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5 사기와 범죄로 시작된 애틀란타의 밤

December 26 2022

by Clifton Parker

(커버 이미지 : 테네시 Chattanooga 인근, Nashville을 떠나 애틀란타로 가는 길)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Mammoth Cave National Park, KY & Broadway, Nashville, TN"에서 계속


gs4m0nLJUDZbbDLYJcCCvROmhIo.jpg (사진) 10일에 걸쳐 12개 주를 지나는 경로. 이동거리 총 3,200마일 = 5,120km에 달한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9박 10일로 떠나는 미국 동부 로드트립. 총 이동거리 5,100km, 12개 주를 지나는 일정이다. 이 여행을 통해 미국만의 이야기를 보고 올 수 있기를 바라며 먼 길을 나선다.


Day 4 Night : Tennessee를 떠나 Atlanta, Georgia에 도착


Atlanta, GA : 애틀란타의 첫인상 - 고작 15분 만에 당한 세 번의 시련

아쉬움 속에 내슈빌을 떠난 우리는, 꽤나 지체된 시간 탓에 이미 어두워진 고속도로를 타고 서둘러 숙소가 있는 조지아 애틀란타로 향했다.

미국 여행을 하면서 어두워진 길을 달리는 것은 단지 '이동'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이다. 가로등이 없으니 보이는 것도 없고, 동물이 나올 수 있어서 사고에 주의해야 하고, 음식을 파는 휴게소는 당연히 없다.

심지어 휴게소 화장실에 가는 것도 웬만하면 참아야 하는데 불 꺼진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동물이 나올 수도 있고 마약쟁이가 나올 수도 있는 곳이라서 그렇다.

만약 한밤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무슨 위험에 처한다? 그래서 911로 신고한다? 그러면 경찰이 오기까지 수십 분은 기다려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아, 잠깐... 신고할 수 있게 전화나 인터넷이 되기는 하나? 아마 안 되는 곳도 많을 것 같다. 웬만하면 참아야지.


그렇게 쉬지 않고 밤길을 3시간 30분을 동안 달려서 미국 동남부의 최대 도시인 조지아 애틀란타에 도착했다. 조지아는 남부 지역 중에서도 진짜 남부인데도 놀랍게도 눈이 내리고 있다.

미 동부의 '역사적 한파'가 1년에 한 번 눈이 올까 말까 한 애틀란타에도 도로에 쌓일 정도의 눈을 뿌리고 있었다. 정말 신기한 풍경이지만, 여기는 뉴욕 같은 제설 장비가 있을 리 없으니 문제 생기기 전에 숙소부터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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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조지아의 웰컴사인. 조지아는 복숭아가 특산품이라 별명이 Peach State이다. (오른쪽) 눈내린 애틀란타의 밤거리
(영상) 애틀란타에 눈 내리는 장면. 애틀란타에 사는 사람들에겐 정말로 희귀한 장면일 것이다.

미국 대도시 시내 호텔은 주차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상당히 비싼 편이기 때문에 외부의 사설 주차장을 따로 예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호텔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주차장(123 Marietta St. Public Car Park)을 2박 3일간 예약했다. 지붕이 없는 야외라는 점이나 가격이 싼 게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공영 주차장이니까 괜찮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시내에 있는 주차장이 가격이 싸다면 그만큼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는 뜻이다. 싼 건 이유가 있다.)


- 1. 차량 털이범의 흔적

주차장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었지만, 밤늦게 와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외진 느낌이고 경비원도 없어 보인다. 그다지 주차하기에 내키는 기분이 안 든다. 그래도 얼른 자야 하니 '그냥 밤이라서 그런가'하고 빈자리 찾아서 주차한 뒤 내리려는데 이상한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옆차의 운전석 유리가 깨져있고 바닥에 파편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어?? 그럼 이 차는 유리가 여기서 깨진 거다.
아... 이 주차장에 차량 털이범이 있구나. 큰일이다.

나는 일단 아내에게 다시 차에 타라고 했다. 도착했다는 안도감은 사라지고 차 안은 긴장이 가득하다. 일단 핸드폰을 꺼내서 여기가 내가 예약한 곳이 여기 맞는 건지부터 확인했다. 아... 다행히 내가 예약한 곳은 여기가 아니다.

하지만 예약한 곳이 바로 옆 골목이라 도긴개긴인 상황이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호텔 주변 다른 사설 주차장은 예약이 가능하지도 않다. 일단 예약한 곳으로 가보기는 해야겠다. 내 차가 저렇게 털린다면 너무나 끔찍하다. 꺼냈던 짐을 다시 차에 옮겨 싣고 출발하려고 했다.


- 2. 수상한 내 차를 노려보던 경찰관의 등장

어쨌든 잠재적 위험을 피하려 주차장을 나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불이 번쩍한다. 어? 뭐지? 룸미러로 쳐다보니 경찰차가 경광등을 켜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주차장에 오래 서 있다가 그냥 가는 것이 의심스러웠나 보다. 아 정말 이렇게 꼬이나... 나는 잘못한 게 없지만 옆차 유리 깨진 게 마음에 걸린다. 혹시나 이걸 덤터기 쓰는 건 최악이다. 어떻게든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경찰한테서는 도망칠 수가 없다. 어떻게 하지...

