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7 2022
(커버 이미지 : Atlanta 다운타운에 있는 Pemberton Place의 코카콜라 박물관인 'World of Coca Cola' 입구. Atlanta는 코카콜라가 발명된 곳이자 현재도 본사가 있는 곳이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9박 10일로 떠나는 미국 동부 로드트립. 총 이동거리 5,100km, 12개 주를 지나는 일정이다. 이 여행을 통해 미국만의 이야기를 보고 올 수 있기를 바라며 먼 길을 나선다.
미국 남동부 최고의 명문 대학 조지아텍(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세은이는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지만 아내와 나는 미국 학교 구경에 상당한 흥미가 있다. 어릴 때 공부를 좀 잘했더라면, 기회가 있었더라면, 돈이 좀 있었더라면... 한국이라는 학벌 사회에 여태껏 살면서 그런 식으로 후회한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래서 우리는 미국에 와서 유명 학교들을 일부러 찾아서 구경 다니곤 했다. 세은이는 자기한테 공부 압박을 주는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지만, 정말 순수하게 엄마 아빠의 욕망 때문이다.
애틀란타에 왔으니 조지아텍(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GIT)은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이공계 전공을 한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남부의 MIT'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설립연도에서 두 학교는 큰 차이가 없고, 조지아텍이라는 명문 학교가 '어디의 무엇'으로 불릴 만큼의 위상이 아니니 조지아텍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표현은 아닐 듯하다.
이렇게 우리 부부의 '기본적인 욕망'도 있고,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조지아텍 출신 교수님 친구가 하나 있어서, 그 친구의 추억을 대신 되살려 주고 싶은 마음에 오전 일정을 조지아텍으로 잡았다. 물론 세은이는 싫어했지만 말이다.
조지아텍은 남북전쟁 이후 폐허가 된 애틀란타 재건 계획의 일환으로 1888년에 개교하였다. MIT와 마찬가지로 공학대학으로 시작했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현재는 종합대학으로 운영되고 있고 미국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가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학업뿐만 아니라 운동 성적도 수준급으로 한국에서는 농구선수 전태풍이 다녔던 학교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캠퍼스의 남쪽 입구에 있는 Tech Tower는 조지아텍 설립 당시에 지어진 가장 상징적 건물이다. 한때 조지아텍 학생 문화로, Tech Tower의 외벽에 꼭대기에 달린 'Tech'라는 간판에서 "T"를 떼어버리는 장난(?)이 전통으로 내려오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MIT에서 건물 옥상에 자동차 같은 것을 올려놓는 것과 같은 개념) 지금은 그 정도까지의 장난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학교 곳곳에는 여전히 누군가 'T'를 떼어낸 안내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잔디밭(Tech Green)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쉬기도 하고 세은이랑 게임하고 놀다 보니 시간이 금세 긴다. 학교 밖에 있는 '교내 서점'까지 걸어가서 기념품을 좀 산 뒤, 세은이 소원대로 근처 한인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이제까지 엄마 아빠가 하고 싶은 것을 잘 참아주었으니, 지금부터 남은 시간은 세은이가 원하는 대로 간다.
코카콜라의 모든 것이 있는 박물관 - World of CocaCola
애틀란타 다운타운엔 팸버턴 플레이스(Pemberton Place)라고 부르는 도심 속 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 바로 세은이가 미국에 와서 꼭 가보고 싶어 했던 코카콜라 박물관인 '월드 오브 코카콜라(World of CocaCola)'가 있다. 세은이는 박물관, 미술관을 참 싫어하는데, 켄터키에 있는 KFC 박물관에서도 그랬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마다하지 않는다. 박물관이 싫다기보다는 엄마 아빠의 취향이 맘에 들지 않는 거겠지. 어쨌든 여기는 오고 싶어 해서 참으로 다행이다.
