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기록 일기
작년 9월, 처음으로 PT 선생님과 운동을 시작하면서 인바디 측정을 했었다. 그때의 기록이 남아 있기에, 9개월이 지난 지금 문득 궁금해졌다.
두근거리며 다시 인바디 기계에 올라섰다. 그동안의 내 무절제한 행동에 대한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랄까.
결과는... 참담했다.
최근 연휴를 핑계 삼아 점심, 저녁 내내 외식으로 채운 나의 몸은 어느덧 만삭 시절 체중에 가까워졌고, 체지방량은 표준 범위를 넘겨버렸다. 그래프는 '경도비만'에서 '비만'으로 기울고 있었다.
비록 9개월 동안 주 1회씩 PT를 받긴 했지만, 솔직히 진심으로 '운동을 해야겠다'라고 마음을 제대로 먹은 건 채 두 달도 안 된 것 같다. 그전까지는 주 1회 수업조차 자주 빠지기 일쑤였고, 나의 불성실함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러다 겨우 마음을 다잡은 게 불과 한두 달 전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몸 관리에 대한 자책감과 우울함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골격근량 수치가 아주 조금 0.2kg이라도 올랐다는 것. 아마도 그동안 간헐적으로라도 운동을 해온 덕분에 겨우 이 정도는 유지된 듯하다.
부끄러웠지만 PT 선생님께 인바디 결과를 보여드리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오늘 저녁 식단으로 달걀 3알, 방울토마토 7개, 고구마나 감자 한 알, 견과류 한 줌 정도를 추천해 주셨다. 오늘부터 무조건 이 식단에 따르겠다고 마음먹고 남편에게 퇴근하면서 토마토와 감자 좀 사 와 달라고 했다.
나의 수업은 매일 2시부터 시작하여 밤 9시에 끝난다. 남편은 퇴근 후 아들과 먼저 식사를 하고, 내가 수업이 끝나면 먹을 수 있도록 식탁 위에 나의 음식을 깔끔히 준비해 둔다.
오늘부터는 반드시, 선생님이 정해준 그 식단으로만 먹기로 했다.
그런데... 앗!
우앙.. 치킨 두 조각에 키위 한 개가 예쁘게도 놓여있다.
"뭐야 ㅠㅠ 나 다이어트 시작할 거라니깐~"
"그래서 내가 다 먹고 당신 거는 두 조각만 남겨뒀잖아."
난 이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굶주린 하이에나가 되어있다. 보자마자 이걸 또 안 먹을 수가 없어서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치킨 두 조각을 미친 듯이 뜯었다.
치킨은 이미 차디차게 식어서 뻗뻗하게 굳었고 바삭함을 잃었지만 뼈까지 오독독 씹으면서 남은 살점하나 없이 발라냈다. 오전에 인바디 검사 후 뼈저리게 괴로워하며 결심했던 나는 또 어디로 가고 ㅠㅠ
남편의 유혹에 넘어갔지만 일단 한밤중 치킨을 다 먹고, 스쿼트를 30번씩 3세트 했다. 이렇게라도 나의 죄책감을 좀 덜면서 잠시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다시 내일부터의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다.
좀 더 치밀한 결심을 위해 브런치 스토리의 다이어트 관련 글들을 검색해서 전문 PT트레이너 작가분들의 글들, 다이어트 성공하신 분들의 경험담들을 탐독하면서 구독신청을 눌렀다.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의 글들, 다이어트의 경험담들과 정보들이 하나같이 내 마음에 쏙쏙 박힌다. 추천해 주신 fat secret 앱도 바로 설치해서 오늘 먹은 것들을 기록했다.
하루 권장량보다 500칼로리를 넘었단다. 이런ㅠㅠ.. 이 앱이 나에게 하루 1,400 칼로리만 먹으라고 추천한다. 이 칼로리로 내가 정말 하루를 버틸 수 있을지~ 잔인하도록 인색한 수치다.
몇 가지 입력된 수치만으로 계산된 AI의 무자비한 추천 칼로리양은 일단 무시하고, 선생님이 추천해 주시는 그나마 자비로운 식단을 따르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꼭 이렇게 준비해서 먹을 거다.
오늘 남편이 치킨과 함께 사다준 토마토와 감자가 나를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 병 주고 약 주고^^
내일은 꼭 이것들만 먹고 살아남아야겠다.
#다이어트#식단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