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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y 01. 2024

책 쓰기 10.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비법

※ 지난 시간 미션 점검! 나만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완성했는가?


지난 시간까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추가한 한 편의 초고가 완성되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한 이후에 편집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쓰기도 한다. 책 전체의 콘셉트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려준 방법대로 잘 따라왔다면 여기까지 오는데 최소 4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치열하게 달려온 그대의 의욕을 꺾고 싶진 않지만,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건 또 뭔 소리냐고? <노인과 바다>를 쓴 미국의 대문호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말로 퇴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인과 바다>를 200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일본 최고의 흥행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저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퇴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몇 번이나 퇴고를 해야 하느냐,라고 물어도 정확한 횟수까지는 잘 모릅니다. 원고 단계에서 이미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고쳤고, 출판사에 건너가 교정지가 된 다음에도 상대가 지겨워할 만큼 몇 번씩 교정지를 내달라고 합니다."(163쪽)


최고라고 칭송받는 작가들 조차 자신의 초고를 이토록 엄밀히 고치는데 우리가 쓴 초고는 말해 뭐 하랴. 무조건 고쳐야 한다.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마치 원석을 세공하면 할수록 점점 더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퇴고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나도 처음엔 하루키가 퇴고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는데 몇 번 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나의 퇴고법 다섯 단계를 공유할 테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단계. 목차별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을 기준으로 퇴고한다. 전체 흐름이 결국 그 한 문장의 내용을 향해 자연스럽게 나아가고 있는지 초고를 읽어보면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발견될 것이다. 그걸 고치면 된다. 이때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오탈자나 비문도 고친다. 

2단계. 감성이 폭발하는 밤보다는 냉철한 이성이 작동하는 낮에 퇴고한다. 초고를 쓸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밤에 쓰는 글은 대게 다음 날 읽어보면 이불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초고를 읽으며 지나치게 감성적이거나 너무 힘을 준 부분이 없는지를 살펴보며 퇴고하면 좋다.

3단계. 다른 사람에게 읽게 하고 솔직한 느낌에 대해 피드백받으며 퇴고한다. 나는 글을 쓰면 반드시 아내에게 보여준다. 아내는 독자의 눈으로 내 글을 읽고 남편이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솔직한 느낌을 이야기해 준다. 이보다 좋은 퇴고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4단계. 잠시 내 글과 멀어지는 시간을 갖는다. 글 안에 갇혀있으면 뭐가 잘못됐는지 보기가 어렵다. 며칠간 내 글은 잠시 잊고 다른 이의 글을 본다거나 영화 관람, 운동 등 전혀 다른 활동으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초고를 본다. 그러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초고가 코로나19는 아니지만, 분명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5단계. 1~4단계를 반복한다. 얼마나 해야 할까?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오늘의 미션은 '퇴고 계획 세우기'다. 내가 쓴 글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읽으며 고쳐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 될 수도 있다. 1~5단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액션 플랜을 짜놓아야만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 



다음 주 수요일에는 열한 번째 단계, '출판사에 프러포즈하기'로 만나요 :)



ⓒ 이학기 반장 / 참고 도서 <작가는 처음이라>, 김태윤, 다산북스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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