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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Nov 17. 2023

시간 관리 노하우

TOP 매출 빌드업 ③

MD는 ‘모두M 다D 한다’ ‘뭐든지M 다D 한다’의 약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는 것 기억나죠? 사실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MD는 하고자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일하는 게 가능합니다. 그래서 처음 MD를 하다 보면 막막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는 업무의 망망대해에 빠져 허우적거릴 게 분명하거든요.     



그래서 MD에게는 시간 관리 비법이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하루에 13~14시간씩 일하면서도 줄어들지 않는 업무에 혀를 내둘렀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일만 하다 죽기에는 너무나 억울한 청춘이라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시간 관리를 잘할 수 있을지 진짜 많이 고민했습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두 가지 시간 관리 법칙을 체득하게 되면서 칼퇴근이 가능해졌고 마침내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어요.     



몇 년 전에 후배한테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다짜고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업무 때문에 질식해 버릴 것 같아요”라면서 만나자는 거예요. 후배는 한 스타트업에 통역사로 입사했는데 해외사업부 MD들이 줄줄이 퇴사하면서 몇 달 전부터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MD 업무를 맡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회사 대표가 언어도 안 되는 MD를 새로 뽑아 현지 문화를 가르쳐가며 키우느니 차라리 현지 문화도 알고 언어도 되는 후배를 MD로 키우는 게 낫겠다고 했다나 뭐라나.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재미있을 것 같아 MD를 시작한 후배가 지난 몇 달간 맨땅에 헤딩하며 느낀 건 혼란 그 자체였어요. MD가 뭘 해야 하는지,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챙겨야 하는지 갈수록 모르겠다는 거였죠. 100개가 넘는 업체들을 혼자 관리하려고 하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몇 달간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울기 직전인 후배에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하나씩 풀어가보자. 지금은 해외 사업을 처음 계획하고 진행하는 단계니까 벌여놓은 일은 일단 멈추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우선은 해외 사업 MD가 혼자니까 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고객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곳을 정해봐. 그리고 회사의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서 그 고객사 한 곳에만 집중하고 2~3개월 이내에 매출을 확 띄워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놔. 그 후에는 또 중요한 고객사 3~5개를 선 한 다음, 모범 사례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그 고객사로 확산하는 거지. 6개월 안에 성과가 나오면 전체 고객사로 모범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대표님께 인원 충원을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청하게 될 거야.”     



MD의 두 가지 시간 관리 법칙     

후배의 얼굴이 밝아지더라고요. 당장 그만둘 것 같았던 후배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회사에서 핵심 인재 MD로 잘 지내고 있어요. 사실 제가 후배에게 해줬던 이야기 속에 오늘의 핵심인 두 가지 시간 관리 법칙이 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여러 번 언급했던 ‘파레토 법칙’이에요. 실적 관리뿐만 아니라 시간 관리에 있어서도 80%의 효율을 내는 20%의 시간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어떻게 찾아내냐고요? 하루에 내가 사용한 시간을 30분 단위로 기록하고 그것이 쌓이면 분석이 가능해져요. 시간을 많이 쓰는데 성과가 안 나는 일에는 과감히 시간을 줄이고 효율이 높은 일에 시간을 더 배분하는 식으로 스케줄 관리를 하는 거예요.     


단순하게 업무는 크게 중요한 일과 긴급한 일로 나눌 수 있어요. 다시 세분화하면 중요하고 긴급한 일, 중요한데 긴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은데 긴급한 일,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이 있겠죠. 저는 중요하면서 긴급한 일부터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에 배치해요. 보통 오전 시간을 활용하는데 오전에 회의가 있거나 다른 스케줄이 있을 경우에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조금 일찍 출근하거나 점심시간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파레토 법칙만으로는 효율을 극대화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해도 마감 시간이 없다면 한없이 일이 늘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시험 전날 벼락치기를 하면 집중력이 급상승하죠? 심지어 시험 당일 시험지를 받기 전에 잠깐 10초 동안 공부한 노트를 훑어보는 게 평상시 10분 공부하는 것보다 더 기억이 잘 나잖아요. 이렇게 어떤 일을 할 때 마감 시한을 정해놓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파킨슨 법칙’이라고 해요. 파레토 법칙으로는 뭐가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가려내고, 파킨슨 법칙으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마감 시간을 정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칼퇴근이라는 마감 시간을 정해놓고 한정된 업무 시간 안에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할지 역으로 기획하면 일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지거든요.     



시간 쓰기를 성과로 역기획하는 법     

모두 다 하려고 하면 하나도 제대로 못 하게 됩니다. MD뿐만 아니라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파레토와 파킨슨 법칙을 항상 생각하면서 시간 관리를 하면 숨통이 트일 거예요. 최근에 팀 내 주니어 MD K와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 K와의 대화를 공개합니다.    


 

K : 선배님은 야근을 한 번도 안 하셨어요?     


