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각자 어울리는 코트 '종류'가 다를 뿐이다. 코트는 평등을 지향하고 편견을 지양한다. 따라서 누구나 큰 고민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옷이다. 나의 첫 코트는 '피코트'였다. 19세기 영국 해군들이 입었던 코트를 본떠 만든 것인데, 큰 라펠, 두꺼운 원단, 짧은 기장 등이 특징이다. 나는 피코트의 그 응축된 멋스러움이 좋았다. 그 뒤로 여러 코트를 입어보면서 점점 코트의 매력에 빠졌다.
한창 코트를 사 입었던 2010년대 초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재와 디자인만 보고 샀다가 기대와 전혀 다른 코트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군용 코트처럼 묵직할 줄 알았는데(사진에는 그렇게 보였다.), 막상 받아보니 실크처럼 부드러운 코트였다. 같은 소재, 같은 소재 함유량임에도 코트의 품질은 천차만별이었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코트는 소재뿐만 아니라 가공도 따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코트는 간절기 코트와 겨울 코트로 나뉜다. 간절기 코트로는 트렌치코트, 겨울 코트로는 울 코트가 대표적이다. 코트별로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만 염두에 두면 괜찮은 코트를 구할 수 있다.
트렌치코트
ⓒBurberry
1차 세계 대전에 영국 장교들이 입었던 코트가 있었다. 전쟁터의 '참호(Trench)'에서 입었다고 하여 트렌치코트로 불리게 되었다. 트렌치코트는 '개버딘(Gabardine)'이라고 불리는 면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개버딘은 원단 센티미터당 100번 이상 직조된다. 그래서 원단 조직이 단단하고 빈틈이 없으며 구김도 덜 하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레인 코트로 활용되었던 트렌치코트의 전통을 살려 방수 가공을 더하기도 한다.
개버딘 원단. ⓒThe Fabric of Our Lives
개버딘 원단에 방수 가공된 트렌치코트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광택이 돈다. 가벼운 비는 맞아도 상관없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차선으로 '면·나일론'이나 '면·폴리에스터' 소재가 있다. 나일론 혼방은 가볍고 내구성이 높지만, 실루엣이 탄탄하지는 않다. 폴리에스터 혼방은 구김이 덜 생기지만, 다림질을 잘못하면 원단이 반질거릴 수 있다. 각 소재는 취향으로 갈린다. 어떤 것을 골라도 무관하다.
트렌치코트는 소재만 보고 사면 안 된다. 원단의 느낌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저렴한 면을 쓴 트렌치코트는 구김이 심하다. 새 옷인데도 몸통 부분에 자글거리는 구김이 있다면 의심해 볼 법하다. 직조 품질이 낮은 트렌치코트는 표면에 미세한 털실들이 일어나 있어서 먼지가 잘 묻는다. 색바램도 빨리 나타난다. 간절기 코트는 얇다. 그러므로 원단을 더욱 신경 써서 가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옷이 금방 상한다.
겨울 코트
ⓒGQ
겨울에는 다채로운 코트로 가득하다. 시기에 따라 유행하는 소재가 있어도 결국 '울'로 돌아온다. 색감을 내기 좋고, 동물 섬유 중에서는 강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원단을 두껍게 짜고 압축하면 보존력과 보온성이 향상된다. 잘 만들어진 울 코트는 시간이 지나도 모양이 그대로다. 웬만한 패딩만큼 따뜻하다. 합성 섬유 점퍼만큼 강하다. 울 코트는 겨울 코트의 처음이자 끝이다.
울 코트는 울 함유량이 80% 이상인 것을 고른다. 그보다 낮으면 보온성이 아쉽다. 울 코트만의 세련된 옷 태도 나지 않는다. 울 함유량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코트의 탄성'이다. 울 코트 중에서 탄성이 있는 것이 있다. 코트의 팔이나 기장 아랫부분을 살짝 말아서 폈을 때 튕기듯이 펴진다. 많은 양의 울을 압축해서 원단에 힘이 생겨서 그렇다. 많은 울이 사용된 만큼 보온성이 좋다. 니트웨어, 스웨트 셔츠, 패딩 조끼 등을 겹쳐 입으면 한겨울에도 입을 수 있다.
울 함유량 80% 이상 되는 코트의 나머지 소재는 폴리에스터와 나일론이 사용된다. 트렌치코트와 달리 울과 나일론이 만나면 코트에 각이 잡힌다. 뚝 떨어지는 실루엣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울·나일론 혼방 코트를 선택하면 만족할 것이다. 폴리에스터는 구김 관리가 용이하다. 구김 걱정을 덜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울·폴리에스터 코트를 추천한다.
울 10~50%에 여러 합성 섬유로 만든 코트는 사지 않는다. 열에 아홉은 원단이 부직포처럼 뻣뻣하고, 마찰에도 취약해서 보풀은 기본이다. 옷질을 하면서 저런 소재 구성에 품질까지 잡은 울 코트는 보지 못했다.
저렴하고 좋은 울 코트는 없다*. 가격이 높을수록 상급의 울을 사용하며 원단의 직조와 가공 상태도 훌륭하다. 낮을수록 만듦새가 조악하다. 모든 옷에 통용되는 원칙이겠지만, 동물 섬유(울, 캐시미어 등)로 만들어지는 옷들이 유독 그러하다. 생물의 털을 상품화하려면, 그것도 손색없는 옷으로 만들려면 동물 양육, 털 깎기, 섬유 세척 등 들어가는 품이 많다. 그 수고가 가격에 포함되므로 질 좋은 울 코트는 가격대가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오래 입을 코트를 구비할 계획이라면 돈을 아끼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트렌치코트와 울 코트는 되도록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져보고 구매할 것을 권유한다. 그래야 소재 구성은 물론 원단의 두께·느낌·가공 방식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여건이 마땅치 않으면 제품을 충실히 설명하는 온라인 샵을 이용한다. 모델 착용 컷이나 코트 컬러, 가격만 강조하는 곳은 되도록 피한다. 원단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원단 품질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내가 가진 옷 중에서 가장 연식이 오래된 것이 코트다.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20년 된 트렌치코트는 아직도 입고, 울 코트는 횟수로만 9년째 입는 것도 있다. 다른 코트들도 5~6년 이상 되었다. 대학생일 때는 봄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 후, 겨울에 갖고 싶었던 코트를 샀다. 원하던 코트를 손에 넣었을 때 느꼈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들은 나에게 나이에 비해 너무 비싼 옷을 샀다고 핀잔을 줬다. 그들은 '가성비'라는 명목으로 저렴한 코트를 아무거나 샀다. 따지고 보면 품질 대비 저렴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렇게 산 코트를 몇 계절 입고 갈아치우기를 반복했다. 돈은 나보다 더 썼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코트는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원단이 망가지는 것이 체감되었다.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더라도 두 해 지나면 울이 흉하게 일어났다. 결국 내가 돈은 제일 적게 쓰고 옷은 오래 입는 사람이 됐다. 친구들은 그제야 나를 이해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보태서 제대로 된 코트를 사는 것이 남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코트는 관리해서 입으면 자식에게도 물려줄 수 있다. 사용감이 쌓여 나이 든 코트는 허름하지 않다. 나이 든 코트에는 새 코트에는 없는 성숙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것이 코트를 입는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