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22
뉴욕의 많은 학교들은 4월 셋째 주에 1주일짜리 봄방학이 있다. 우리는 미국의 남쪽 끝 플로리다를 두 번이나 직접 운전해서 다녀왔으니 이젠 비행기를 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공항과 비행기에서 코비드에 따른 여러 제한도 상당히 완화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첫 번째 여행이니 큰 고민 없이 LA(Los Angeles)에 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뉴욕시티 다음의 미국 제2의 도시, 서부의 핵심, 할리우드, 미국 최대의 한인 타운 등 이곳을 가봐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게다가 세은이도 원하는 곳이다.
4월이지만 아직도 눈이 오는 뉴욕을 떠나 1년 내내 따뜻하다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느껴보도록 하자.
여행 준비 : 뉴욕시티의 세 공항, 학교 결석 처리
모든 사람들의 휴가 시즌이라 어디든 항공, 숙박이 비싸고 자리마저 없기도 한다. 아무튼 이 상황에서 제일 먼저 비행기 티켓을 서둘러 확보해야 했다.
일단 출발할 공항부터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 가능한 옵션은 30분 거리의 작은 규모의 알바니공항(ALB)이 있고 3시간 떨어진 뉴욕시티의 큰 공항 3곳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알바니 출발을 선택하면 공항까지 이동시간이 짧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호텔에서 자야 할 필요도 없고 주차비용도 저렴해서 좋긴 한데 LA로는 직항이 없고 경유로 가는데도 비행기 삯이 많이 비싼 편이다. 그래서 일단 이건 제외.
뉴욕시티엔 대표 공항인 존 에프 케네디 공항(JFK) 외에도 라과디아(LaGuardia, LGA) 그리고 뉴어크(Newark, EWR) 공항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그중에 뉴어크 공항은 사실 뉴욕시티가 아니라 허드슨강 건너의 뉴저지 Elizabeth에 있기 때문에 다른 두 곳에 비해 뉴욕시티 접근성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다른 두 곳에 비해 살짝 저렴한 편인데 우리는 뉴욕시티에 볼일이 없기 때문에 이곳을 출발지로 하기로 했다. 휴가 시즌이라 티켓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열심히 찾아서 결국 비교적 저렴한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휴가 일정에 꼭 맞지는 않아서 회사에 추가로 휴가도 내야 하고 세은이의 학교 결석계가 필요한 티켓이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한국에선 초등학생이 가족 여행(교외체험학습)으로 최대 19일을 등교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약 20일의 결석을 허용해 준다. (정확한 결석 허용일수는 학교마다 다르다. 그리고 허용일수 이내라도 총 수업일수의 10%인 18일 이상 어떤 이유로든 결석 처리되면 장기결석자(Chronic Absenteeism)로 관리된다.)
세은이는 그동안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이 금요일 하루 결석계를 내야 할 것 같다. 결석계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고 며칠 전에 미리 담임선생님과 학교 출결 담당 선생님께 '어떤 사유로 언제 결석하는지'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주재원의 자녀들은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학년 Pass만 된다면 미국에서의 출결 관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허용 결석일을 최대로 활용해서 시간과 돈을 아끼려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세은이가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지내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결석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이번엔 결석계를 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건 단지 비용문제가 아니다.
이번 LA 여행의 핵심은 세은이가 뉴욕에 오자마자 작성했던 버킷리스트를 완성하는 데 있다. 바로 LA 남쪽에 있는 '디즈니 랜드'다. 지난번 올랜도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디즈니랜드 같은 대형 테마파크는 사전 예약 없이는 입장이 아예 불가능하다. 결석계를 내지 않고서는 예약을 할 방법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디즈니 랜드를 가지 않으면 LA에 가야 할 이유도 딱히 없어지기 때문이다. 정말 간신히 우리 셋 티켓을 예약했다. 그리고 빠른 줄 대기를 위한 Genie Plus도 무사히 예약 완료했다. 거의 티켓 가격에 맞먹기 때문에 지갑은 절반, 씁쓸함은 두 배가 된다.
디즈니를 다녀오고 나서 LA에 가서는 영화 라라랜드의 배경이 된 그리피스 천문대 (Griffith Observatory), 할리우드 거리, 미국 최대의 코리아타운 그리고 태평양 바닷가 등등을 보고 오려고 한다.
