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그은 문장은 결코 단순한 표식이 아니다
밑줄이 그어진 문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스쳐 지나갈 수 없는 순간, 놓쳐서는 안 될 감정과 마주한 흔적이다. 그 밑줄 아래에는 가슴을 두드리는 울림이 있고, 되새길수록 깊어지는 사유가 있다. 우리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문장들 사이에서, 마음이 머무는 곳에 선을 긋는다. 그리고 그 밑줄은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작은 틈이 되어, 그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를 속삭인다.
밑줄을 그은 문장은 단순한 표시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닻이 되고, 감정의 파동이 된다. 우리는 왜 이 문장에 선을 그었을까? 무엇이 우리를 멈추게 했을까? 밑줄을 긋는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 가장 깊은 곳에 파문을 남긴다. 마치 물 위에 던져진 작은 돌이 파장을 만들듯이, 한 줄의 문장은 우리의 마음에 겹겹이 번져나간다.
때론 그 밑줄이 아픔을 가리키기도 하고, 때론 희망을 담아내기도 한다. 어떤 문장은 오래도록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한 번 그어진 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책장이 닫힌 후에도, 우리의 머릿속을 맴돌며 다시금 우리를 불러 세운다. 때로는 무심코 넘겨버린 페이지 속에서도, 밑줄이 남긴 잔향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니 밑줄이 그어진 문장을 결코 흘려보내지 말자.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의 결을 들여다보자. 단순한 줄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내면이 반응한 흔적이며, 삶의 어느 순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 목소리다. 밑줄은 질문이 되고, 깨달음이 되며, 길잡이가 된다. 우리는 밑줄을 그으며 다시 태어나고, 밑줄을 따라 걸으며 성장한다.
책 속에서, 일기 속에서, 혹은 누군가의 편지 속에서, 우리가 그어온 밑줄들을 다시 들춰보자. 거기엔 과거의 우리가 있다. 사랑에 설레던 순간, 슬픔에 잠긴 밤, 꿈을 품었던 시간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밑줄은 기억의 갈래를 잇고, 시간의 틈을 메우며,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일깨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남긴 밑줄이 누군가에게도 의미 있는 울림이 될 것이다. 우리의 감동이, 우리의 깨달음이 또 다른 마음속에서 피어나기를.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한 줄의 문장에 머물러 본다. 그 문장이 우리의 삶에 더 깊이 스며들기를 바라며, 손끝으로 조용히 한 줄을 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