나 : 업무 시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 배분을 해서 불필요한 야근이 없도록 노력해요. 부득이하게 잔업이 생길 때는 일단 칼퇴근을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식으로 조절하고요. 저는 하루에 식사 한 끼를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아침에 일하면 머리도 맑고 방해 요소도 적어서 집중이 잘 돼요. 하나 더 팁을 드리자면 하루를 파레토와 파킨슨으로 스케줄링하는 것도 필요한데 이것을 확장해서 1년을 놓고 파레토와 파킨슨으로 접근하는 것도 한 번 해보세요.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반년이 지나 어느덧 연말 평가를 받게 되잖아요. 그때 과연 내가 내세울 만한 성과가 무엇일까? 이 관점으로 1년을 놓고 역스케줄링을 해야 해요. 목표라고 하는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중간에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거든요.    


K : 진짜 열심히 일한 것 같은데 막상 돌아보면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정리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나 : 맞아요. 쉽게 예를 들어 승진이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하면 제일 중요한 게 뭐겠어요? 첫 번째는 매출이겠죠. MD는 매출 성장을 위해 돈 되는 상품을 소싱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기존 협력사의 기존 상품과 신규 상품은 어떻게 소싱할 것인지, 신규 협력사의 상품 소싱은 어떻게 할 것인지 파레토로 분석해서 리스트업 하면 좋겠죠. 예를 들어 지금 내가 관리하는 협력사들의 매출을 다 합하면 100억 정도인데 올해 목표를 200억, 2배 성장하겠다고 정하면 추가 매출 100억에 대해 우선 기존 협력사 안에서 달성 가능한 전략을 짜보는 거죠. 첫 번째는 셀렉션 확장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기존에 잘하고 있는 셀렉션에 더욱 집중하는 방법이 있어요. 카테고리별 아이템 수, 아이템별 옵션 수 등의 효율을 분석하여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거예요. 같은 리소스로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카테고리와 아이템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돈이 되는 세부 옵션은 무엇인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거죠. 여력이 되는 협력사라면 선택과 집중을 하는 동시에 카테고리 라인 확장까지 해준다면 완벽하겠죠? 티셔츠 전문 업체의 경우 맨투맨, 트레이닝복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는 것처럼요.     


K : 그러면 기존 협력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금액이 100억 중에 60억 정도라고 예측되면 나머지 40억에 대해서는 부분은 신규 협력사 입점을 통해 해결하면 될까요?     


나 : 맞아요. 데이터와 경쟁사 분석을 통해 신규 입점 타깃 리스트를 만들고 매출 규모, 타겟층, 가격대, 확장 가능성, 비즈니스 구조 등을 파악하여 우선순위를 정해놓으면 자기만의 1년 치 로드맵이 생기는 거예요. 기본적인 성과 외에도 본인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어필할 수 있으면 좋은데 이 부분은 성과가 아주 크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인사이트를 통해 상징적인 성과를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해요.     



차별화된 성과를 만들려면     
K : 저는 업체 관리 외에도 마케팅 일정을 공유하고 노출 리스트 취합을 하는데 이 부분은 딱히 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나 : 똑같은 일을 해도 헛수고로 그치느냐 성과로 이어지냐는 한 끗 차이예요. K님이 연말 평가 때 매주 마케팅 일정을 공유하고 노출 리스트 취합을 했더니 이렇게 매출이 나왔다고 어필하면 과연 성과로 인정될까요? 성과에 대한 나의 기여도를 높이려면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저는 검색 키워드 분석을 통해 주차별 핵심 키워드를 선정하고 마케팅팀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테마를 구성하였습니다. 각 MD들에게 세부 가이드를 주고 아이템을 취합했고 그중에서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적중률 높은 아이템을 선정하여 ROAS(Return On Ad Spend, 광고비 대비 매출액)를 기존 120%에서 800%까지 개선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K : 와, 천지 차이네요. 마케팅은 그냥 루틴한 업무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성과를 만들 수 있겠네요.     


나 : 네, 뭔가를 실행해 봤다면 실패해도 괜찮아요. 실패했으면 왜 실패를 했고 그걸 통해서 얻은 인사이트가 뭐고 이걸 어떻게 개선해서 적용하니 결국은 성공했더라 이런 스토리가 중요한 거예요. K님은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여기에 플러스알파로 성과를 만들려면 이런 부분을 개선해 보고 시도해 보자고 적극적으로 제안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셀렉션과 마케팅, 두 가지에 집중해서 연간, 반기, 분기, 월간 성과를 파레토와 파킨슨으로 역기획하고 주차별로 실행한다면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K : 제가 좀 수동적이라 이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셀렉션과 마케팅에 집중해서 업무 스케줄링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팀장님이 갑자기 시키는 일들이 많아서 스케줄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나 : 팀장님도 지시하는 일에 우선순위가 있잖아요. 팀장님이 궁금해서 갑자기 즉흥적으로 물어보는 건지, 아니면 위에서 내려온 건지 그것도 중요하잖아요. 데드라인이 있는 일부터 피드백하는 게 좋은데 그게 파악이 안 될 때는 팀장님께 이렇게 물어보세요. ‘제가 지금 지시하신 A라는 업무를 하고 있고 오늘 오후 3시쯤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방금 주신 B라는 업무는 A를 마치고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B는 언제까지 피드백드리면 될까요?’ 팀장님이 나의 업무 스케줄을 인지하도록 만들면 닦달하는 일이 훨씬 줄어들 거고 나도 그만큼 시간 확보가 되어 여유가 생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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