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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장

by 이경준 Dec 01. 2024

삼일장


합성섬유 바지가 작다
잠기지 않는다
포장을 뜯은 중국산 벨트로
벌어진 틈을 가렸다

서로의 말을 실처럼 주고 받으며
직조하는 위로들
그 틈을 채우는 향불

구깃한 하얀 셔츠를 뜯어 입었지만
첫째 단추는 숨이 막힌다
채울 수 없었던 틈
지퍼 넥타이로 열린 단추를 가렸다

낯설고 친숙한 얼굴을 마주하고
무릎을 꿇고 고개 숙이고
몸을 바짝 말았다가 편다

검은 자켓은 다행이다
어깨와 몸통이 맞다
조금 더울까 싶은 두께였지만
팔이 짧다

대화가 직교하며
절이 오가는 시간이
옷에 나이테를 새기는 밤

아무렇게나 빌려 입은 옷을 입고
조금씩 엇나간 때에 식사를 하고
다른 눈을 벗어난 자리에 기대어
빈틈을 채우는 자정마다

움직임을 배우며
뱃심으로 한숨을 뱉으며
한 세월이 지나며 벌어진 틈새로
바람이 지나간다



#창작노트

아내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모님은 3녀 1남의 장녀다. 이모 두 분은 모두 캐나다로 이민 가서, 지금은 미국에 거주중이다. 외삼촌은 이미, 29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곁에 남은 가족이 조촐하다. 3일 간의 장례식장도 한산했다. 연수와 우주가 철없이 놀고 웃는 표정이 우리 가족 모두를 슬픔에서 건져냈다.


결혼을 하라고, 아이를 낳으라고, 강권하는 옛 어른의 말 못 한 속사정을 깨달았다.


자식의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한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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