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나누다보면

말투 너머의 품격이 보인다

말은 한 사람의 그림자다. 그 결마다 이야기가 배어 있고, 빛과 그늘이 함께 어우러져 흐른다.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영혼의 결을 담은 물결이다. 그 물결은 때로는 부드러운 바람이 되어 스미고, 때로는 거센 파도가 되어 가슴을 두드린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 속에는 저마다의 품격과 깊이가 서려 있다.

어떤 말은 아침 햇살처럼 따스하고, 어떤 말은 서늘한 밤바람처럼 날 선 기운을 지닌다. 말투 너머로 사람의 결이 드러나고, 한 마디 속에 삶의 온도가 녹아든다. 그 사람의 지난 시간들이, 쌓여온 감정들이, 품어온 생각들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것이 바로 말이다.

말이란, 마음의 무늬를 새긴 한 줄의 시와도 같다. 깊이 있는 한마디는 바람에 실려 멀리 퍼져나가고, 따뜻한 언어는 누군가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머문다. 조용히 던진 말 한 줄이 누군가의 어둠을 환히 밝히고, 무심코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비수처럼 꽂히기도 한다. 그러니 말이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곧 사람이고, 그 사람의 무게이며, 그가 살아온 길이다.

말에는 향기가 있다. 아름다운 말은 꽃처럼 향기롭고, 거친 말은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다. 한 사람이 어떤 언어를 품느냐에 따라 그의 마음이 비치고,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드러난다. 사려 깊은 말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따뜻한 언어는 얼어붙은 가슴을 녹인다. 반면, 차가운 말은 등을 돌리게 하고, 날 선 말은 상처를 새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이라는 향기를 조심스럽게 골라야 한다.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다리와도 같다. 다리가 튼튼하면 그 위를 편히 걸을 수 있지만, 다리가 약하면 금세 무너지고 만다. 말도 그렇다. 정성스럽고 진심 어린 언어는 신뢰를 쌓지만, 가볍고 거친 말은 관계를 허물어뜨린다. 그러니 우리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의 생각이, 감정이, 품격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깊이와 온도를 담은, 마음의 울림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지친 마음을 감싸고, 조용한 위로가 상처를 아문다. 우리가 어떤 말을 고르고,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품격이 결정된다. 그러니 부디, 아름다운 언어를 품고, 따뜻한 말로 서로를 감싸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말이 누군가에게 빛이 되고, 향기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