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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온도

성장을 위한 선택의 기술

by 기록하는최작가

[원문장] <프레임>, 최인철 저

행복은 소유 자체를 위한 소비보다는 경험을 위한 소비를 했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




[나의생각]


경험은 많이 할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한 발을 내딛고, 손끝으로 만져보고, 심장의 떨림으로 느끼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진실된 배움이다.

그러나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우리의 삶은 영원하지 않다. 시간은 한 줌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죽음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궁극적인 제약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우리는, 간접경험이라는 우회로를 필요로 한다.



간접경험 중 손에 꼽는 첫 번째는 독서다.

한 권의 책에는 어떤 이의 수십 년 인생이 담겨 있고, 그 사람의 실패와 성공, 절망과 희망, 고뇌와 통찰이 얇은 종이 위에 눌러져 있다.

책을 읽을 때 나는 투자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심리학자가 되기도 한다. 시인의 마음을 빌려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고, 철학자의 눈으로 존재를 묻기도 한다.

책 속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그 위로를 타인의 마음에 옮겨 심기도 한다. 한 줄의 문장이 내 안에서 무르익어,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되기를 소망한다.


영상 또한 새로운 간접경험의 창이다.

직접 현장을 찾을 수 없어도, 전문가의 강연을 작은 화면 속으로 초대할 수 있다.

텍스트로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개념이, 눈앞에서 생생히 움직이는 그림과 목소리를 통해 쉬이 이해되기도 한다.

지식은 더는 거대한 문턱을 가진 요새가 아니다.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그 앞에 설 수 있다. 영상은 그런 문턱을 낮추었다.


하지만 모든 영상이 배움이 되지는 않는다.

특히 요즘 세상을 휩쓰는 짧은 영상들은, 흡사 반짝이는 불꽃놀이나 다름없다.

찰나의 순간,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웃음과 자극을 준다. 그런데 막상 불빛이 꺼진 뒤, 기억 속엔 남는 것이 없다.

마음 한켠이 허전해지는 이유다. 웃었지만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보았지만 내가 되지 못했다. 빠르고 편리한 정보의 소비는 때로는 성장을 방해하는 달콤한 독이 된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 또한 경험이라고 말 하고 싶다.

좋든 나쁘든, 어떤 매체를 통해 무엇인가를 느꼈다면, 그것은 분명히 한 조각의 경험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경험한 뒤,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갖는가다.

왜 좋았는지, 왜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지, 그것이 나를 어떻게 흔들었는지 곰곰이 되짚는 일. 그 숙고의 시간을 거쳐야만, 경험은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어떤 영상을 볼 것인가, 어떤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이 모든 선택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그러니 좋은 선택을 하기를, 그리고 나쁜 선택조차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그 모든 순간을 경험이라 부를 수 있다면, 우리는 늘 자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책장을 펼치고,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누른다. 보고, 듣고, 생각하자 다짐한다. 그것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조금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삶은 짧고, 그 안에서 가능한 한 많이 느끼고 배우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더 나아가는 나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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