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에 의미를 새기고, 시간을 불어넣어 살아 숨 쉬게 한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곧 마음을 건네는 일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오래된 것에 손길을 더한다. 새것이 나와도 닳고 닳은 볼펜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 속에 스며든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머문 자리마다 흔적을 남기고, 사소한 것들에조차 무게를 더한다. 흔한 물건이 손에 익어가는 동안, 그것은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우리를 닮아간다.
마음이 깃든 사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손에 감기는 감촉으로, 희미하게 남은 향기로, 문득 떠오르는 기억으로 우리를 감싼다. 우리는 무심코 오래된 찻잔을 쓰다듬고, 한때 열렬히 읽었던 책을 펼쳐 먼지를 털어낸다. 그것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낡아가지만, 동시에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의미란 그렇게 스며들어 우리를 감싸고,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든다.
사랑하는 것은 이름을 가진다. 우리는 애정을 담아 부르던 것들을 쉽게 잊지 못한다. 유년 시절 함께했던 낡은 인형, 먼지가 쌓인 채로도 버릴 수 없는 공책 한 권, 바랜 색감이 아름다운 사진 한 장. 그것들은 기억 속에 머물며 우리를 이끌고, 그때의 온기와 소리를 불러낸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담고 있는 것들은 사소해 보일지라도, 마음이 깃든 순간 그것은 하나의 세계가 된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에 의미를 새기고 시간을 불어넣어 살아 숨 쉬게 한다. 그리하여 흔한 것들이 특별해지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빛을 얻는다. 마음이 머무는 곳에는 시간이 쌓이고, 기억이 피어나며, 감정이 흐른다. 물건은 물건 이상의 것이 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지나온 날들의 온도를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삶의 한 조각을 손에 쥐고, 사라지지 않는 어떤 감각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