이 공원 이름, 'Pemberton'은 코카콜라를 처음 만든 약사의 이름인 John Pemberton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 코카콜라 박물관이 있는 건 당연하겠지. 이 공원과 그 주변에 관광지가 몰려있기 때문에 애틀란타에 가족여행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들를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한국인인 나에게도 꽤나 쌀쌀한, 애틀란타 기준으로는 얼어 죽는 날씨임에도 월드 오브 코카콜라에는 연말 휴가를 보내러 온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과도하게 화려한 코카콜라 콘셉트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우리를 반겨준다. 줄을 서서 QR을 찍고 입장하면 바로 내부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관람객 대기실(The Loft)에서 잠시 설명을 듣고, 극장(The Coca Cola Theater)에서 홍보영상을 보고 나서 본격적으로 메인 로비에 들어가게 된다. 기다리는 시간이 짧지는 않지만, 대기실에 전시품들이 많아서 그 자체로 볼 만하고(한국에서 온 자판기도 전시되어 있다), 안내직원의 복장과 설명이 독특하고 재미있으며, 홍보 영상도 꽤나 몰입감 있어서 지루함이 없다. 역시 마케팅의 제왕답다는 생각이 든다.
홍보영상을 다 보고 나서 입장하면, 원형으로 된 메인 로비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1,2층에 위치한 7개의 전시장을 자유롭게 구경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인기 있는 전시관 앞에는 대기줄이 엄청 길다.
애틀랜타까지 왔으니 7개의 전시관을 모두 다 보는 게 당연하지만, 그중에도 꼭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건 코카콜라 레시피가 들어있다는 비밀의 금고방, 'Vault of the Secret Formula'다. 긴 줄을 기다려 들어간 내부에는 사람 키보다 더 큰 문을 달고 있는 거대한 금고가 전시되어 있다. 입장하고 나면 간단한 공연처럼 펼쳐지는 스토리텔링 시간이 있는데 나름 몰입되어 재미있다. 사진은 끝나고 나갈 때만 찍을 수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짧은 공연을 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유입장이 안되고 20여분 간격으로 한정된 숫자만 입장한다. 그래서 들어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 외에도 볼만한 게 많다. 세은이는 합성 영상이나 향기 체험 같은 것에 흥미가 맞는 모양이고 내 입장에서는 코카잎으로 만든 피로회복제로 시작된 코카콜라의 역사가 꽤나 흥미로웠다. 이제는 보기 힘든 예전 제품들 속에서 추억의 음료를 찾아보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이곳은 박물관이지만 손님 회전율이 중요해서인지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그래서 금세 피로해지는데 얼른 보고 나가라는 의도가 살짝 읽힌다.
우리는 마지막 코너, 세은이가 유튜브에서 많이 봤다면서 가장 기대하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전 세계 코카콜라 브랜드 음료를 원 없이 마실 수 있는 코너인 'Taste It!'. 이곳은 출구로 가는 길 안쪽에 있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다시 되돌아올 수 없고 박물관을 나가게 되는 구조다. 벤치 하나 없이 계속 서 있었던 게 힘들어서인지 세은이도 나가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각 나라의 음료가 나오는 디스펜서 여러 대가 전시되어 있는데 인기 있는 맛은 따로 있어서 줄을 서서 맛보는 것들이 있다. 세은이는 혼자 다니면서 이것저것 먹어보고 섞어서도 맛보고 아주 신나 했다. 가장 재밌고 즐거웠던 곳, 금세 배불러질까 봐 많이 먹지 못하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그렇게 한참을 즐기고 기념품을 몇 개 골라서 밖으로 나왔다.
미국 최대의 수족관 : Georgia Aquarium
애틀란타 가족여행 또 하나의 필수 관람 코스는 조지아 수족관이다. 이 역시 펨버튼 플레이스에 있는 곳이라 코카콜라 박물관을 나오면 곧바로 연결해서 볼 수 있다. 조지아 수족관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이고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수족관이다. 애틀란타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는 400km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이 정도 크기로 수족관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여기 역시 길게 늘어선 대기줄을 지나 입장한다.