그리고 때마침 헤이니네도 서부 쪽으로 여행한다고 해서 일정이 맞으면 LA시내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것 세은이한테 미리 말해주지는 말아야지. LA에서 헤이니를 만나면 깜짝 선물이 될 테니.
일정을 다 정했고 비행기, 디즈니, 호텔 등 모든 예약을 마치니 드디어 완료되었다. 이제 가면 된다.
첫 비행기 여행 - 사설 주차장, 공항 주변 호텔, 미국 공항 국내선
아내가 성공적으로 낚아챈 비행기 티켓은 '저렴한(평소보다 비싸지만)'과 '성수기'라는 서로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 것이었다. 이렇게 좋기만 할 수가 있다고? 어떤 것이 추가되어야 균형이 맞을까? 그렇다. '체력 소모'가 최악이어서 가능한 티켓이다. 우리는 '세은이를 데리고', 왕복으로 새벽에 출발하고, 모든 짐을 객실칸에 들고 가야 하고, 한 자리씩 떨어진 채로 타서, 비행기 꼬리 좌석이라 제일 늦게 내린다. 꼬리칸 인생들을 위한 항공사의 엄청난 콤비네이션. 그래도 이 기회를 잡아 온 아내에게 감사한다.
새벽 출발을 해야 하니 우리는 뉴어크 공항 주변에서 출발 전날 하룻밤 자기로 했다. 뉴어크 공항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Elizabeth, NJ)엔 호텔과 주차장이 밀집된 곳이 있는데 비행기를 타기 위한 여행자들이 하루 묵어가고 장기주차를 하는 곳이다. ('Park, Stay and Fly'라는 콘셉트이다.)
구글 검색으로, 'Parking lot near EWR'을 검색하면 장기 주차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에 '무엇 near 어디' 또는 '무엇 near me'라고 하면 많은 고민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나는 호텔 바로 옆 주차장('Value Parking', 139 McClellan St. NJ)을 예약했는데 지붕이 있는 자리가 하루에 $15 수준이었다. 야외 > 지붕 있는 자리 > 실내 주차 순으로 가격이 비싼데 야외 주차는 여행 내내 마음이 불안할 것 같다. 주차장이 너무 싸도 좋지 않은 게, 공항 주변은 외곽지역이라서 으슥한 곳에 있는 주차장도 많다. 그래서 가격이 너무 싸면 주차 후 파손/배상 사례는 없는지 구글 리뷰를 꼭 읽어봐야 한다.
목요일 업무가 끝나고 3시간을 달려서 공항 근처 숙소에 도착했다. 이 길(I-87 & NJ-17)은 뉴욕시티 및 뉴저지 한인타운 가는 길이기도 한다. 이제는 풍경이 참 익숙하다.
아내와 세은이를 호텔에 내려놓고 근처에 예약해 둔 주차장으로 갔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카운터에 가서 예약을 확인하고 키를 맡긴 뒤 결제까지 마치면 티켓을 준다. 티켓엔 여행을 다녀왔을 때, 공항 내 대기장소, 픽업 셔틀 부르는 방법 등이 적혀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주차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어두운 골목길이다. 아내와 세은이가 이런 길을 무서워할까 봐 나 혼자 주차하러 왔지만 아빠라고 해서 이런 게 괜찮지는 않다. 우리 차가 무사하길 바라며 그 짧은 거리를 뛰다시피 호텔로 돌아와 체크인했다.
다음날 호텔에서 공항에 가는 것은 공항 주변 호텔들이 대부분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우리는 새벽 4시에 나왔는데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데도 로비에 기다리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15명 정도 태울 수 있는 작은 버스에 타고나서 항공사 이름(또는 터미널 번호)을 알려주니 바로 출발한다.
이 새벽, 뉴어크 공항 국내선 터미널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긴 줄을 기다려서 탑승 심사대까지 가면 심사관이 기다리고 있다. 세은이 이름과 나이(아이의 여권을 가져가면 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 총은 없는지 등을 묻는데 간단히 답하고, 보딩패스와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짐 검색대로 가면 된다. 국내선이라 그렇게 까다롭진 않다.
