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제가 방문하여 상담을 좀 받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방문하시면 상담료가 들어가니까 전화로 말씀해 보십시오.
7년 넘게 일하던 회사에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는 형님 회사에 1개월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죄송합니다. 그 문제라면 제가 상담드리기 곤란합니다.
아니 무엇 때문에 상담이 어렵다는 것인지요?
아…그 부분의 문제는 제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거라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헛. 아…알겠습니다.
집과 일터가 가까워 걸어서 출근하는 날이 많습니다. 평소 같으면 길가의 매화를 예찬하거나 직박구리 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을 그 길을 오늘도 걸었습니다. 전혀 다른 기분으로 말이죠.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저를 비웃는듯한 헛웃음 소리가 귓가에 쟁쟁했습니다. 상대방을 향한 비난에서 출발하여 그 사람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섣불리 결론부터 내버린 자신을 탓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근로자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지인의 회사에 계약직으로 취업한 다음,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퇴사하면 문제없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만 생각한 겁니다.
실업급여(정확한 개념은 구직급여입니다.)를 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우선 일부 정당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자발적으로 실업 상태에 빠져야 합니다. 이는 실업의 원인과 관계된 조건입니다. 가사나 학업, 전직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둔 경우라면 안되는 것이죠. 여기서 비자발적이라는 것은 정년이나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 권고사직, 해고 등을 원인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직장을 잃게 된 것을 말합니다. 다음으로 퇴직일 이전 1년 6개월 동안 합산했을 때 고용보험에 180일 이상 가입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를 피보험 단위 기간이라 하는데요, 180일이라는 숫자는 직장에서 근무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근무 기간 중 유급으로 처리된 일수의 합계를 말합니다. 주 5일 근무하면서 일요일이 주휴일인 보통의 경우라면 7개월 정도는 근무해야만 이러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갖추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 경우 얼마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요. 실업급여의 금액은 균등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이직 당시 평균임금, 나이, 고용보험 피보험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2026년 기준 1일 최대 68,100원, 최소 66,048원인데, 월로 따지는 경우 최대 지급액은 198만 원 정도 됩니다. 나이와 피보험기간에 따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최소 120일에서 최대 270일까지 되는데, 아래 표를 참고해보십시오.
직장인들은 월급의 0.9%를 고용보험료(실업급여 보험료)로 냅니다. 문제의 출발이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가 낸 보험료를 내가 왜 마음대로 타 먹지 못하나, 실업급여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으로 처리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일부 회사도 당연한 일인 듯 그렇게 신고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권고사직으로 고용보험 상실 신고를 하는 경우 회사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입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 고용허가에 제한을 받거나, 고용장려금이나 각종 지원금 수급이 중단되거나, 근로감독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사실과 다르게 신고하여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 부정수급에 걸릴 수 있습니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경우, 받은 금액의 최대 5배까지 환수뿐만 아니라 형사처벌도 될 수 있습니다. 퇴직 사유를 허위로 신고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스스로 그만두었는데 권고사직으로 퇴직했다고 신고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접한 사연은 조금 다릅니다만, 사업주와 공모하여 계약직으로 입사 신고 후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퇴직하여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실제 근무도 하지 않으면서 4대보험만 취득해 두었다면 더 물을 것도 없습니다. 최근에 부정수급으로 적발되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그만뒀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재취업을 준비하는 때도 있습니다. 법령이 정하고 있는 정당한 이직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일도 있습니다.
실업급여를 위한 보험료를 일률적으로 내는 만큼 자발적으로 실업한 사람에게도 본인이 이미 낸 보험료 정도 만큼의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