잠깐 고민한 나는, 천천히 오고 있는 경찰 쪽으로 오히려 차를 몰고 다가가서 바로 옆에 세웠다. 그리곤 창을 열고 핸드폰을 내보이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경찰관님 안녕하세요. 제가 뉴욕에서 와서 여기 지리를 모르는데, 제가 예약한 주차장이 이곳이 맞나요?"

"아... 여기는 이곳이 아니고 차를 빼서 반대편으로 가셔야 해요. 가까운 곳에 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여 잡고 차를 몰고 나오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경찰이 내가 서 있던 자리까지 왔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일단 외진 주차장에서 한동안 차를 세우고 뭘 하고 있었는지 설명해야 했을 것이고, 경찰이 옆차 유리 깨진 것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었을 거다.

나 스스로도 어떻게 이런 생각으로 빠져나왔는지 기특할 뿐이다. 경찰은 파손 차량을 못 본 것인지, 우리를 의심하지 않아서인지 나를 쫓아오지는 않는다. 일단 괜한 시빗거리를 피해 나오게 된 게 정말 다행이다. 코너를 돌아 빠르게 경찰차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 3. 반갑지 않은 노크. 주차장 사기꾼

내가 예약한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경찰 말대로 아주 가까운 곳이다. 바로 옆 블록에 있는 곳이라 사실상 아까 그곳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일단 빈 곳에 차를 세우고는 우리는 쉽사리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차 털이범이 있을 수도 있는 이곳에 2박 3일씩이나 우리 소중한 차를 놓고 가도 될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내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내 쪽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나는 차창을 아주 조금만 열고 허름한 옷차림의 그 누군가와 대화를 시도했다. "무슨 일이세요?"

"헤이, 여기 처음 왔니? 난 여기 관리인인데, 너네 티켓 안 끊고 그냥 들어왔지? 저쪽 입구에서 뽑고 들어와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 많아서 너네꺼 내가 대신 가져왔어."

그가 나에게 내민 것은 날짜도 장소도 맞지 않는, 때 묻고 구겨진 주차티켓이다.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그는 덧붙여 말했다. "오늘 하루치는 선불로 내야 해. 현금으로 $40야."


Parkopedia 같은 미국 주차장 앱은 예약하면서 결재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결재할 것이 없다. 그래서 길게 말할 필요 없이 이 놈은 100% 사기꾼이다. 그 순간 나는 재빨리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운전석 바로 옆에 서 있는 이 놈이 차에 해코지하는 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대답했다.

"아, 호텔 가기 전에 잠깐 들러야 할 곳이 있었는데 거기 잠깐 다녀올게요. 돌아와서 결재할게요. 고마워요."

나는 자칭 관리인(?)의 답을 듣기도 전에 얼른 후진으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멍하니 서있는 사기꾼의 모습을 룸미러로 보고 있으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 "애틀란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제는 갈 곳이 없다. 차를 몰고 하염없이 거리를 헤매고 있다. 아내는 그냥 호텔 주차장으로 가자고 통 큰 선택을 했다. 시간이 이미 너무 늦은 데다, 다른 주차장을 찾을 수도 없고, 외부 주차장은 못 믿겠으니, 그냥 돈 많이 내고 맘 편한 게 좋겠다고 한다. 나도 100% 동의한다. 차를 돌려 호텔에 도착하니 입구에서 키가 2m는 되어 보이는 엄청난 체격의 발레 파킹 직원이 우리를 반긴다. "Hello Sir. Welcome."

호텔 내 주차장은 바깥보다 2배 정도 더 비싸지만 우리 차가 안전하니 그 정도 돈은 많이 내도 괜찮다. 심지어 우리가 빠져나온 주차장 비용은 예약시간이 지나 버린 탓에 환불이 안돼서 억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 차가 무사하니까.

나는 이렇게 든든한 사람이, 이 험난한 곳에서 내 차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니 방금 당한 일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우리를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던 그에게 나는 팁을 두둑이 주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와서 세은이는 태블릿 보고, 아내와 나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누워있었다. 방금 내가 당하고 온 일이, 또 거기서 빠져나온 나의 순간적인 대처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계속 되뇌고 있었다. 내가 침묵을 깨고 아내에게 물었다.

"만약에 우리가 그 사기꾼을 안 만나고 거기 주차했다면, 만약에 그래서 거기서 밤에 차 유리가 깨지고 털리기라고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어쩌긴 뭘 어째. 여행 거기서 끝나는 거지. 깨진 유리에 비닐 붙이고 이틀 걸려서 뉴욕으로 돌아가야지. 뉴욕은 겨울이니 당신 좀 춥긴 했겠네."

생각만 해도 기가 차고, 자칫 실수라도 했으면 이 여행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당신, 경찰한테 빠져나온 거나, 주차장 노숙자 피한 건 정말 대단했어. 그 순간에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나?"

"글쎄... 이제는 미국 현지인이 되어서 그런가?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던데?"


애틀란타의 첫날밤에 만난 예상밖의 위기는 다행히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으로 남았고 우리는 내일의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나 자신, 오늘 정말 잘했다.


"코카콜라가 태어난 곳, Atlanta, GA"로 계속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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