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바다를 사랑하는 건
바다를 남성으로 바라보기 때문이고
제가 바다를 동경하는 건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남성으로 생각해 일 마레(il mare)라 부르고
여성으로 간주해 라 메르(la mer)라 쓰기도 하니까요
소설이라는데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유난히도 비를 좋아했던 당신이 떠오릅니다
순수하고 맑은 사람
마음이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
그렇다 생각했던 기억이 남았습니다
우리는 만난 적도 헤어진 적도 없지만
어제 같기도 하고
아주 먼 오래된 이야기 같기도 하고
기억이나 감정은 물리적 시간의 길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가 봅니다
소설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함박눈이나 실컷 왔으면 좋겠다고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 세상이 옴짝달싹 못하도록
그러면 당신도 내 곁을 떠나지 못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