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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거울이어야 한다

허울이 아닌 내면을 비추는 거울

by 기록하는최작가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지식을 쌓기 위해,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혹은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기 위해. 어떤 이는 낯선 시대를 여행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삶을 더 정교하게 이해하기 위해 책을 펼친다.

그러나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책을 손에 쥔 목적이 타인의 시선에 있다면, 그 독서는 깊이를 잃는다. 영혼을 적셔야 할 글자가 피상적으로 머물고, 문장의 울림은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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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 위한 독서는 성장의 빛을 가린다.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을 남기고, 그 안의 사유는 비어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지혜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허영이 두터워지고, 활자가 새겨진 페이지는 단지 남들에게 과시할 장식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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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칫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읽고 있다는 모습을 소비하는지도 모른다. 독서는 깊이를 향하는 길이어야 한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피상적으로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책은 맑은 호수와 같다. 그 안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러나 그 거울이 허영으로 흐려지면, 물결은 일그러지고 본질은 사라진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할 것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의 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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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따라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한 문장을 새길 때마다 마음이 넓어져야 한다. 그렇게 책과 나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깊어질 때, 독서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변화의 씨앗이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이 때로는 삶의 방향을 바꾸고, 단 하나의 문장이 때로는 잊혀지지 않는 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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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책을 손에 들었다면,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책을 펼쳤는가? 이 책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그리고 나는 이 문장을 어떻게 내 삶 속에 새길 것인가?

보이기 위해 읽지 말라. 변화하기 위해 읽어라. 지식을 쌓기보다 사유를 깊이 하고, 쌓아 올리기보다 스며들게 하라. 그래야만 책은 단순한 종이가 아닌, 삶을 바꾸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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