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눈이 떠지면 저절로 일어나고
24시간 365일 없이 살고 싶다.
동창이 밝았다고
노고지리 우지진다고
어서 일어나 일하러 가야 된다고
다그치는 시간 없이 살고 싶다.
달팽이 느리다
그 집을 내려놓아라 할 수 없고
지렁이 꾸물거린다
들어가 제 일이나 하라 할 수 없다.
겨울비 내리는 날
꽃 피어라 할 수 없고
오뉴월 햇살이 쨍쨍한 날
그만 그 잎을 떨어뜨려라 할 수 없다.
모두가 시간 속에 존재하는 듯 하지만
모든 자연은 시간 밖에서 의연하다.
시간 앞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는
서로 먼저 죽지 못해 안달이다.
시간 밖에서 천천히 살고 싶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초조해하지도 말고
시간 밖에 있는 무한한 세계에 눈을 돌리면
그 어떤 시간에건 여유를 지니고 의젓해질 수 있다는 법정 스님의 글을 읽다가...
(법정, 오두막편지, 2007, 이레, 24-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