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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이러니한 풍경, 소리 없는 단절

함께 있으나 외로운, 고독의 군상이다

by 기록하는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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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흩어진다. 마주 앉아 있지만, 마음은 먼 곳을 헤맨다. 말보다 손안의 작은 화면이 더 깊이 끌어당기고, 눈앞의 존재보다 울리는 알람이 더 긴급하게 다가온다. 함께 모였으나 정작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는 이 기이한 광경, 차가운 빛의 창이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 고리가 되어버린 모습이 낯설지만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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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공기는 침묵과 단절의 전류로 가득 차 있다. 누군가가 입을 열지만, 그의 목소리는 화면 너머의 소식보다 덜 생생하고, 덜 흥미롭다. 정적 속에서 손가락이 바삐 움직이고, 빛나는 화면이 무수한 이야기와 감정을 품은 듯하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것들은 실체 없는 신기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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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고, 말을 주고받으며 공감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제는 타인의 얼굴보다 손안의 디지털 세상이 더 친숙하다. 손끝으로 스크롤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소식이 흘러오지만, 그 소식은 단지 소비될 뿐 깊이 새겨지지 않는다. 이 자리의 온기보다, 이 순간의 교감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끊임없이 변하는 픽셀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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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마주하러 왔으나, 정작 바라보는 것은 차가운 빛의 창이다. 각자의 섬에 갇힌 채, 우리는 함께 있으면서도 외롭다. 고독의 군상들, 가까이 있지만 멀리 있는 존재들. 모임은 점차 의미를 잃고, 소리 없는 단절이 공간을 채운다. 미소는 사라지고, 감탄과 놀라움도 차갑게 식어간다. 우리는 여기에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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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손안의 세계에서 벗어나 눈을 들어 마주 본다면, 그 순간 우리는 다시 서로를 만날 수 있을까. 한때는 사소한 농담 하나에도 웃음이 터지고, 작은 몸짓에도 온기가 전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요한 정적 속에서 우리를 연결하는 것은 단절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사라질 때,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눈앞의 사람과 나누었던 깊은 대화일까, 아니면 차갑게 빛나는 화면 속 무수한 정보들일까. 우리는 다시금 서로를 바라보고, 소리 내어 웃으며,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아니면 점점 더 깊은 침묵 속으로 스러져 갈까.

우리는 함께 있지만, 진정으로 함께하는가. 질문은 메아리처럼 돌아오고, 그 답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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