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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y 03. 2024

늙을수록 젊어지는 비결은?


우리나라에만 흐르는 독특한 시간이 있었다. 바로 '한국 나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세계 각국에서도 이 정체불명의 나이 계산법에 호기심을 느꼈다고 한다. (K컬처의 영향력이 이 정도라고?) 


2개 국어도 아니고 한국 나이와 만 나이라는 '2개 나이'를 썼던 나라가 또 있을까? 사실 익숙한 우리에겐 별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지난해에 갑자기 한국 나이가 사라지자 불편함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나이 먹기만을 기다리는 유치원생 아들에게 7살이던 네가 갑자기 5살이 됐고, 다시 새해가 되어도 5살인데 생일이 지나야 원래 나이인 6살이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시켜줘야 할지 막막하다 못해 암담하기만 했다. 물론 나이 먹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우리 부부는 속으로 쾌재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올해 41세가 되었어야 할 나는 대통령 덕분에(?) 다시 39세가 되었다. 아직 30대라는 안도감(?)과 함께 마흔 전에 이루고 싶었던 버킷리스트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보너스 타임을 덤으로 누리는 기분이다. 



엄마 아빠 아주 젊었네!



며칠 전에 아들이 페이스북에 뜬 7년 전 추억의 사진을 보고 한 말이다. 정신없이 애 둘을 키우느라 잊고 있었던 리즈 시절의 아내와 내가 사진 속에 있었다. 엄마 아빠가 누구 덕분에(?) 이렇게(?) 되었는지 알기나 하니! 


나이를 먹으며 좋은 점은 아이들이 자라감에 따라 새로운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감동이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다고 해야 할까. 마찬가지로 삶에서 느끼는 감정도 해를 거듭할수록 풍성해진다.


2023년은 생애 최고의 고난이 깃든 한 해였다. 내 마음이 곤고해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지난해가 전쟁과 경제 위기 등으로 많은 이에게 힘들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주위에 2023년이 유독 힘들었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고난이 쪽빛처럼 진했던 만큼 생각하는 시간도 밤바다처럼 깊어졌고 감정의 진폭도 너울처럼 커졌다.


거울 앞에 선다. 웬 아재 한 명이 나를 바라본다. 싱그럽지 않은 겉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엔 눈을 감고 나를 바라본다. 겉모습과 달리 속모습은 풋풋하다. 삶의 고난을 통해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속모습에서 풋내가 올라온다.


나이를 먹어도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속모습이 끊임없이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 겉모습에 치중해 유통기한과 같은 개념으로 삶을 바라보면 서글프지만, 속모습에 집중하면 오늘은 내게 가장 싱그러운 이 된다. 겉시계와 속시계는 반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고린도후서‬ ‭4:16‭-‬18‬ ‭RNKSV‬‬

[16]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집니다.

[17] 지금 우리가 겪는 일시적인 가벼운 고난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원하고 크나큰 영광을 우리에게 이루어 줍니다.

[18] 우리는 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봅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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