부모의 신원이 확인된 12세 이하 어린이는 이 과정에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아이와 보호자 한 명은 X-ray 검색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탑승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아내와 세은이는 짐을 트레이에 올리고 먼저 통과하고 나는 검색을 열심히 받는다. 미국이라서 약간 어색한 것 말고는,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거랑 큰 차이가 없다. 공항 직원들이 좀 경직되어 있다는 게 차이랄까?
(미국 공항에는 대기 절차 없어도 되는 'TSA Pre-Check'이라는 사전 신원 등록 라인이 있다. 하지만 외국인인 우리가 이용하려면 Global Entry 등록까지 1인당 비용이 $200 정도이고, 공항에 두 번이나 방문하여 두 차례의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라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공항이 워낙 커서 검색대를 지나 탑승 게이트까지 한참 걸어가야 했는데 인천공항과 대동소이하다. 자리에 앉아 대기하고 있으니 탑승 그룹 별로 탑승 호출을 한다. 말이 좋아 탑승 그룹이지 우리처럼 '꼬리칸 등급' 사람들은 제일 나중에 탄다. LA까지는 6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지만 뉴욕 EST보다 LA PST가 3시간 늦으니 뉴욕에서 아침에 출발하면 LA는 점심에 도착한다. 세은이는 드디어 미국 비행기 탄다고 신났지만 새벽부터 신경이 곤두서 있던 아내와 나는 비몽사몽으로 Wild Wild West, the city of LA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LA 도착 : ♪'Cali~fornia Love' by 2Pac
국내선이라도 장시간 비행을 하는 미국 비행기에서는 유료 인터넷이나 무료 영화 같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좌석마다 설치된 디스플레이로 영화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좌석 디스플레이가 없는 기종은 승객들이 항공사 홈페이지의 Media 메뉴에만 무료로 접속할 수 있게 해서 개인 휴대폰/노트북으로 직접 스트리밍 받아 볼 수 있게 해 준다. 아마도 좌석 개조 보다 기내 인터넷 일부를 열어주는 게 비용이 적게 드는 모양이다. 하지만 미국 비행기라 한국어 서비스가 없으니 영화가 무슨 소용일까 싶은데, 방송 메뉴를 보니 스포츠 채널 몇 개를 실시간으로 그것도 무료로 보여주고 있다. 한 달에 $40인 유료방송을 비행기 안에서, 대륙을 가로지르면서 라이브 & 무료로 보고 있다니. 이러니 미국 스포츠에 미리 익숙하게 된 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좁은 자리에서 NCAA 풋볼 보는 것도, 구겨져 자는 것도 지겨워져서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졌을 때쯤, LA에서 차로 1시간쯤 떨어진 오렌지 카운티의 작은 공항, '존 웨인 공항(SNA)'에 도착했다. 1900년대 중반 미국 서부 영화에 이름을 강렬히 남긴 옛날 배우 존 웨인은 이 공항에도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공항 입구에는 영화에서처럼 총잡이 모습을 한 존 웨인의 동상이 긴 비행을 마친 사람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다행히 날씨가 매우 좋다. 뉴욕에서 약간 추운 느낌으로 출발했는데 LA에 와 보니 건조한 공기에 강렬한 햇빛이 내리쬔다. 렌터카 픽업을 하고 블루투스, 안드로이드 오토, 스마트폰 거치대 등 운전 설정을 다 마친 다음에,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에 있는 한인 마트(Hmart@Garden Grove, CA)부터 향했다. 야자수가 있는 거리 풍경과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하늘이 뉴욕과는 너무나 다른 곳이라는 게 실감 난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인의 수는 뉴욕과 뉴저지를 합한 것의 두 배도 넘는데, 그중에도 LA와 바로 아랫동네인 오렌지 카운티에 특히 많이 산다고 한다.
한인들이 모여사는 곳은 당연히 한국 느낌이지만 현시점의 한국 모습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민자의 언어와 문화 풍습은 자신이 고향을 떠나올 당시에 머물러 있고 그들의 자손들은 부모 시대의 언어와 풍습을 그대로 물려받기 때문에,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고 해도 문화의 시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점심을 먹으러 온 이 동네는 뉴저지 팰리세이즈나 포트 리 보다 10년쯤 더 옛날 한국 같다. 동부와 서부 한인타운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는 아마도 두 지역 이민의 역사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마트 가면 하던 것과 완전히 똑같이, 세은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거리를 좀 사고 점심으로 푸드코트에서 순두부찌개, 제육볶음과 냉면을 먹고 '파리 바게뜨'에서 단팥빵을 사서 차에 올랐다. 단팥빵은 분명히 한국음식이다. 나는 미국 빵집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이 고향의 맛을 좋아한다.
