두껍고 무거운 실로 짠 것이 데님이다. 노동자들의 작업복을 위해 만들어진 옷이어서 내구성이 상당하다. 외국의 중고 의류 시장에서는 20년이 넘은 데님 자켓이 판매되기도 한다. 그만큼 튼튼한 옷이다.
데님 자켓은 데님 100%로 만든 것을 선택하면 된다. 경험상 정가 기준 8~15만 원의 제품이 단단하고 짜임이 촘촘한 데님을 사용했다. 단추 질도 좋아서 단추에 녹이 슬거나 단추 코팅이 벗겨지지 않았다. 데님 100% 원단은 처음에는 뻣뻣해도 입을수록 부드러워진다.
저가 데님 자켓은 섬유 조직이 무른 데님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 원단이 질기지 않은 데님 자켓은 입다 보면 팔꿈치가 늘어나고, 소매 끝단이 찢어질 수 있다. 이 밖에도 폴리우레탄이 들어간 데님 자켓이 있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평균 2% 정도 섞는다. 신축성이 생겨서 착용감이 좋다. 그러나 신축성이 항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착용 횟수와 세탁이 거듭되면 서서히 줄어든다. 폴리우레탄의 수명이 다한 데님 자켓은 늘어났을 때 원단이 우그러진다. 오래 입을 생각이라면 폴리우레탄이 없는 데님 자켓을 추천한다.
블레이저(Blazer)
ⓒVOGUE
블레이저라는 명칭은 19세기 영국 캠브리지와 옥스포드 대학의 조정 선수들이 입은 자켓에서 비롯됐다. 블레이저는 공석에서 입을 목적으로 만든 옷이어서, 옷을 만드는데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그중 하나가 소재의 사용이다. 전통적으로 블레이저의 소재는 '울'이다.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칼라와 곧은 어깨선 그리고 우아한 볼륨감. 이것이 블레이저가 가진 멋이고 울이 이 멋을 극대화한다.
니트웨어와 슬랙스 편을 읽은 사람이라면 '울은 약하고 보풀이 생기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블레이저에 사용되는 울은 조금 다르다. 울 실을 여러 번 꼰 후 정밀하게 엮어서 원단이 질기다. 블레이저는 겉옷이다. 눈비와 바람, 기타 외부 환경을 버텨야 하므로 같은 울 소재의 다른 상의나 바지보다 강하다.
울의 비중은 80~100%인 것을 고른다. 울 100% 블레이저는 실루엣이 고급스럽고 색이 선명하다. 주름이 생겨도 하루 지나면 거의 다 사라진다. 무게가 가벼워서 장시간 입어도 부담이 없다. 자주 입을수록 원단의 숨이 줄면서 핏이 자연스러워진다. 울 80~90% 블레이저의 나머지 소재는 '폴리에스터'가 흔히 사용된다. 생활 구김에 강하며 옷에 탄력이 있다. 다만 무거운 편이어서 착용감이 답답할 수 있다. 울 함유량이 80% 아래면 울의 장점은 줄고 폴리에스터의 단점은 늘어난다. 내구성이 좋은 것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
합성 섬유로만 만든 블레이저도 있다. 합성 섬유 블레이저는 비싼 것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5~7만 원 정도의 제품이 가성비 있다. 출퇴근용으로 입거나 궂은 날씨일 때 입으면 알맞다.
오래된 데님 자켓과 블레이저가 아직도 거래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한 적이 있다. 난 그것이 소재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데님과 울이 가진 서사는 경이롭다. 소재별로 진하디진한 플롯이 있다. 처음 그 원단을 발견한 사람들, 그 원단을 옷으로 만들었던 과정, 그 옷과 연관된 사건 등이 시대의 역사로 기록되었다. 그 역사는 ‘이 옷은 이렇게 즐겨야 한다’는 식의 문화로 발전했다. 우리는 그 문화에 열광한다. 세기가 변해도 전통적인 데님 자켓과 블레이저를 사람들이 찾는다. 그들은 그들이 사는 세상을 두 자켓에 새로운 역사로 기록한다. 그 역사는 또 다른 문화가 되어 전승된다. 데님 자켓과 블레이저는 인류를 연결하는 다리와 같다. 소재는 옷의 질을 판가름하는 척도이자 문화적 생명력을 불어넣는 힘의 원천이다.
*천연 섬유는 합성 섬유보다 무르다. 그래서 천연 섬유·폴리우레탄 혼방 원단은 폴리우레탄의 탄성이 떨어지면 원단 형태가 무너진다. 합성 섬유·폴리우레탄 혼방 원단은 그 정도가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