세은이가 어릴 때부터 수족관을 무척 좋아해서 우리는 한국에 있는 웬만한 수족관은 모두 가 보았다. 보통 수족관 별로 특징을 잡아 힘을 주는 포인트가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규모가 워낙 큰 곳이라 모든 것이 다 있는 것 같았다. 보통의 수족관이라면 한두 개 정도 있을 법한 크기의 대형 수조가 각 섹션마다 여려 개 있고 그곳엔 귀상어, 대형 가오리, 거북이뿐만 아니라 고래상어나 벨루가 같이 쉽게 보기 힘든 어종도 있다. 심지어 몇몇 수조에서는 다이버와 잠수 체험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조지아 수족관에서는 돌고래 쇼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동물을 훈련시켜서 묘기를 부리게 하는 것에 이제는 조심하는 분위기인데 미국은 아직은 좀 그렇지는 않다. 시즌이 시즌인이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잔뜩 나는 즐거운 공연이다.
올랜도 씨월드에서도 그랬지만, 미국에서 물과 관련된 공연을 관람할 때는 항상 주의(?) 해야 한다. 돌고래 쇼의 후반부가 되니 돌고래들이 갑자기 관객석으로 물을 쏘아대는 바람에 뒤편에 앉은 우리는 굉장해 즐거웠다.
조지아 수족관에서, 그야말로 미국에서 뭔가를 맘먹고 만들면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도출된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을 기념하며 : Centenial Park
나처럼 88년 서울 올림픽을 보고 자란 세대들에게 '애틀란타' 올림픽은 그리 먼 과거가 아닌 느낌일 것이다. 애틀란타 다운타운의 중심, 팸버튼 플레이스 근방에는 애틀란타 올림픽을 기념하는 센테니얼 파크(Centenial Park)가 자리 잡고 있다. '100'이라는 숫자를 의미하는 이 공원은, 창설된 지 100년째였던 1996년 26회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센테니얼'이라 이름 붙여졌다.
볼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진 세은이 같은 요즘 세대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당시에 올림픽이라는 행사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아주 크고 중요한 행사였다. 그래서 그 단 한 번의 행사를 위해 도시 전체 지형을 바꿔놓는 일도 당연하게 생각되던 시절이다.
애틀란타 역시 마찬가지로 시내의 중요한 포인트들이 이 센테니얼 공원 주변에 몰려있다. 올림픽 전의 낙후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재개발을 해서 큰 공원과 경기장을 지었고, 올림픽이 끝난 이후로도 팸버튼 플레이스(코카콜라 박물과 & 조지아 수족관 등), 대학 Football 명예의 전당, CNN 본사 등등 여러 시설들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은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고 한다.
해지고 나서, 센테니얼 공원을 찾아갔더니 출입구는 모두 닫힌 상태였다. 일반 공원인데도 밤이라서 문을 닫는 건 한국 상식에는 안 맞지만 여기는 미국이니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한다. 어제 이미 이 근처 주자창에서 낭패를 봤으니 더 이해가 된다. 아쉽지만 공원은 패스. (이곳은 올림픽 기간 중에 폭발물 범죄가 있었다. 보안을 위해 경계하는 것이 아쉽지만 이해는 된다.)
대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을 텐데 밤이 되니 묘하게 으슥한 느낌이 든다. 대형 관람차가 밤에도 영업을 하고 있지만 타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고 딱히 내키지도 않는다.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한 건가?
그래도 아내와 나에게는 어릴 적 추억의 한 조각인 대형 올림픽 기념 마크를 찾아서 사진을 남겼다. 요즘 아이인 세은이는 엄마 아빠가 '올림픽 같은 것'에 그리 의미를 두는 것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Martin Luther King Jr. 의 고향 Atlanta, GA "로 계속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