거리를 운전하면서 휘발유 가격이 뉴욕보다 50%나 비싼 것을 보니 내가 정말 캘리포니아에 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정유 사업에 여러 규제가 많아서 휘발유 가격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1L에 2,000원도 넘는 것 같다. 한국보다 월등히 비싸다. LA에선 운전 잘하자.
LA로 오면서 3시간 대출(?) 받았기에 아직도 호텔에 체크인하기엔 이르다. 그래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닷가부터 가보려고 한다. 가장 가까운 곳은 롱 비치(City of Long Beach)에 있는 City 해변이다.
눈 부시게 긴 태평양 해변. Long Beach 바닷가.
LA 주변엔 가 볼만한 해변이 아주 많고 전부 유명한 곳이라 어디를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중에 롱 비치(Long Beach)가 눈에 들어왔다. '롱 비치'라고 하니 수십 km정도는 되지 않나 했는데 생각보다는 짧다. 한 6~7km 정도? 미국 기준으로나 길지 않을 뿐이지 해운대의 3배나 되는 큰 해변이다. 게다가 이름도 들어본 적 있다. 이곳의 항구가 아시아와 미국 간 물류의 상당량을 처리하는 초대형 항구라는 얘기를 뉴스에서 들었던 것 같다.
20분 정도 운전하니 거리에 벌써 바닷가 분위기가 난다. 서핑 보드 대여점이 곳곳에 있고 비싸 보이는 콘도가 즐비한 것이 유명한 휴양지임에 틀림이 없다. 해변 길 따라 있는 공원(Bluff Park)엔 사람들이 요가를 하고 있다. 나는 일단 공원옆 길가에 주차를 했다. 2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야자수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고 군데군데 내 키보다 큰 선인장도 있다. 뉴욕의 차가운 새벽 날씨 때문에 입어야 했던 긴 옷은 이곳에선 굉장히 이질감 느껴진다. 더위보다는 이 어색함이 싫어서 빨리 옷을 갈아입고 싶다.
해변 입구에 들어서니 쨍한 햇빛이 너무 눈 부시다. 뜨겁게 달궈진 새하얀 모래밭을 정말 한참 걸어가야 바다가 나온다. 해변은 상당히 완만하고 발에 닿는 바닷물이 조금 차다. 파도는 잔잔하고, 바다에서 밀려온 금빛 모래가 뿌려져 있고, 바닷물이 닿는 곳마다 손톱만한 조개가 모래 속에 널려있다. 조개는 손으로 톡 건드리면 꿈틀거리면서 숨어버린다. 조개껍질 줍던 세은이가 발견하고는 아주 좋아한다.
해변 오른쪽 멀리에 뉴스에서 들었던 롱 비치 항구가 보인다. 바다 멀리엔 화물선과 크루즈선 20척 정도가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뉴스에 매일 나오던, 코비드 물류 대란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네. 아마도 수평선 너머엔 더 많은 배가 대기하고 있을 것 같다. 도대체 이 난리는 언제 끝나나?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자전거 타는 사람들, 롤러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평일 오후인데도 다들 한가롭다. 조금 더 걷다 보니 해변에서 바다로 길게 나와 있는 Pier(Belmont Pier)가 있다. 해변에서부터 바다 가운데까지 이어진 이 나무 Pier의 끝까지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바다 위에는 십여 대의 요트가 경주를 하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정말 여유롭다.
따가운 햇볕, 야쟈수와 선인장,. 끝없는 해변, 유유자적해 보이는 사람들, 서핑, 요트 등 머릿속에 이미지로만 있던 남부 캘리포니아(SoCal, South California)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순간이다.
'이런 데서 살면 여유로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겠네.'
롱비치의 햇볕을 한 껏 받고 난 뒤, 아직 저녁이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긴 비행과 시차로 인한 피로를 풀기 위해 호텔로 향했다. 내일의 일정을 성공하기 위해서 푹 쉬어야 했다. 이 여행의 진짜 목적을 위해서다.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