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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r 25. 2024

나를 잘 아는 지인 30명에게 묻다


"우리 3주 만인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형이랑 이야기하면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직장 내 갭 이어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하고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여러 사람을 만났어요. 한 사목님이 <하나님의 뜻>을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셨는데 소명은 현재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오, 그래. 정말 좋은 만남이 있었구나. 최근에 나는 <일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의 소명 가설을 세우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일의 기술>이요? 일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인데 그 책이 소명과 관련 있어요?"


3주 만에 만난 동기 형과 폭풍 수다를 이어갔다. 역시나 주제는 '소명'이었다. 나보다 앞서 소명을 찾기 시작했던 형은 여러모로 자기 정리를 잘해나가고 있었다. 그는 <일의 기술>이 소명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실전 워크북이라며 강력 추천했다. 책에는 지인들에게 메일을 보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해보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메일을 보냈고 피드백도 받았다고 했다.


나는 <일의 기술>을 당장 구매했고, 형의 이야기를 참고해 지인 30명에게 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먼저 직장 동료 70%, 친구와 가족 20%, 대학교와 군대 10%로 구성된 수신자 목록을 만들었다. 다음으로 메일 내용을 작성했다. 핵심 질문 두 가지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그 강점이 발휘된 사례가 무엇인지가 포함되도록 했고 꼭 피드백이 오도록 명분과 시한도 언급했다.


내가 실제로 지인 30명에게 보냈던 메일 내용


30통의 메일을 보냈고 설레는 마음으로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나 보다. 거의 대부분 답장을 보내왔다. 이렇게 강점 찾기 메일을 보내면 세 가지 유익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째, 인간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둘째, 답장을 받았을 때 강점만 언급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셋째, 전혀 몰랐던 나의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강의를 하든, 유튜브에 출연하든, 컨설팅이나 코칭을 하든 항상 '강점 찾기 메일'을 강조한다. 관성적으로 살아오던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때 새롭게 발견한 나의 강점이 소명 가설이 되었고, 소명 가설을 검증하는 시간들을 보낸 끝에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이 될 수 있었다.


나의 강점에 대해 피드백받은 내용들을 액셀에 붙여놓고 중복되는 키워드와 눈길이 가는 내용을 하이라이팅 했다. 입사할 때 갤럽 강점 진단을 통해 발견한 나의 5대 강점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언급 횟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유독 가슴 뛰는 워딩에 시선이 꽂혔다는 것이다.

 

내가 실제로 지인들의 피드백을 받아 분석하고 정리한 내용



넌 공감을 잘하고 따듯하게 말해.
진심으로 상대의 말에 경청한다는 느낌을 받아.
네가 쓴 글을 읽으며 감동받았어.



수많은 피드백 중에 유독 가슴이 뛰었던 내용이었다. 내가 말을 따듯하게 하고 글로 감동을 줬다고? 이과와 공대, 군대와 유통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온 내가 말과 글에 강점이 있다고? 의외의 피드백에 생경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심장이 나대고 있었다. 마침 그때 TV에서 국민소통수석을 내정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말과 글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하면 '소통'이다. 나의 강점이 소통과 관련 있다고 정리되자 이것이 곧 소명 가설이 되었다.


내가 실제로 지인들의 피드백을 받아 최종적으로 정리한 나의 강점


정성 들여 피드백해 준 지인들에게 고마웠다. 만일 30명이 부담된다면 다섯 명이라도 좋다. 강점 찾기 메일 보내기는 꼭 한 번 해보길 강력 추천한다. 이제 소명 가설이 세워졌으니 본격적으로 내가 정말 소통에 강점이 있는지 다양하게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나님의 뜻>을 추천해 준 사목님의 조언대로 우선 내가 속한 팀에서 소통이라는 관점으로 일해 보기로 했다.


메일을 보낼 때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할 수 있을까, 피드백할 때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 협상을 잘하려면 어떤 요소들을 갖추어야 할까. 내 머릿속은 온통 소통으로 가득 찼다. 일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일이 곧 나의 강점을 개발하며 소명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었다. 업무 효율이 점점 올라갔고 성과도 좋아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내가 소통을 그저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잘하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학기 반장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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