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퇴사의 나비 효과 : ‘실업급여’

by 짱구노무사

7. 퇴사의 나비 효과 : ‘실업급여’


‘잠자’는 애초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되뇐다.


“그런데 쫓겨나는 편이 차라리 더 잘된 일일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동안 우리 부모를 생각해서 꾹 참아왔지만, 만일 참지 않았더라면 나는 진작 사표를 냈을 거고 사장 앞으로 다가가 그의 면 전에 대고 평소에 품고 있던 내 생각을 속 시원히 내뱉어 주었을 텐데.”


위 문단 속 ‘퇴사’에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 번째 사표를 내고 싶은 ‘잠자’의 마음은 ‘자발적 퇴사’를 의미하고, 회사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비자발적 퇴사’를 의미한다. ‘퇴사’라는 결과는 같더라도 그 효과는 상당히 다르다.


먼저 ‘비자발적 퇴사’를 당한 노동자는 고용보험을 통해 실업급여 수령 자격을 얻는다. 실제 ‘잠자’는 해고를 당하거나 권고사직을 당한 적이 없다. 원칙적으로 실업급여를 수령 할 수 있는 수급 자격은 없는 셈이다. ‘자발적 퇴사’는 원칙적으로 실업급여 수급이 불가능하다.


2023년 기준 최근 5년 동안 실업급여를 5회 이상 수령 한 사례가 약 1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 평생 고용보험료 납부만 하고 한 번도 수령 해 본 적 없는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정수급으로 싸잡아 볼 수는 없지만, 사각지대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이러한 부정수급을 잡는데 행정적으로 낭비되는 인력과 비용을 고려하면 제도의 대대적 개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창작을 방해하는 직장은 카프카에게 끔찍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직장으로부터의 자유가 그의 유일한 구원 가능성이자 제1의 요구였을 정도다.”


카프카조차도 직장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서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국민고용보험’과 함께 비자발적 퇴사자에게만 수급자격을 인정하는 실업급여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자발적 퇴사에까지 그 수급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자발적 퇴사자에게도 최소한의 생계유지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기금은 어디서 마련할 수 있을까 싶은 현실적 고민이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이 비자발적 퇴사자에게만 주어지는 실업급여액의 수준을 낮추고, 대신 수급 자격의 범위를 넓히면 어떨까. 자발적 퇴사임에도 부정수급 하는 등의 사각지대도 자연스레 해소되지 않을까. 이를 사회주의 관점으로 볼 수 있을까. 카프카가 태어나고 죽은 체코가 1948년부터 1990년까지 사회주의 공화국이었던 점을 떠올리며 이런 생각까지 해보는 것일까.


“법이란 누구에게나 언제나 개방되어 있어야 마땅한 것이거늘,

(중략)

‘이 여러 해를 두고 나 말고는 아무도

들여보내 달라는 사람이 없으니 어쩐 일이지요?’

문지기는 이 사람이 임종에 임박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하여 그의 스러져가는 청각에 닿게끔 고함질러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다른 그 누구도 입장 허가를 받을 수 없었어,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나는 이제 문을 닫고 가겠소.“


카프카의 또 다른 단편, 「법(法) 앞에서」에서 문지기는 주인공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었지만, 너가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거, 또 다른 ‘잠자’였던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6. 쫓겨나는 편이 차라리 잘된 일 : 해고예고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